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 스틸컷

tvN <미생>에 출연한 가수 겸 배우 임시완.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임시완은 지난달 열린 <미생> 현장공개 겸 기자간담회에서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에게 접대를 강요하는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 '나는 내가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지만 너는 남이 마시고 싶을 때 마셔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6화의 한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은 바 있다. <미생> 종영 후 만난 임시완은 또 다시 그 장면을 언급했다. 다만 그때의 임시완이 그 장면을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면, 이번엔 아버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 말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가슴 아프게 들렸다"는 임시완은 "밤마다 술이 취해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 생각이 났다"며 "어렸을 땐 그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 대사에 문득 '그때 아빠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자연히 <미생> 그 자체에 대한 것으로 흘렀다. 논란이 됐던 부분부터 시즌 2에 대한 생각까지, 임시완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액션 히어로'된 장그래? 시청자에게 주는 판타지적 선물"

- 논란이 됐던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상식 차장이 회사를 나가고, 최 전무(이경영 분)가 좌천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장그래가 '민폐'가 됐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원작 속 장그래가 정말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를 벌인 것이었다면 드라마 속 장그래는 차장님을 너무 간절하게 생각하고 원했던 상태에서 뭐라도 해 보려다 실수한 거였다. 원작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이건 피해갈 수 없는 에피소드였다. 그래서 작가님과 PD님도 많이 고민한 부분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본 의도는 어찌됐건 (극중) 장그래가 실수를 했고 그게 너무 컸기 때문에, 용서를 받기엔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나와야 다음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장그래가 밉상이 됐다고 해서 큰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 이야기는 풀려야 하는 상황인 거고, 그 자체가 장그래였고…. 장그래가 모든 분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tvN <미생> 스틸컷

"힘들고 좌절하는 모습에 안타깝게 느껴졌던 장그래가 현실에서 벗어나 멋있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건 실제 장그래인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르단에서 촬영할 때 비현실적으로 멋있는 부분을 더 담으려 노력했던 거고." ⓒ CJ E&M


- 20회 요르단에서의 에피소드도 논란이 됐다. '장그래가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주는 판타지적인 선물이라 생각했다. 사실 극중 가장 비현실적이고 가장 드라마적인 부분이 요르단 에피소드다. 그동안의 <미생>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리고 상식적으로 장그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부분을 요르단에서 하잖나. 그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차에 치어도 막 일어나서 뛰어다니고 상처도 안 나고…. (웃음)

다만 그런 부분으로 시청자가 눈이 즐거울 수 있게, 아니면 카타르시스까진 아니어도 대리만족 정도는 줄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힘들고 좌절하는 모습에 안타깝게 느껴졌던 장그래가 현실에서 벗어나 멋있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건 실제 장그래인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르단에서 촬영할 때 비현실적으로 멋있는 부분을 더 담으려 노력했던 거고."

- 그렇게 이해한다 해도 이질감이 컸던 건 사실이다. 장그래가 막바지에 반드시 슈퍼맨이 되어야만 했을까.
"물론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꼭 그래야(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넣은 장면도 아니었을 거다. 다만 초반에 드라마나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숨쉴 틈이 없지 않냐'는 고민이 (제작진 사이에) 많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작가님과 PD님이 '요르단에서는 숨통을 틔게 해 주자'는 의도로 해결책으로서 요르단에서의 추가적인 에피소드를 만드신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대본보고 열심히 연기하는 입장이라 그걸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제작진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요르단에서의 모습이) 장그래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 생각한다. (장그래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봐도 되는 것 같고. 정말 선물로서, 장그래를 떠나보내는 분들에게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었을까."

"'미생'으로 인정받았다기보다...밑천 드러났다는 생각 든다"

 tvN <미생>에 출연하는 가수 겸 배우 임시완

ⓒ CJ E&M


 tvN <미생> 스틸컷

"그동안 드라마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 현장은 공기가 달랐다.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든 현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까지 열정 이상의 것을 갖고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따라가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 ⓒ CJ E&M


- 이번에 <미생>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한 것이 있다면.
"종방연 때 말했던 건데 <미생> 촬영현장은 배우도 그렇지만 PD님부터 모든 스태프가 연기에 미쳐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나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뛰어넘는 열정, 또 그 열정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 속에서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엔 나와 비슷한 장그래를 표현하고 그 캐릭터로 살아간다는 것에 즐기는 입장이 컸는데, 점점 '잘 해야겠다' '책임지고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무게감이 커졌다. 그러면서 즐긴다기보단 버티는 촬영의 연속이 됐다. 그동안 드라마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 현장은 공기가 달랐다.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든 현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까지 열정 이상의 것을 갖고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따라가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

- 그러면서 연기자로서 스스로도 '미생'이라 느낀 순간도 있었을 법하다.
"<미생>으로 인정받았다기보단 연기적 밑천이 드러났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반쯤부턴 더더욱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밑천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으려 아등바등했던 것 같다. 내 한계를 느꼈던 만큼 앞으로 더 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즐기면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단순하게 다가가선 안 되는 작품이었구나' 싶고. 그러면서 '연기적으로는 나도 미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tvN <미생> 스틸컷

"시즌 3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지만, 시즌 3이 나온다면 그때도 '또 얼마나 성장했을까'라는 기대감을 주는 장그래가 됐으면 한다. '완생이 됐다'기보다는 '완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 CJ E&M


 - 연극이나 독립영화 등의 경력이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며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인턴 시절 홀로 검정고시 출신이라 소외감을 느끼는 장그래와도 겹치는 지점이기도 하고.
"오히려 처음엔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장그래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활용해 즐기면서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런데 연기적으로 보여주는 게 많은 분들과 함께 촬영하다 보니, 시청자가 거기(연기)에 대해 더 기대감을 갖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 그걸 내가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점점 들면서 부담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버틴다'는 표현을 했던 거다."

- 특히 한계를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되게 많았다. 심지어 내레이션을 할 때도 그랬다. 끝을 내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다음 촬영 시간도 다가오는데 또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 하니까. 마인드 콘트롤도 연륜이고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내가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했고…. 점점 시간에 쫓기니 마음도 급해지고, 제대로 못하겠더라. 그러니까 더 시간이 걸리고. 이번 신을 찍고 나면 바로 다음 신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사는 길고, 준비할 시간이 없지만 또 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마인드 콘트롤 하기가 어려웠다."

- 영업 3팀 멤버들이 다시 새 회사에서 뭉치면서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즌 2에 출연한다면, 어떤 장그래의 모습으로 등장하길 원하나.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싶다. 시즌 3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지만, 시즌 3이 나온다면 그때도 '또 얼마나 성장했을까'라는 기대감을 주는 장그래가 됐으면 한다. '완생이 됐다'기보다는 '완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화제의 드라마 <미생> 임시완 인터뷰 관련 기사===

[인터뷰 ①]'미생' 임시완 "장그래 연기 점수요? 80점 정도"
[인터뷰 ②]'미생' 임시완 "'밉상'된 장그래, 미련이나 아쉬움 없어요"
[인터뷰 ③]'미생' 임시완 "나는 아직도 '필요한 바둑돌'은 아니다"


미생 임시완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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