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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실록> 20권 망국 편 표지. 정조실록 이후 순종, 헌종, 철종, 고종 편은 실록의 부실과 왜곡이 심한 탓도 있고 망국의 과정이 안타깝기도 하여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
 <조선왕조실록> 20권 망국 편 표지. 정조실록 이후 순종, 헌종, 철종, 고종 편은 실록의 부실과 왜곡이 심한 탓도 있고 망국의 과정이 안타깝기도 하여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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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됐다. 1월 1일도 이젠 많은 날들 중 하루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이젠 작년이 된 2014년에 일어난 여러 사건 사고들이 우리의 맥빠진 삶을 일상화시키고 말았기 때문일까. 특히 정부의 무능함과 뻔뻔함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일,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되는 이 일에 온 국민은 경악했다.

참사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조사 후 밝히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세월호 승객들을 구하지 못한(심지어는 구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책임자 처벌은 커녕 어떠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해를 넘겼기 때문이다. 나라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연말연시에 1년 전 일독했던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전신인 조선을 자세히 알고나면  현재의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보름 쯤 걸려서 20권을 모두 읽을 수 있었는데 읽다보니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조선사에서 정도전, 이순신, 세종대왕을 빼고나면?

왕자의 난 당시, 태조 이성계의 5남, 이방원에 의해 제압 당했고,  숭유억불 정책을 위한 저서, <불씨잡변>을 남긴 인물 정도로 알고 있던 정도전은 작년, 드라마와 책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망해가는 고려왕실에서 도무지 자신의 개혁적 발언이 먹히지 않자 이성계를 파트너로 새로운 나라를 세웠고 전제(田制)개혁을 통해 백성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과거 우리나라 땅이었던 이웃 청나라의 요동지방을 되찾을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던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아울러 나라의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고 그대로 실행한 유일한 재상으로 평가하고 싶다.  

연산군 부터 무능한 왕조가 이어지다가 무능함에 뻔뻔함을 더한 왕들이 이어진다. 임진왜란을 부른 선조와 병자호란을 부른 인조가 대표적인데, 특히 이 둘의 전횡은 군주로서의 자질 자체에 문제가 많았던 다른 왕들을 압도한다.

왜란의 가능성을 주장했던 정승들의 의견을 묵살하더니 왜란이 일어나자마자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은 선조, 그는 의주까지 피난을 가서 아예 중국 땅 요동으로 망명할 계획까지 내놓는다. 군주로서의 사명감이나 책임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정의 반, 분조(分朝)를 이끌고 전장을 누빈 아들 광해군이나 <명량>의 주인공, 이순신을 대할 때의 선조는 질투의 화신이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광해군에게 양위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일본의 수군(水軍)이 쳐들어 올 당시 보유하고 있던 배와 무기를 수장시키고 도망쳤던 원균을 이순신보다 추켜 세우는 이상한 논공행상에 집착했으니 말이다.

인조는 이른바 '삼전도의 굴욕', '삼궤구고두'의 주인공이다. 광해군을 몰아낸 반정이 '친명반청'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결과였기 때문에 병자호란은 불가피했다 치자. 청의 볼모로 갔다가 근 십 년만에 돌아온 아들 소현세자를 정적(政敵)으로 오해하고 독살시키는 지점에 가서는 권력이라는 것의 생리에 섬뜩하기도 하지만 왕, 인조라는 왕의 인간 됨됨이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당쟁(黨爭)의 역사는 노론(老論)의 역사

 박시백 화백이 1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완성한 <박시백의 선왕조 실록 20권+부록>
 박시백 화백이 1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완성한 <박시백의 선왕조 실록 20권+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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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역사는 '당쟁'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당쟁은 선조 때, 인사권이 있는 이조정랑 자리를 놓고 김효원과 심의겸이 다툰 데서 시작한다.

김효원이 서울 동쪽에 살았고 심효원이 서쪽에 살아서 동인과 서인의 효시가 된 것인데, 동인과 서인의 반목을 경계한 인물이 나중에 서인의 시조가 되는 이이였다고 실록을 분석한 박시백 화백이 밝히고 있다. 책에는 동인의 이발과 서인의 정철을 화해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동인은 북인과 남인으로 나뉜다. 북벌(北伐)을 주장했던 북인은 다시 대북과 소북으로 분열했다가 효종 대가 끝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았다. 결국 동인은 남인으로 남아 경종을 서인으로부터 사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종과 영조르 거치며 청남, 탁남으로 분열한다.

