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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즉석에서 만든 성탄트리입니다
 아이가 즉석에서 만든 성탄트리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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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6번째 맞는 2014년 성탄절은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가 가족을 위해 마련한 깜짝 파티와 정성이 가득한 작은 선물 그리고 따스한 가슴으로 자라는 아이의 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큰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가던 해, 그리고 작은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충남 예산으로 귀촌하였습니다. 항간에 아이들은 도시에서 키워야 학업에도 뒤지지 않고 미래에 반듯한 직장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수십 년간의 도시생활에서 아이들 어린 시절부터 간절히 귀촌을 원했습니다. 틈만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돗자리와 간단한 간식을 준비한 다음에 작은 마을이나 언덕에 올라 돗자리 펴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을 종종 마련하곤 했습니다.

아이가 준비한 치즈케이크와 엄마를 위한 선물입니다.
 아이가 준비한 치즈케이크와 엄마를 위한 선물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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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제 용돈도 모자랄 텐데 가족을 위해 마련한 치즈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예전에는 큰아이가 성탄절에는 항상 엄마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를 마련하곤 했습니다. 올해는 큰아이 부재로 조금 슬프지만, 작은 아이가 언니를 이어 이렇게 엄마를 즐겁게 해줍니다.

그리고 아이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아두었던 작은 선물을 엄마에게 건네줍니다.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해마다 이렇게 제 용돈을 아껴 모았다가 엄마에게 선물합니다. 포장지를 뜯고 열어 보라고 합니다. 엄마가 행복해하는 미소를 보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합니다.

아이가 용돈을 모아 준비한 엄마를 위한 성탄선물입니다
 아이가 용돈을 모아 준비한 엄마를 위한 성탄선물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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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선물포장지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열어보는데 작은 큐빅이 박힌 화장품 케이스가 나옵니다.

"어머나, 이것 비쌀 텐데 어떻게 마련했어?"

아이왈, "엄마, 이것은 세일하는 곳에서 반값에 샀어요" 합니다. 그리고는 얼른 화장품 뚜껑을 열어 보라고 재촉합니다.

아이가 준 성탄 선물 비비파우더입니다
 아이가 준 성탄 선물 비비파우더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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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하고 열었는데 화장품 케이스 안에는 연한 살색빛이 나는 비비크림이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엄마가 출근하실 때 얼굴에 뽀사시하게 바르고 다니라고 딸래미가 정성을 들여 고른 귀한 선물을 받고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큰아이가 엄마 화장품이 떨어지면 인터넷에서 영양 크림도 사주고 성탄절과 엄마 생일에 선물을 챙겨주던 생각이 납니다. 큰아이도 착하고 심성이 고운데 올해 공무원 시험 친다고 고시텔에 들어가더니 아직 집에 안 돌아옵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큰아이의 꿈을 이루지 못해 가족 볼 면목이 없나 봅니다. 저는 큰아이가 비록 제 꿈을 이루지 못해 서운하겠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고운 마음만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아이는 미래의 꿈을 위해 그림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아이는 미래의 꿈을 위해 그림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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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는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틈만 나면 열심히 그림 그리기 연습을 합니다. 비록 제가 귀촌하여 텃밭 농사로 가족 먹거리 일부는 자급자족하고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가지만 자식들만큼은 도시에서 키운 아이들 못지않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농촌은아이들 심성을 곱게 기를수 있는 환경이 좋습니다.

큰아이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대학 입학하면서 농촌에 왔고, 농업계열 학과에 가서 4년 동안 농업인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장학금혜택을 받고 대학교에 다녔습니다. 농축산 계열 학과를 공부하는 대학생 중에 식물학과, 동물학과, 식품공학과, 원예학과 학생들은 부모님이 농촌에서 논밭 300평 이상 경작하고 농지원부가 있으면 농업인 자녀 성적 우수자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농촌지도사, 농업계열 연구사 국가고시 시험에서 전공학과목만 응시할수 있는 특혜가 주어집니다.

작은 아이는 처음에는 적응이 조금 어려웠지만, 주위에 유해환경이 없고 학교 오가는 길에 좋은 공기와 자연을 접하다가 보니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우선 부모 마음이 자연환경 속에서 평화로워지니 아이도 편안하게 잘자랐습니다.

특히 시골집에서 동식물을 기르다 보니 동물을 사랑하고 돌보며 남을 배려하는 심성 고운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지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착한 마음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현실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지금 이대로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온화한 품성으로 잘 자라주기를 이번 성탄절에 부모의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태그:#성탄선물, #성탄트리, #비비파우더, #그림공부, #농촌의 교육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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