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티로드' 시즌5의 두 MC, 박수진(왼쪽)과 김성은.

'테이스티로드' 시즌5의 두 MC, 박수진(왼쪽)과 김성은. ⓒ CJ E&M


요즘 시끄러운 '테로' 게시판...이유는?

두 여성 MC가 진행하는 올해 햇수로 5년째 방영 중인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케이블 방송사인 올리브의 맛집 탐방 프로그램 '테이스티로드'다. 맛집 탐방 방송계의 '찾아라! 맛있는 TV'(MBC)와 '식신로드'(Y-STAR)가 폭넓은 시청자층을 겨냥한다면, '테이스티로드'는 20~30대 여성 시청자층이 좋아할 만한 맛집을 주로 방문해 차별화를 이뤄왔다.

그런 '테이스티로드' 시청자 게시판이 요즘 평소와 달리 소란스럽다. 현재 해당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몇몇 글들을 요약해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새로 들어온다는 리지, 뜬금없다. - 윤**
다른 MC 들어오면 안보겠습니다. - 정**
리지는 이 프로그램과 맞지 않는다. - 김**
새 MC가 리지라니, 어처구니없다. - 신**

자초지종은 이렇다. 2012년부터 걸그룹 슈가 출신의 박수진과 이 프로그램의 공동 MC를 봐온 배우 김성은이 하차하고, 올해 방영분부터 걸그룹 오렌지 캬라멜 소속의 리지가 새 MC를 맡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테로 마니아'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의 일부 시청자들이 그에 반발하면서 시끄러워진 것이다.

이런 반응은 놀라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테이스티로드'의 경우 그동안 MC가 여러 번 교체됐다. 개그우먼 박지선과 박수진이 시즌1의 공동 MC를 맡았고, 시즌2에선 배우 김호진과 박수진이 MC를 보았다.

이어서 시즌3부터 박수진과 공동 MC가 된 김성은은 시즌제로 치면 '테이스티로드'의 시즌3부터 시즌5까지 활약했다. 앞서 MC를 봤던 박지선과 김호진에 비해 상당히 오랜 기간 MC를 맡아온 것이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박수진과 김성은의 호흡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과거 걸그룹 출신이었던 박수진은 다소 엉뚱하고 튀는 멘트와 식성으로 시청자층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는 MC였다. 맛집 탐방 프로그램의 MC를 맡는 데 필요한 친근함과 관록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때 김성은이 합류해 박수진의 독특함을 잘 이해해주었고, 박수진과 친근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이로 인해 둘은 '먹방 자매'로 불렸고 시청자들은 두 MC를 좋아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언론에 '테이스티로드'의 MC 교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는 내부적 사정에 의한 것이겠지만 시청자층의 형성면에서 보나 프로그램 아이템의 선정에서 안정기에 접어든 '테이스티로드'로서는 일종의 모험과도 같은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박수진의 경우 실제 나이상으로 언니인 김성은에게 의지한 면이 있는데, 리지가 김성은과 교체되면 박수진은 언니 역할을 해야한다. 정반대 입장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헬로! 이방인'에 출연중인 걸그룹 오렌지 캬라멜의 멤버 리지.

'헬로! 이방인'에 출연중인 걸그룹 오렌지 캬라멜의 멤버 리지. ⓒ MBC


걸그룹 선후배인 박수진과 리지...캐릭터 구축이 관건

김성은과 박수진 두 MC의 자매 같은 친근함이 재미의 핵심이었던 '테이스티로드'로서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걸그룹 선후배 사이인 박수진과 리지다. 선후배 서열에 엄격한 가요계 분위기에 맞춰 리지의 경우 방송 초반 박수진의 눈치를 많이 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오는 1월 중순 시작되는 '테이스티로드' 새 시즌의 성패는 박수진과 리지가 서로의 캐릭터 관계를 확실히 정립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에 있을듯하다.

지금으로선 박수진이 김성은처럼 이해심 많은 언니 캐릭터를 맡고 리지가 박수진이 했던 캐릭터를 이어받거나, 박수진이 걸그룹 선배로서 군기잡는 캐릭터를 추구하고 리지가 후배로서 공손히 따르는 캐릭터가 되거나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테이스티로드' MC를 처음 해보는 리지의 먹방 예능 역량이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대선배인 박수진 앞에서 리지가 방송을 마음껏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수진이 과거 김성은과의 시절을 떠올리며 동생인 리지를 도와주면 몰라도 말이다.

또 후자의 경우 '테이스티로드'가 지녔던 먹방 자매의 친근함이 아쉬워질 수 것이다. 물론 리지는 이미 뿔난 '테로 마니아'들을 달래기 위해 더욱 낮은 자세로 겸손히 방송에 임해야겠지만, 그와 별개로 지나치게 걸그룹 선후배 관계를 의식하면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다.  

이래저래 '테이스티로드'의 제작진들은 고민이 많을 듯하다. 리지의 경우 요즘 '헬로! 이방인'(MBC)을 통해 차분히 예능감을 발산하고 있지만, 맛집 탐방 프로그램이 가져야 할 식사 자리의 친근함은 또다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국적으로는 제작진인 작가와 PD의 '신의 한 수'와도 같은 대안 혹은 대책이 필요하다. 아예 '테이스티로드'의 틀을 바꾸는 식으로 파격적인 개편을 하거나 박수진과 리지가 실제로 친해질 수 있도록 함께 식도락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를 새 시즌 초반에 기획해볼 수도 있을듯하다. 

요즘 보기 드물게 걸그룹 선후배 간에 MC를 맡게 된 예능 프로그램 '테이스티로드'의 새해 방송이 어떻게 뿔난 '테로 마니아'들의 마음을 달래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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