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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나가고 싶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장애 때문인지, 그 상황이 몸서리가 처져서 인지는 몰라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있을 때, 보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가 토론회 끝날 무렵 토론회의 진행자가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는 고통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이크를 잡자마자 통곡하듯 울먹이며 호소했다.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시설을 나가고 싶다고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이 정상인과 다르기 때문이고, 언어 또한 비장애인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성추행 피해자인 A모양이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며 호소 하고 있다.
 성추행 피해자인 A모양이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며 호소 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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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다른 장애인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자신도 할 말이 있다고. 이미 토론회 시간은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그는 양해를 구했다.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을 하는 그의 말투로. 무려 15분이나 요청했다. 그런데도 토론회 참가한 일반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석자들은 박수로 허락했다.

향림원 피해자인 남성 장애인 B모씨가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향림원 피해자인 남성 장애인 B모씨가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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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난히 다리가 작고 말라보였다. 상체는 비틀어질데로 비틀어져 있었다. 그 작은 몸에 고통스런 얼굴로 그는 가혹한 단어들을 계속 토해냈다. 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울부짖듯 몸서리치며 수많은 단어들을 쏟아냈다.

이 상황은 지난 19일, 경기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의 한 모습이었다. 토론회의 마지막 피해당사자들인 이들은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대체 그동안 향림원 피해자에게는 어떤 상황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울먹이던 그녀는 바로 이번 향림원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다.

바로 자신의 피해를 고발한 장애인 A아무개양, 또 다른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적 발언하고 있는 장애인 B아무개씨다. 그들은 경기 광주에 있는 향림원이라는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보호 대책 마련 및 지자체의 역할>의 토론회에 참석중인 참석자들과 기록을 위해 녹화와 속기중인 현장의 상황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보호 대책 마련 및 지자체의 역할>의 토론회에 참석중인 참석자들과 기록을 위해 녹화와 속기중인 현장의 상황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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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거주시설 장애인 인권보호 대책 마련 및 지자체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토론회. 위 두 장애인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참가한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정책위원, 신숙경 전주대 재활학과 교수, 김의수 장애인 정책 모니터링센터 선임연구원, 박인용 함께가는 서울 장애인 부모회 대표, 안은자 경기도 장애인인권센터 팀장, 이강천 파주자유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등 각 토론자는 시설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 및 운영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나누었다. 향후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안전한 복지시설'이라는 착각에 빠진 대한민국

영화 <도가니>가 개봉한 후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그것이 이미 오래 전 일이고 다 해결된 일이라며 안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500여 개가 넘는 시설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유독 그런 유사한 상황은 <도가니>에만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생각한다. 장애인 복지시설이라는 존재가 명칭 그대로 순수히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고. 게다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시설 입소를 권하기까지 한다.

"도가니? 그런 건 일부 문제지.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

스스로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상관없다. 장애없이 사는 우리들은 그런 시설에 들어갈 일은 전혀 없을테니까. 오히려 우리는 안전한(?) 시설들을 주변에 홍보까지 해주고 있지는 않았던가? 더욱이 문제 있는 시설들은 일부분의 문제일꺼라고 자신에게 말하고 있을테니까. "시설에 살아야 하는 장애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란 질문에 그날 만난 한 장애인은 이렇게 말했다.

"버려진 장애인들이에요. 부모도 버린 장애아들이 시설에 들어와요."

그는 최근 몇 년 전까지 장애 시설에 살았다고 했다. 그도 시설에 있을 때는 시설을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취직이 되어서 나올 수 있었다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지금은 시설에서 같이 나온 동료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지금은 정말 살 만합니다."

그들은 왜 시설에 있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부모에게 버려진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안전하다는 장애인 시설이 왜 나가려는 장애인들을 막으려는 것일까?

장애인에게 어쩌면 가장 큰 도움은 시설에서의 보호가 아닌 각 개인의 자립일 것이다. 시설을 나가고 싶다고, 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장애인. 하지만 관리감독을 하는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관할 지자체의 상황을 보면 참담하다. 국가가 인권을 위해 지정한 수많은 절차와 법으로 인해 피해자인 그들에게 현재 일어난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시설에서 더욱 가혹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장애인을 수익사업으로 이용하는 잔혹한 공모자들

"10년 동안 죽자 사자 시설문제에 매달려 투쟁해도 담벼락 하나 못 무너뜨릴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일인당 나라에서 할당되는 예산이 약 200만 원 정도인데 그중 85% 시설에, 5%는 공과잡비, 10%정도만이 장애인에게 돌아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시설 내 폭력이 있는 곳은 항상 따라다니는 금전 문제인 횡령 등의 문제가 붙어 다닙니다."

그것이 바로 토론 참가자들이 전해주었던 믿기 힘든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시설 뒤에 불안하게 감춰진 모습이었다.

복지부의 규정에 따라 시설은 비상주 촉탁 의사를 두게 되지만, 정부가 아닌 시설장이 위촉하는 장애인 생활시설의 위촉된 촉탁의사. 그들의 비정상적인 공생관계. 정신병원과 시설의 결탁의 사례들. 이러한 현실의 문제 뒤에 아직 그들에게 변한 상황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수익사업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잔혹한 공모자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광주시 측이 향림원 사태해경을 위한 범시민 대책위 측에 보내온 답변서.
 광주시 측이 향림원 사태해경을 위한 범시민 대책위 측에 보내온 답변서.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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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던 그들에게서 온 답변서

지난달 14일, 향림원 사태 해결을 위한 범시민 대책위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직후 향림원 거주 시설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범시민단체위원회의 요구안이 제출됐다. 그후 11월 19일, 관할 광주시 측으로부터 답변서가 도착했다. (관련기사 : <도가니>... 그 끝나지 않은 악몽, 향림원)

그 속에는 "최선을 다했는 데 억울하다"고 항의하던 그들의 시각이 확연히 보였다. 총 7개의 요구사항 답변서 내용 중 '불가하다' 2건, '검토하겠다' 3건, 요청하겠다. 진행 중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향림원 사태 해결 추진 범대위 측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분노했다. 지자체 공무원 그들의 답변서 뒤로 피해자들이 한 말이 뒤에 남는다.

"이게 말이 됩니까?"

장애인들은 부모에게 버려지고, 사회에게 버려지고, 나라에서 버려지고 있다. 그들이 울부짖으며 아무리 외쳐도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영화 <도가니>는 끝났지만, 아직도 비참한 현실은 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 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태그:#경기 광주시, #향림원, #광주시청, #답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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