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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미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일어나 신은미·황선 통일콘서트 테러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폭발물에 의해 화상 피해를 입은 이재봉 원광대 교수는 테러범을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익산 통일콘서트를 준비한 당사자였던 이 교수가 편지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신은미 씨의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있던 테러 당시 사진.
 신은미씨의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있던 테러 당시 사진.
ⓒ 주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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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폭력과 독재 대신 평화와 민주를 맞이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10일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토크 콘서트'에서 고등학생 A군이 던진 폭발물에 의해 화상을 입었습니다. 제가 테러를 당하자 많은 분들이 걱정하며 격려해 주셔서 언젠가는 경과를 알려드려야겠다고 맘먹고 있었습니다.

마침 지난해 마지막 날 밤 A군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보수 지향적이 되었다는 사연을 곁들이며 저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2주 전에 제가 면회하면서 던진 질문에 대한 보충 답변이지요. 여러분의 고견을 구할 겸 새해 인사 삼아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보고합니다.

테러 피해의 실상

 지난 10일 오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의 진행요원으로 참석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아무개씨가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10일 오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의 진행요원으로 참석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아무개씨가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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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린 대로 저는 지난 12월 10일 신은미·황선 통일토크 콘서트에서 폭발물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유일한 피해자도 아니고 가장 큰 부상자도 아니지만, 언론에 의해 가장 널리 알려진 피해자가 되었지요.

아래위 옷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에 불이 붙고 양쪽 신발에까지 구멍이 뚫릴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얼굴과 무릎의 상처는 이제 거의 아물었고 손목에서도 며칠 전부터 새살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큰 통증은 없지만 목욕이나 샤워는커녕 세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몹시 불편하군요.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가며 귀중한 시간과 돈을 허비해야 하는 것은 더욱 괴롭고요.

가장 크게 신체적 피해를 입은 사람은 서울에서 내려온 행사 진행자였습니다. 테러범이 폭발물질이 든 그릇에 불을 붙여 무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발견하고 내려치느라 특히 얼굴을 크게 다쳤습니다. 신은미씨와 황선씨에겐 생명의 은인인 셈인데, 시간이 지나도 얼굴 일부는 완전히 복구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군요. 성당을 빌리도록 주선해준 한 원로신부는 불편한 몸으로 빨리 피신하지 못해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켜 한 동안 호흡 곤란을 겪었고요.

신체적으로 해를 입은 사람은 저를 포함해 이렇게 셋입니다. 셋이 앉은 자리가 각각 떨어져 있었는데도 직간접적으로 행사를 주관한 사람들만 골라 다쳤으니 불행 중 천만다행이지요. 물론 그 자리에 참석한 200여 명 모두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겠습니까만, 일반 청중 가운데 신체적으로 다친 사람은 없으니 그야말로 하느님이 보우하사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은 행사 이틀 전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보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참석했던 사람들의 피해를 일일이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관련기사: 신은미씨 옵니다...뉴라이트와 탈북자 분들도 오세요)

테러범과의 면회 및 부모와의 만남

이틀 뒤 폭발물을 던진 A군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익산경찰서에 10여 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면회를 포기했는데, 그날 저녁 A군의 부모가 제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부모는 제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부모에게 대충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다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이지 돈이 아닙니다. 진보적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권력도 금력도 완력도 없지만, 극우세력이나 폭력을 옹호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확실하게 지니고 있는 게 있습니다. 도덕성과 양심이지요. 치료비를 조건으로 합의를 추진하지 마세요."

일 주일 뒤 익산경찰서 유치장에서 테러범 A군을 만났습니다. 앳된 모습의 조그만 체구가 고3 같지도 않더군요. 얼굴과 팔다리에 화상을 입은 직후 응급실에 실려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테러범이 '1996년생'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주위에서는 "탈북자인가 보다" 했지만, 저는 잘못된 정보라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그렇게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길에 테러범이 고교 3년생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1996년생 18세 고등학생이 정치 테러를...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성당 앞에서 방해 시위를 하던 60~70대 어르신들에게 당했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말이죠.

