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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오후 9시 48분]

"SK브로드밴드 경력기사 모집 [근무시간] 08:00~22:00(14시간) [급여조건] 2,180,000원 ※차량 지원 없고, 자차 필수 [복지혜택] ※필독 4대보험, 통신요금, 유류비, 자재비, 식대 모든 비용 본인부담/근무 중 상해 시 퇴사"

을지로에 있는 SK 본사빌딩 앞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는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서비스 기사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요약해서 적어놓은 현수막이다. 이런 모집광고가 있다면 당신은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 하고 사람에게 되묻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다. 이미 11월 20일 총파업을 결의한 이후로 50일이 넘는 기간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 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지부에서 내건 모집공고 현수막
▲ sk브로드밴드 본사 앞 현수막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 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지부에서 내건 모집공고 현수막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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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올해 3월 30일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지난 5월 달부터 각 지역의 서비스 센터별 교섭을 실시 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에 파업재기권을 획득하고, 11월 20일 총파업에 돌입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9차에 걸친 협의 과정이 있었고, 현재까지 사측은 전혀 노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희는 1년 주기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처지이죠. 내일이라도 센터(지역의 서비스 센터)장이 나가라고 하면 길거리로 나 앉게 됩니다. 고용불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처우의 문제입니다. 기사들은 밤이든 새벽이든 A/S가 있으면 방문해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정기적 휴가가 없다보니 늘 개인 생활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휴일 근무도 거의 매일이고, 토요일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일을 합니다. 야근 수당과 같은 추가근무수당도 전혀 없이 일년 내내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한 달에 받는 돈은 218만원입니다. 이 월급으로 4대 보험료도 개인이 내야 하고, 업무로 인한 출장이라 하더라도 자기 차를 몰고 나가야 하며, 그 차의 유지비용도 전부 개인이 부담합니다. 게다가 경력이 10년, 20년 된 분들도 전혀 퇴직금이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저희가 받는 월급은 150만원 이하입니다. 그것으로 자식도 키우면서 생활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인간을 생각하는 경영을 한다는 SK측의 말은 분명히 모순이 심합니다."

-파업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SK가 서비스를 중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대체인력을 쓰고 있는 것인가요? 그것은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편법을 씁니다. 원청과 하청이 있는데 관리와 급여를 하청에서 다 하면서 이름만 원청에 올려놓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네 단계로 나누어 원·하청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있는 하청에는 센터장이 있고, 센터위에는 원청이 있고, SK브로드밴드가 있고, 본사가 있는 것이죠. 저희는 4명의 사장을 모시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하청에 고용된 저희 대신에 원청에서 대체 인력을 뽑고 그들을 하청으로 내려보내는 것이죠. 그들이 받는 급여가 저희가 요구하는 요금의 두 배 이상입니다."

-직군마다 다른 피해가 있는 것 같은데...
"개통하는 팀과 A/S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개통에 대해서는 개통 건수에 따라 기본급이 없이 성과급처럼 급여가 지급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정규직 직원과 같이 고객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똑같이 취급합니다. 그 차감 기준도 황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출장이 잦은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자제나 비용이 전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리모콘을 교체하는데도 개인이 모두 지불해야 합니다. 심지어는 리모콘의 작동이 괜찮은 경우 그냥 닦아서 다시 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리너를 가지고 다니는 기사도 있고 센터에도 클리너를 비치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일 장애 처리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맞추려고 고객분의 집안에 불이 켜지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9시 넘어서 지나가다 들렀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고객님이 이틀 후에 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그날 처리를 안 해도 기사의 평가점수가 내려갑니다. 고장이 기술적인 문제인지, 고객님의 과실인지를 따지지 않고 고장이 나면 A/S 기사의 책임이 됩니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죠."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과 후 회사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조합이 설립되기 전에는 하청 직원들도 한 식구라고 하면서, 포상이나 성과급 지급도 원·하청 구분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조합을 만들고 교섭에 나서자마자 "당신들은 우리 회사 사람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잡상인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개인 사업자인 것처럼 취급해왔고, 노조설립 이후에는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경찰의 참관하에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파업 노동자
▲ sk브로드밴드 본사 지하입구에서의 일인시위 경찰의 참관하에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파업 노동자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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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 최태원 회장 등의 기업인들을 가석방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어떤 입장이십니까?
"최태원 회장은 구속되어 있는 동안 면회를 1000여 회 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2회 가까이 매일 사람들을 만난 셈이죠. 그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전달받을 수 있도록 교도소 앞에서도 집회를 가졌고, 편지도 보냈습니다.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지금 SK를 운영하는 전문경영인들은 회장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구속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에 동시기재 되어 있음, 팟캐스트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 인터뷰 전문을 업로드할 예정임.



태그:#SK브로드밴드, #총파업, #서비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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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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