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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햇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실리콘 밸리를 지척에 둔 아메리칸 드림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찬양하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그보다 내게 와 닿은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환상적인 날씨였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 그 부드러운 햇살은 여행 끝에 닿은 여행자를 위로하는 듯 찬란했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가로수들이 겨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높게 솟은 마천루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그래서인지 거리의 사람들 복장도 가지각색이다. 겨울 외투에 두꺼운 부츠를 신은 사람, 셔츠에 타이, 반소매 차림 등등 계절을 짐작하지 못하겠다.

유니언스퀘어 겨울에도 온화한 온도와 따뜻한 햇살을 유지하는 샌프란시스코는 계절이 주는 낭만이 있는 도시다. 케이블카 종점이 있는 유니언 스퀘어 주변에는 하루종일 울리는 딸랑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모습을 나타내는 케이블 카는 더욱 그렇다.
▲ 유니언스퀘어 겨울에도 온화한 온도와 따뜻한 햇살을 유지하는 샌프란시스코는 계절이 주는 낭만이 있는 도시다. 케이블카 종점이 있는 유니언 스퀘어 주변에는 하루종일 울리는 딸랑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모습을 나타내는 케이블 카는 더욱 그렇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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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 스퀘어에 들어서니 광장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계절을 잊은 사람들의 수다가 한참이다. 도로에서는 복잡하게 꼬인 전선이 하늘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 카를 위한 것이다. 맨해튼 못지 않은 마천루를 자랑하는 대도시에 케이블 카라니, 별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 사람들은 유독 간직해야 할 추억이 많은 것일까.

천장이 뚫린 2층 시티투어버스에 한가득 들어찬 여행자에게 손을 흔들고 트램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느릿느릿 다가오는 트램에 대롱대롱 매달린 여행자들을 만났다. 샌프란시스코의 트램은 그냥 타기만 해서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나는 내 입에서 '보헤미안'이라는 단어가 나올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말에 그녀들은 요란스럽게 웃으며 손을 잡아 나를 트램에 태웠고, 나는 7개월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내가 이랬을까. 어쩌면 도시의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지도와 각종 안내지를 쳐다보다가 제일 먼저 눈에 띈 쓰레기통에 그것들을 처박았다.

앨커트래즈와 초콜릿

지도를 내려놓고 도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만에 접한 39번 부두, 피어39(Pier 39)였다. 오전 시간이라 문도 채 열지 않은 해산물 음식점들 사이로 눈에 띄는 요트와 기념품 가게들이 바르셀로나와 마이애미를 연상케 한다. 그저 따뜻한 햇볕만으로도 위안이 되던 그곳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차에 저 멀리 그 유명한 섬 앨커트래즈가 고개를 내밀었다.

 조류가 심하고 차가운 바다, 주변을 맴도는 상어 떼, 결정적으로 육지에서 차단된 섬이라는 점이 앨커트래즈를 가장 악랄한 흉악범만 수용되는 감옥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폐쇄되어 관광지로 쓰이고 있다.
 조류가 심하고 차가운 바다, 주변을 맴도는 상어 떼, 결정적으로 육지에서 차단된 섬이라는 점이 앨커트래즈를 가장 악랄한 흉악범만 수용되는 감옥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폐쇄되어 관광지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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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영화가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감옥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킨 작은섬은 신기루처럼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페리 한 대가 그 곁을 맴돈다. 온갖 흉악범의 형무소로 쓰인 그곳이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고 해야 할까.

다시 육지로 눈을 돌려 피어39에서 이어지는 바닷길을 따라 걸으니 이번에는 푸른 녹지가 잔뜩 펼쳐졌다. 그 곁에 자리잡은 커다른 건물 외벽에 적힌 '기라델리(Ghirardelli)'라는 글자를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어디선가 풍겨온 달콤한 향에 이끌려 찾은 곳은 초콜릿의 명가 '기라델리 스퀘어'였다.

기라델리 스퀘어 그 유명한 초콜릿 회사 기라델리(Ghirardelli) 건물. 초콜릿으로 만든 모든 것을 맛 볼 수 있는 쇼핑몰로 근처의 넓은 잔디 정원과 바닷가 풍경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 기라델리 스퀘어 그 유명한 초콜릿 회사 기라델리(Ghirardelli) 건물. 초콜릿으로 만든 모든 것을 맛 볼 수 있는 쇼핑몰로 근처의 넓은 잔디 정원과 바닷가 풍경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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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골든 게이트 브릿지(Golden Gate Bridge)를 통째로 만들어놓은 초콜릿 모형 앞에서 몇 개의 초콜릿을 받았다. 무심결에 입에 넣었더니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햇살처럼 단 맛이 온몸에 퍼진다. 인생의 쓴맛 따위는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그 마법 같은 단맛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골든 게이트 브릿지