익산경찰서 면회실의 두꺼운 유리벽 건너편 학생에게 먼저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넸습니다.

"자네 참 대단하군. 요즘 대학생들조차 진학이나 취업 때문에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못하는데 고등학생이 사회 문제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다니 말이야. 자네나 나나 우리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보자는 목표는 비슷하겠네. 그러나 방법이 크게 다르군. 난 비폭력적 방법으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데 자네는 폭력으로 사회를 바꾸려 하니까.

사회의 부정과 비리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길은 비폭력 저항일세. 두 번째 좋은 방법은 폭력으로라도 맞서는 것이고. 세 번째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저항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일세. 무관심하거나 무지해서 저항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용기가 부족하거나 비굴해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 자네는 세 번째 부류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낫다는 뜻일세. 그런데 내가 추구하는 비폭력 방법과 자네가 저지른 폭력적 방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앞으로 차분하게 잘 생각해보게."

저는 20여 년 전 미국의 대학원에서 평화학과 비폭력정치학을 배우면서부터 모든 종류의 폭력을 거부해 왔습니다. 연년생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가벼운 손찌검이라도 한 번 해본 적 없지요. 그러기에 행사 당일 두어 시간 전부터 성당 입구에 이른바 '애국' 어르신들이 모이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카톡과 페북 등을 통해 급히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르신들이 어떠한 시비를 걸더라도 대응하지 말라고요. 혹시 때리면 그냥 맞고 들어가라고 부탁했습니다.

A군에게 언제부터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물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탈북자 선교사의 강연을 듣고 나서부터라고 하더군요. 교회에서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배운 셈이랄까요? 크게 나무랐습니다.

"이 사람아, 예수님의 가장 큰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원수도 사랑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교회 다닌다는 사람이 그렇게 끔찍한 폭력을 저질러?"

사실 테러 직후 실려 간 응급실에서 테러범이 18세 고3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손양원 목사였습니다. 1948년 여수·순천 지역에서 일어난 '항쟁' 또는 '반란' 과정에서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 둘을 때려죽인 좌파 청년이 사형에 처해지기 직전 구출해 양아들로 삼아 목사로 키운 분이죠.

20여 년 전 손양원 목사의 딸이자 죽은 두 아들의 누나가 쓴 수기를 읽고, "이 분이 과연 인간일까?" 하는 경외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A군을 만나면서 바로 그 분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좌파 청년이 우파에게 저지른 살인 행위를 용서하고 그 살인범을 자신의 아들로 삼은 목회자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흉내 내어 우파 청년이 저지른 테러를 용서하면서 제 학생으로 삼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발상을 품은 것이지요. 겨우 2도 화상을 입은 제 자신과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아버지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그 학생을 만나기 전 제 집을 찾아온 부모에게 위 사연을 들려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요즘 '애국'한다는 사람들은 아드님의 테러를 옹호하고 지지하며 '지사'나 '열사' 칭호를 붙인다는군요. 경찰서 앞에 100여 명씩 모여 '석방'과 '불구속 수사'를 외치고,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앞으로 해외유학까지 시켜줄 계획이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그러면 아드님이 지금은 테러 초년생으로 폭발물질을 던졌지만 다음엔 테러 왕초가 되어 기관총까지 쏘아댈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아드님에게 그런 물질적 지원은 조금도 하지 못하겠지만 아드님을 포용해 진보 쪽으로든 보수 쪽으로든 비폭력 운동가로 이끌어보고 싶습니다."

부모가 동의하더군요.

종편방송 왜곡보도의 폐해

그 학생에게 두 번째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네가 죽이고자 했던 신은미씨가 쓴 책을 단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거나 그녀가 이전에 한 강연을 단 한 대목이라도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인터넷 게시판에 미리 알리지 않았는가. '신은미가 폭사 당했다고 들리면 난줄 알아라'고 말이야. 아무튼 신은미씨를 어떻게 알았는가?"
"TV뉴스를 보고 알았어요."

