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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모닝 뽀뽀와 둘째의 뒤집기
▲ 뒤집기를 시도하는 둘째 누나의 모닝 뽀뽀와 둘째의 뒤집기
ⓒ 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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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이제 둘째 낳아야지?" 였다. 나는 기분 좋은 마음 반, 껄끄러운 마음 반으로 "그렇지 않아도 이제 100일 좀 넘었어요"라고 답했다. 그렜더니 하는 소리가 "허허, 애국자네~"다.

"애국자"라. 적어도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쳐 싸우다 장렬이 전사한 사람들,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빛낸 사람들 등등을 일컬어 애국자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아이를 낳았다고 애국자라니. 왠지 와 닿지도 않을 뿐더러 그리 기분 좋은 소리로 들리지도 않는다. 단지 둘째를 낳은 이유라 치면 혼자는 외롭고 험한 세상, 둘이면 좀 괜찮지 않을까 싶어 결심했기에 그렇다.

애국자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 듣는 사람들 속에서 사는 지금의 현실이 우습기도 하다. 그렇다면 애국자한테 나라는 뭐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 해준다. 출산장려금이니 가정보육료, 어린이집 보육료 등등 해주기는 하지만, 언제 바닥이 날지 모르는 곳간같은 나라 살림을 믿고 있어도 될지 걱정이 더 앞서는 게 현실이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자식을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그렇다. 그러나 현실이 뒷받침 되어야 모든 일이 가능다. 여성은 직장을 관두면 경력단절이 됨과 동시에 전업 주부가 된다. 자연스럽게 외벌이가 되는 가정이 늘고 삶은 더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부모님께 드리던 용돈을 줄이거나 없앤다. 형제들과 해온 정기적인 적금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아이들과 외식도 줄이고 어떻게든 살아야 하기에 모든 비용을 줄인다.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던 아빠들은 돌아돌아 가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매일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이들의 초인종 소리에 달려드는 광경은 언감생심이다. 

아이를 낳고 최소한 3년여 정도는 엄마 곁에서 크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 좋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 주변에는 눈물을 머금고 맞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첫 아이를 키우면서는 꾸역꾸역 맞벌이를 해왔다. 많이 힘들었을 아내는 둘째를 임신해서도 출산 보름 전까지 직장을 다녔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저축도 하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살았다. 그러나 둘째가 태어나고 커가면서 아내의 복직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갔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첫째와 백일을 갓 넘은 둘째를 키우다보니 퇴근 후 아내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대화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아내와 둘이 오랜만에 맥주 한 잔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되었고 자연스레 육아 문제도 거론됐다.

이제 첫째는 유치원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고 둘째는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 돌이 되기도 전에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 자식 둘을 부모님께 부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기에 육아 돌보미도 알아봐야 한다. 만약 아내가 복직을 안 하고 전업주부가 된다면 이 모든 것이 해결이 되겠지만 일반 유치원을 보내는 원비만 해도 40만 원이 매달 나간다. 그리고 입이 하나 더 늘었으니 식비와 기타 생활비가 늘어날 것은 뻔하다.

참으로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농담 반으로 말한 지인의 '애국자'라는 말은 사양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아이(첫째, 둘째)를 낳고 걱정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덧붙이는 글 | 둘째를 낳고 앞으로 다가올 현실을 생각하게되며 대한민국의 현실도 역시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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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한민국, #출생, #아기, #서민, #직장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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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평범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시민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은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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