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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음악에 감응하는 한순간을 영화 <쇼생크 탈출>만큼 감동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많지 않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재소자들 가운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던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음악은 그들의 굶주리고 메마른 영혼에 더 온전히 흡수된다. 음악이 흐르는 짧은 시간, 재소자들은 교도소 담을 훌쩍 넘어 날아가는 새처럼 자유를 맛본다." -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에서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표지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표지
ⓒ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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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대러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우연히 잠입하게 된 방송실 문을 잠그고 LP판 한 장을 골라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 소리에 놀란 간수들은 앤디에게 음악을 끄고 나오라고 윽박지르지만 앤디는 오히려 볼륨을 한껏 올려 버린다.

이때 흐른 음악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산들바람의 노래'였다는 사실을 신간,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를 읽고 알았다. 이십 년 만에.

클래식 입문서는 차고 넘친다. 대중음악과 다르게 고전음악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시간 인내심이 필요다. 음악을 만든 작곡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에도 흥미가 느껴져야 할 것이고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도 궁금해야 한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를 제대로 지휘하려면 적어도 쉰 살을 되어야 한다"던 세계적 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고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대한 음악가들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꽤나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일인 듯하다.

대가들의 첫사랑과 결혼생활

이채훈의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는 재미있게 읽힌다.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말러 등과 같은 대가들이 그들의 연인이나 아내와 함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으로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그들의 사연과 함께 즉시 음악감상이  가능하다.

'월광소나타'가 베토벤이 첫사랑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한 음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좀 더 쓸쓸하다. 베토벤은 평민, 귀차르디는 귀족이었기에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살의 나이에 교회에서 알게된 여인 테레제 그로프에게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슈베르트의 사연은 더욱 처량하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헝그리 정신'은 슈베르트 음악의 자양분이 된 확실하다. 31살에 요절한 그가 무려 650곡의 가곡을 모두 명곡으로 남겼으니 말이다.

남성적이었던 조르주 상드와 여성적이었던 쇼팽, 19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부부가 된 구스타프 말러와 알마 마리아 신들러,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와 밀류코바 등의 커플들은   모두 예술을 위해서였는지 불행한 파국을 맞이한다.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음악과 함께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체코가 아직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니까 십년도 더 된 일이다. 프라하로 출장 갔던 적이 있다. 정확히는 파리 출장이었던 것을 일행의 요청으로 프라하 여행을 일정에 끼워 넣었다. 체코에서 만난 가이드의 차 안 스피커에서 한 번쯤 들어 본 적 있는 장엄한 음악이 흘렀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만난 사연이다. 생각해 보니 도나우 강과 몰다우(블타바의 독일식 표현)강을 구별하지 못하던 때이기도 하다.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사랑

"19세기 오스트리아 식민지였고 최근엔 러시아의 점령으로 고통을 겪었던 체코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민족 음악의 창시자가 바로 베드르지흐 스메타나다. 체코 필하모닉은 해마다 '프라하의 봄' 음악제 첫날(스메타나가 서거한 5월 12일)에 그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두 번째 곡인 '블타바'를 연주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p.188)

바르샤바가 고향이었던 쇼팽, 핀란드가 조국이었던 시벨리우스, 스탈린으로부터 숙청 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사랑과 희망을 그리고자 했던 쇼스타코비치 등의 음악이 현재까지도 시의성을 잃지 않는 이유가 역사는 반복되고 대중들의 삶은 여전히 슬프고 괴로운 일이, 기쁘고 행복한 일보다 그 절대량이 훨씬 더 많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턴테이블에 얹은 엘피판에서 '산들바람의 노래'가 흘러 나올 때 모건 프리만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두 이태리 여자가 노래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두 여자는 뭔가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 높이 멀리 울려 퍼지는 것처럼 쇼생크의 모든 재소자들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 

저자, 이채훈이 제일 좋아하는 위대한 음악가는 모차르트인 듯하다. 그의 천재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살아생전 어머니와 아버지, 자식 넷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기에 짧은 인생을 살았음에도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안 남은 올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우리 모두를 위한 음악회에 모차르트를 초대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이채훈 지음, 2014년 12월 17일 발행, 사우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필요한 한 곡의 위로

이채훈 지음, 사우(2014)


태그:#클래식, #이채훈,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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