이튿날, 나는 차를 한 대 빌렸다. 그 유명한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기도 했고, 모처럼 지도를 버렸으니 어디든 발길 닿는 대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시가지 맨해튼을 떠올리게 하는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비지니스 구역을 지나면 곧바로 미국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펼쳐진다.
▲ 샌프란시스코 시가지 맨해튼을 떠올리게 하는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비지니스 구역을 지나면 곧바로 미국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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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마저 가릴 만큼 거대한 캘리포니아 은행과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차이나타운을 지났다. 누군가의 눈에 나도 보헤미안으로 보이고 싶었던지, 여느 여행자라면 멈춰 섰을 곳을 모두 지나친 나는 곧장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향해 달렸다.

다리의 붉은색 기둥이 조금씩 커지다 마침내 머리 위로 지나칠 때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대로 첫 번째 전망대인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를 지나 마린 헤드랜드(Marin Headlands)까지 달렸다.

마린헤드랜드 골든 게이트 브릿지 건너 샌프란시스코 만 위에 자리잡은 높은 곶의 전망대. 이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이 골든 브릿지 게이트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었다.
▲ 마린헤드랜드 골든 게이트 브릿지 건너 샌프란시스코 만 위에 자리잡은 높은 곶의 전망대. 이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이 골든 브릿지 게이트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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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만 위로 튀어나온 마린 헤드랜드 꼭대기에 올라 도시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조용하고 잠잠한 파도는 육지에 부딪혀 흩어지고, 구불구불 부드럽게 이어진 곡선의 언덕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고 있으려니 절로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떠올랐다.

오늘 저녁에는 와인을 한 병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그 풍경을 쳐다보고 있으니 꿈처럼 몽롱하다. 내가 진짜로 보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몸을 날려 버린 기세로 불어치는 바람에 시린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끝없이 펼쳐진 언덕들도 바람에 흔들렸다.

호크 힐(Hawl Hill)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그곳은 어딜 가도 산책하기 좋은 차분한 이 도시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곳이었다. 참으로 그럴싸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눈을 감고 바람에 맞서려니 다리가 후들후들 거린다. 어디선가 독수리의 긴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눈을 떠보니 하늘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호크아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든 게이트 브릿지의 모습.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이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었다.
 호크아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든 게이트 브릿지의 모습.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이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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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실감할 수 있는 크고 긴 다리 너머로는 바다 위로 샌프란시스코의 마천루가 펼쳐졌다. 차를 옮겨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바람은 한층 강해졌다. 까마득한 절벽으로 내 모는 듯한 강한 바람에 맞서는 발걸음이 더뎌지고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가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든 게이트 브릿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 1844년 존 프레몬트가 '골든 게이트'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1937년 개통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시와 마린카운티를 연결해 준다.
▲ 골든 게이트 브릿지 1844년 존 프레몬트가 '골든 게이트'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1937년 개통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시와 마린카운티를 연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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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로 덮인 언덕과 바다 그리고 다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그 모습은 과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힐 만하다. 그 때문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채색과 보강 공사를 한단다. 그들의 말처럼, 골든 게이트 브릿지는 차라리 거대한 미술품이 더 어울리는 말이다.

해가 저물면서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자 붉은색으로만 생각했던 다리는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갔다. 더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전에 수면에 반사된 햇빛이 찌르듯이 눈앞을 가렸다. 보이기 싫은 모습을 보인 것처럼 다리는 그렇게 주홍빛으로 물들었고, 나는 언젠가 안개가 자욱하게 낀 골든 브릿지 게이트를 사진에서 본 기억을 떠올렸다.

샌프란시스코에 비가 내린 후면, 다리는 모습을 감추고 해무 속에서 오렌지빛으로 빛나는 오로라만이 그 존재감을 알린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안개가 낀 날을 기대하게 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도시다.

간략여행정보
태평양 연안의 샌프란시스코는 대서양에 연해 있는 뉴욕의 대칭점으로, 또 그 바다 너머 파리의 대칭점으로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케이블카, 금문교, 차이나타운 등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그립엽서 속의 장면들이 넘쳐나지만, 이 도시에서는 작은 책 하나를 들고 산보에 나서는 게 좋다. 책은 관광 가이드가 아닌 마크 트웨인, 잭 런던, 잭 케루악 등 이 도시에 살았던 보헤미안들의 것이면 더욱 좋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보기 위해서는 차를 빌려 마린 헤드랜드에 오를 것을 적극 권장한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풍경이야말로 이 다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만들었다. 

좀 더 자세한 샌프란시스코 여행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saladinx.blog.me/3016009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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