테러범 A군도 종편방송 왜곡보도의 희생자였습니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신은미씨의 강연을 반대하거나 방해한 사람들 가운데 그녀의 글 한 쪽이라도 직접 읽거나 강연 한 대목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했다는 종편방송의 악의적 왜곡보도에 온 사회가 휘둘린 것이지요.

저는 지난 6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에서 전문가 증언을 한 것과 관련해 극우언론의 왜곡과 그에 기초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비난을 생생하게 겪어본 터라 그 왜곡을 바로잡고자 <프레시안>에 '이재봉의 법정증언'이라는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하게 왜곡 및 비방을 당한 신은미씨가 계획된 강연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말렸습니다. 자신이 '종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 아니냐며 종편방송을 비롯한 극우언론의 왜곡과 억지 그리고 횡포에 굴복하지 말고 소신껏 강연하라고 부추긴 것이었지요.

이런 취지로 저는 신은미씨를 익산으로 초청했습니다. 사회과학대학장 사표까지 내며 원광대에서의 행사를 추진한 이유이고요. 극우언론의 왜곡보도에 휘둘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생각과 시각이 다르다고 강연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자체가 억지고 횡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가 2012년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매주 1~2회 연재하던 글은 매회 수십만 명이 읽었습니다. 그 연재를 엮어 2013년 출판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통일부는 그 책을 홍보하는 동영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고요. 2014년 4월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펼칠 때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기는커녕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듯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10월엔 <한국기자협회>, <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진보 또는 '친북좌빨'로 불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그 뒤의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요. 바로 지금의 박근혜 정권에서 생긴 일입니다. 지난 4월 강연과 12월 강연의 내용은 비슷하거나 똑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형식적으로 4월엔 혼자 했는데 12월엔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황선씨와 같이 했다는 점이요, 시기적으로 12월은 박근혜 정권이 어쩌면 최대 위기에 몰려 그 돌파구가 필요한 때였다는 점이지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온 극우언론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교묘하게 고의적으로 왜곡보도를 일삼아왔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들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극우언론의 왜곡보도를 활용해왔고요. 그런데 지식인들까지 이러한 왜곡보도에 놀아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익산에서 테러가 일어난 며칠 뒤 한 점잖은 종교인이 "웬 재미교포 극좌(極左) 성향의 여성이 종북(從北) 콘서트를 한다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였습니다"는 문장을 포함한 이메일을 보냈더군요. 거의 매일 수만 명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내는 터라 책도 많이 읽고 글깨나 쓰는 어르신 같은데, '극좌'라는 말의 뜻도 모르고 신은미씨의 글을 몇 줄이라도 읽어보지 않은 듯 함부로 글을 쓴 것이지요. 일부 지식인들마저 종편방송을 비롯한 극우언론의 왜곡보도를 진실로 보고 믿는 것일까요? 글쓰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겸비했을 텐데 말이죠.

그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고 면회를 끝냈습니다.

"자네가 죽이려고 했거나 죽이고 싶도록 증오했던 신은미씨를 늦게나마 제대로 알아보게. 자네가 원하고 자네 변호사나 부모님이 허락하신다면 다음에 그녀가 쓴 책 한 권 갖다 줄 테니 잘 읽어보게."