선조 때 정여립의 역모사건에 휘말린 동인을 숙청하면서 득세를 하게 되는 정철을 영수로 한  서인은 환국정치의 달인, 숙종이 후궁으로 들인 남인 가의 여인 장희빈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장희빈이 낳은 아들(경종)을 원자로 삼는 과정에서 반대상소를 올리다가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사사(賜死)되기 때문인데, 숙종이 궁인 최씨(서인)에게서 얻은 아들(영조)로 재기에 성공한다. 경종에서 영조로 승계되는 과정은 신하들이 임금을 선택하는 이른바 '택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바로 이때가 신분제도를 혁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 아닌가 한다. 실학과 천주교가 조선에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인은 다시 노론과 소론으로 소론은 준론과 완론으로 정치적 격변기마다 분열을 거듭한다. 선조시절 모습을 드러낸 서인은 결국 노론으로 남아 삼백년 정권의 실세가 된다. 왕은 바뀌지만 노론 위정자들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이들은 시종일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 나갔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이 됐다가 파격적으로 빨간색을 채택하면서 새누리당이 됐지만,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본질이 변하지 않은 것과 많이 비슷하다. 이들이 정권을 차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득권 유지와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만 있다. 때문에 서민들의 삶이 아무리 곤궁하더라도 조삼모사식의 정책만 맴돌 뿐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조선의 왕과 신하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부와 재벌 이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야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부자증세는 커녕 대기업의 법인세를 여타 OECD국가들의 기업들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낮춰주거나 주택이나 건물을 가지고 임대료 수익을 거두는 사람들조차도 보호하는 나라, 고단한 서민들의 유리지갑에서 뜯어가는 세금도 모자라,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피우는 담배에 붙는 간접세를 담배가 몸에 해로우니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며 잔뜩 올려 붙이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조선 초 원래 공직에 임명된 관리들이었던 문관과 무관들을 일컫던 양반이라는 계층은 조선 중기 이후엔 양반의 자손이면 관직에 등용되어 현직에 근무하지 않아도 양반이 된다. 그렇게 늘어난 양반들은 모든 세금에서 자유롭다. 군대에 동원될 일도 없고 농사와 같은 어떤 노동에서도 제외되지만 책임지는 일이 하나도 없다.

세수는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니 백성(서민)들에게 황골징포니 족징, 인징 등과 같은 잔인무도한 징세가 자행될 수 밖에 없었다. 정조 이후 순종 대부터 홍경래의 난을 필두로 한 숱한 민란의 원인이다.

조선시대의 왕과 사대부들의 목표는 오로지 왕권과 신권 강화에만 있었던 것이다. 애민군주라고 해서 태조,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영조, 정조 등이 있었지만 당대 뿐이었다. 그 자식들이 왕이 되면서는 선왕의 유지는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교(儒敎)를 서인의 종주 송시열이 신분질서를 고착화시킨 예학을 중심으로 주자학을 발전시키면서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종 대 조선은 세계적인 흐름인 신분제 타파를 외면했다. 끝까지 왕과 사대부들의 안위에만 관심을 기울이다가 급기야 국권을 잃고 말았다. 명(明)과의 의리를 위해 청나라를 배격하다가 병자호란을 겪던 조선은 시대가 바뀌고 세계가 바뀌어도 공고한 신분제의 늪에 빠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갑오농민전쟁 당시 폐정개혁에 합의했던 조정은 청나라와 일본의 군사를 불러들여 자신들이 나라의 근본이라던 농민들을 공격한다. 이때 농민 약 이십만 명이 도륙됐다. 한 나라 안에서 같은 민족끼리 잘 살아보자는 농민들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그렇게 조선은 망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일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인구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대통령과 장관, 판사와 검사들이 보기에 과연 어떤 존재들인가. 설상가상인 것은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눈을 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 20권, 지은이 박시백, 제1권 개정판 1쇄 2005년 4월 11일, 제20권 2013년 8월 9일, 휴머니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개정판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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