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토토가'의 한 장면.

<무한도전> '토토가'의 한 장면. ⓒ MBC


<응답하라 1997> 시원이는 H.O.T 오빠들이 없어서 조금 서운했겠지만, 현실의 시원이들과 1990년대를 살아냈던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엔 눈물을 훔쳤다는 이,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갔다는 이, '90년대' 음악을 틀어 주는 카페로 출동한다는 이들의 간증과 고백이 이어졌다. 화면에선 S.E.S 슈와 바다, MC 이본의 눈물이 전파를 탔다.

"이번 무도의 토토가는 재밌는 장면에서도, 신나는 장면에서도 벅찬 눈물이 흘렀다. 내가 20대 시절에 만든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아쉬움과 감동, 그리고 꿈틀거리는 희망과 도전이 공존했던 시간. @teoinmbc 고마워요."

방송을 본 작곡가 윤일상은 이런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전국 시청률 19.8%(AG 닐슨코리아 집계). <무한도전>만 놓고 봐도 올해 최고였고, 근래 들어 하향화만 예능 시청률로 봐도 놀라운 수치다. 최근 노홍철의 후 '유혹의 거인'을 편성하면서 절치부심하던 <무한도전>이 다시 한 번 '예능사'에 획을 긋는 순간이다. 무엇이 이렇게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을까.

제대로 소통한 리얼 추억 버라이어티,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무한도전> '토토가'에 출연한 가수들.

<무한도전> '토토가'에 출연한 가수들. ⓒ MBC


"시청자들이 추억을 떠올리게 할 리얼 추억 버라이어티(?)."

앞서 박명수와 정준하가 '토토가'의 아이템을 들고 나왔을 때, 판정단이 내린 평가다. 리얼은 '무도'가 개척한 영역이고, 추억은 사회문화적으로 담론과 텍스트가 폭발했던 '90년대'가 담보하며, 버라이어티는 유재석 이하 출연진과 제작진이 매주 반복하는 '밥벌이' 아니겠는가.

김태호 PD와 제작진의 예의 그 '센스'는 빛을 발했다.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 몇몇 자막의 일방적인 상찬에도, 옛날 브라운관 화면비와 자막체를 가져오고, 녹화장을 찾은 현실의 시원이들과의 이벤트를 마련하고, <아름다운 얼굴>의 셀프카메라를 차용하는 등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버라이어티'로서의 본연에 충실하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40대 이상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노래'와 '스타',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들'이 만나며 '토토가'는 근래 볼 수 없던 장관을 연출했다. 더욱이 간만에 무대에 선 S.E.S. 슈와 터보의 김정남처럼 무대에 오른 이들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공유하는 그 감정, 추억이란 이름으로 단정할 수 없는 시간의 두께가 전해 주는 감흥은 분명 진귀한 것이었다.

그건 무대 뒤 대기실 형식을 빌려 온 <불후의 명곡>이, 이름을 차용한 <나는 가수다>도, 가수들을 한데 모으는 연말 시상식 무대도 할 수 없는 성질의 감동이었다. 1990년대에 함께 10대와 20대를 통과한 이들이 노래하고 손벽을 치는 그 순간, 과거의 기억에서 현재를 확인하고 추억을 공유하기.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 '토토가'가 누구에게는 실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의 마무리와 위로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10대에겐 <가요무대>? '<무한도전> 땡큐' 연호엔 이유가 있다 

 <무한도전> '토토가' 녹화 후 진행된 뒷풀이 현장.

<무한도전> '토토가' 녹화 후 진행된 뒷풀이 현장. ⓒ MBC


그럴지도 모른다. SNS에 회자된 농담처럼, '토토가'가 30대에 이상에게는 추억여행이지만, 20대에게는 <콘서트 7080>이요, 10대에게는 <가요무대>일 거라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음악이 줄 수 있는 유효기간을 뛰어넘는 감흥이나 '90년대' 대중문화가 지닌 너른 파급력을 잊은 단견일 수 있다.    

'토토가'는 연말 가요상이 아이돌이 점령하고, 거대 기획사가 좌지우지하고, 거대 방송사의 횡포가 지적되는 등 맥을 잃었다고 비판을 받아 온 요즘, 지상파가 보여줄 수 있는 연말 콘서트 무대가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와도 같아 보인다. 시청자와 청중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는 동시에 무대에 선 가수들까지 색다른 경험을 아로새겨 준 '토토가'는 MC로 선 이본의 글썽임이 대변하듯 마음을 들썩일 수 있는 '무대'가 무엇인지 되새겨 준 것이다.

제대로 된 '추억팔이'란 그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시대상과 서사, 캐릭터로 우회하면서 시대를 환기시키는 배경음악으로서 기능했다면, '토토가'는 20여 년 전 데뷔해 지금까지 팬들과 호흡하며 제 삶을 살아왔던 스타들을 소환해 그 '음악'을 현재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무도'의 영향력 아래 그 '추억팔이'는 '토토가'를 <가요무대>로 인식하는 세대에게까지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국제시장>이 인기를 얻으며 더 윗세대와의 소통이 대두되는 지금, '토토가'야말로 대중문화가 줄 수 있는 세대 간 소통의 영역을 확장시킨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벌써 <무한도전> 콘서트처럼 2년에 한 번 개최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정남은 시즌2를, S.E.S.는 유진과 함께 서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성급할지 모르지만,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것도 다 <무한도전>과 '토토가'가 만들어 낸 감동의 여파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게, 2014년 연말 '토토가'가 "고마워요, <무한도전>"이란 감사를 여기저기서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무한도전 토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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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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