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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동물원에 가봤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그리고 귀엽고 재밌고 신기한 동물을 보며 즐거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물의 입장에서 한번쯤 '그들이 정말 행복할까?' 자문한 적 있는가? 너무 열악한 환경이나 슬픈 표정을 한 그들을 보며 '미안하다' 느낀 적은?

많은 동물들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감각'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 생명이 살아가는 데 동물원 환경은 적합할까? 나는 이런 물음과 함께 '행복한 동물원'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부디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바라며... 기자 주

삼 주여 전만 해도 양은 분명 두 마리였다. 하지만 다시 찾은 그곳엔 한 마리 양만 남아 있었다. 사방이 막힌 작은 제 집 안에서 사람들 시선을 등지고 누운 채. 마침 청소를 하러 나온 관리 직원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고, 돌아온 답은 충격이었다.

"네, 한 마리가 더 있었는데……. 갔지요."
"갔다고요?"
"죽었다고요. 그게 어떤 분이 먹이를 잘못 주시는 바람에……. 야채 같은 걸 가지고 오셔서 계속 주셨거든요. 이상한 걸 먹인 것도 같고. 동물들은 먹이에 대한 자제력이 없어서 사람들이 주면 주는 대로 계속 먹거든요. 그래서……."

양이 죽어나가는 백화점 동물원, 왜?

 얼마 전 함께 살던 양이 죽고, 사육사가 밥을 주러 와도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남은 양 한 마리.
 얼마 전 함께 살던 양이 죽고, 사육사가 밥을 주러 와도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남은 양 한 마리.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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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부산 광복동의 ㄹ 백화점 옥상 위 동물원이다. 화창한 주말, 여느 때보다 가족 방문객이 많았다. 양이 죽어 나갔지만 현장에선 아무런 통제 없이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슴에게 배춧잎을 내미는 한 아이 아빠에게 "현장에서 파는 건가요?"하니 "집에서 가져 왔는데요" 했다. 공작에게 당근을 주고 있는 꼬마에게 "이렇게 먹이를 줘도 될까?" 물으니 "잘 먹던데요" 했다. 바로 눈 앞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사료만', '음식 주지 마세요'라 적힌 안내문을 가리키자 그제야 뭔가 생각하는 눈치다.

그런데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60대 중반의 남성. 그는 상당 양의 생배추를 프레리독, 사슴, 공작, 토끼 할 것 없이 손 닿는 모든 동물들에 먹이고 있었다. 주변의 아이나 어른 관람객들에 나눠주기도 하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먹이를 주면 동물한테 해로울 텐데요" 하고 말을 거니 "내가 여기 몇 년째 오는데 아~무 일도 없었소"하며 웃음을 보였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동물 관리 책임이 있는 백화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앞서 양에 관한 비보를 알려준 직원이 말해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동물원 관리 직원이 양을 죽인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한 남성.
 동물들에게 지정되지 않은 먹이를 주는 한 관람객의 모습.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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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주의를 주고 양해도 구했지만 안 들으세요. 저희가 방송도 하고 직접 그러지 마시라 말씀도 드렸거든요. 그런데도 막무가내니까……. 음식 주고 만지는 고객들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한 게 백화점 고객이기 때문에……. 실제로 물건을 안 사도 저희 입장에선 고객으로 예우할 수밖에 없거든요."

상태가 걱정되는 건 양뿐이 아니었다. 티브이에서 봤던 야생의 그것과는 너무 다른 과체중의 프레리독. 활동이 극히 제한되는 좁은 우리 안에 살며, 동물원 측에서 제공하는 정기 식사와 관람객들이 무분별하게 내미는 음식을 받아먹는 환경에선 불가피한 모습 같았다.

하지만 까만 눈동자, 작은 체구에 터질 듯 뚱뚱한 몸매를 보며 "어머, 귀엽다!", "만화 주인공 같아" 탄성을 지르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반대로 중년의 한 남성은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디룩디룩 살만 쪄가지고" 하며 냉소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젊은 아빠가 대여섯 살로 보이는 딸에게 프레리독에 관한 설명글을 읽어줬다. "아메리카 초원 지역에 사는 설치류로, 적이 나타나면 개 짖는 듯한 소리를……" 그러면서 윗몸을 숙여 프레리독을 향해 "왈왈!" 개 소리를 냈다. 어린 딸은 그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이래저래 안타까웠다.

'고객'이라는 이름 때문에... "제지해도 소용없다"

 과체중의 프레리독.
 과체중의 프레리독.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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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운영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해당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양을 죽게 한 직접적 원인일 수 있는 관람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인이 딱 하나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면서도 "지난 2년간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동물이 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인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이미 죽은 동물을 부검까지 해서 그 원인을 밝히는 게 흔치 않아서"라고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남은 양 한 마리가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이었다. 바다와 직면한 고층 백화점 옥상 위 동물원. 이곳 동물들이 겪는 고충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부산시수의사회협회 소속 ㄱ동물병원 수의사는 "감기에 의한 폐렴도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그보다는 양은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로 먹은 것을 되새김질하는 동물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을 주는 경우도 많아요. 실제적으로 그곳(동물원 측)에서만 (사료를) 줘야 하는데. 대부분 음식에 의한 폐사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동물들만큼이나 안타까웠던 것은 백화점 직원들의 상황. 대화 내내 방어적 자세를 취하던 담당자는 통화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매시간 방송도 하고, 저희 직원들이 근무도 서고, 직접 가서 설득도 하지만 말 하면 그때 뿐이고, 돌아서 잠깐 쉬는 사이에 또 가서 그러시니……, 사실 (관리 업무에) 시들해진 게 사실입니다."

앞서 동물원 내에서 만난 직원 또한 다르지 않았다. 직원이라 했지만 사실상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는 그러나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애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어떤 분은 제가 먹이 주지 마시라 얘기하면 너가 뭔데 그러냐, 청소나 해라 그런 식이니까……. 백화점 고객들이 전화해 어느 동물이 불쌍하다, 더럽다 하면 데려온 곳으로 돌려 보내지기도 합니다. 저번에 동물보호단체가 다녀간 적이 있었는데 이후에 환경이 더 개선되기도 했어요. 동물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고 있고, 기왕 있어야 하면 더 좋은 조건에서 더 잘 지냈으면 하니까요."

 성숙한 관람 문화 또한 '행복한 동물원'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성숙한 관람 문화 또한 '행복한 동물원'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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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