마침 그 학생이 2주 후 제게 보낸 편지엔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는군요.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한 달 책값만 10만 원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는데, 안 그래도 책 안 읽는 나라에서 도서정가제니 부가세니 붙여버리는데 좋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나라가 이 모양이니 저 모양이니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반응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데 왜 우리나라를 욕하느냐' 반문하면 .....(중략) 그 이전부터 제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을 끼고 살지 못해서 제 마음은 병들어 있던 건지도 모릅니다"

신은미씨와 테러범의 처지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11일 오후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앞에서 "신은미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건물진입 시도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지난 2014년 12월 11일 오후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앞에서 "신은미 구속"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건물진입 시도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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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종편방송을 비롯한 극우언론의 왜곡과 횡포에 따른 폐해가 너무 큽니다. 온 사회가 '종북' 논란에 휩싸인 것도, 많은 사람들이 신은미씨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녀의 강연을 반대하거나 방해한 것도, 고등학생이 그녀를 대상으로 정치 테러를 저지른 것도, 지식인조차 그녀를 '극좌'와 '종북'으로 매도한 것도... 모두 종편방송의 교묘하고 악의적인 왜곡보도에서 비롯된 것들이죠.

그러기에 저는 그 때 행사 진행자들이나 참석자들 일부가 '테러 피해자 모임'을 만드는 것엔 반대했습니다. 테러범도 왜곡보도의 피해자인데 그에게 무슨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였습니다. 게다가 신은미씨와 그 행사를 주관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옳다고 하더라도, 역시 극우언론의 왜곡보도에 따라 그 행사가 테러에 의해서라도 중단된 게 고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테니까요.

신은미씨는 1월 9일까지 두 번의 출국정지 기간 연장 속에서 세 번의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곧 강제로 출국 당하거나 불구속 기소가 될 것 같습니다. 경찰이 그녀의 책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아무리 샅샅이 살펴봐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아들일 내용이 없고, 강연 내용을 뒤져봐도 잘못이 없으며, 미국 내에서 지인들과 통화한 기록까지 털어도 시비를 걸 게 없으니,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모양입니다. 관광비자로 입국해 강연하며 돈을 벌었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며칠 전엔 그녀가 글에서든 강연에서든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한 적이 없다고 용기 있게 공표했습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지시를 받거나 눈치를 보며 무슨 꼬투리로라도 처벌해야 하는 경찰을 비난하기보다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생고생하는 그들에게 동정을 보내야겠지요. 아무튼 그녀는 조카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고국을 방문했다가 결혼식 참석은커녕 가족들로부터도 왕따 당한 채 피신해 있습니다. 미국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사업체엔 요즘 온갖 비방과 협박 전화가 걸려와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종편방송의 왜곡보도가 초래한 결과가 이렇게 끔찍한 것이지요.

한편, 테러범을 용서하고 비폭력 운동가로 이끌고 싶다는 제 의견에 반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를 용인하면 모방범죄가 잇따르기 쉽다고 우려하며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한 저보다 훨씬 큰 화상을 입은 사람의 처지나 엄청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려야겠지만, 다음과 같은 점도 고려해야겠고요.

제가 선처를 호소하지 않더라도, 청와대와 극우언론은 그 학생이 처벌 받도록 가만 놔둘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테러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종북' 콘서트라고 확고하게 단정해 버렸잖아요. 게다가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그 학생을 '우국청년'으로 치켜세웠습니다. '애국' 단체들에서는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상당한 돈을 모아놨다고 하고요. 경찰이 그 학생을 위로하며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담당 검찰 역시 합의와 선처 호소를 바라는 모양이고요.

두가지 조건

물론 제가 선처를 호소하거나 용서하는 데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재판 과정을 통해 테러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합니다. 무슨 일에서든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둘째는 사법부라도 독재를 견제하며 폭력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막아야 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평등하게 살면서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다는 공산주의의 이상과 목표가 바람직하더라도, 공산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폭력과 독재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기 때문 아닌가요.

 이재봉 원광대 교수
 이재봉 교수
'통일 대박'을 외치고 평화통일을 바란다면서도 북한을 증오하도록 이끄는 것은 위선이요, 반공을 국시로 삼듯 하면서도 다양성을 부인하고 독재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공산주의를 닮아가는 것은 모순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테러범을 어찌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고견을 기대하며 새해 인사를 마칩니다.
감사하며 이재봉 드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북인터넷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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