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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경비직 노동자 최저임금제 적용을 앞두고 경비원들이 대량 해고 위기에 처했다.

최저시급의 90%선인 4689원을 적용하는 현재와 달리 내년부터는 최저시급의 100%인 5580원을 임금에 적용함에 따라 관리비 인상을 우려한 다수의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축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경비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약 1만 명에 가까운 경비원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경비원 대량해고, 예상 가능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 26일 오전 노원역 앞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막아달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 26일 오전 노원역 앞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막아달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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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비원 대량해고 문제는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 2007년 정부는 경비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2012년에 최저시급의 100%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당시에도 집단해고 사태가 빚어지며 시행을 2015년으로 미뤘다.

그러나 3년 동안 정부가 실태 파악이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경비원 1인당 6만 원 가량의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예산 확보에 실패하며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파트 측에서도 경비원 해고가 달갑지만은 않다. 내가 사는 부산 동래구의 A아파트에도 지난 1일 2명의 경비원 해고를 통보하는 공고문이 붙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이아무개(50)씨는 "우리도 5년 넘게 함께 일한 경비원들을 해고하는 마음이 좋지 않다. 경비원 감축 공고 이후 입주민들의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면서 "인원 감축을 하지 않으면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같은 아파트 경비원인 황아무개(67)씨는 "지금 하루 5명이 일하면서 3명은 15시간씩, 2명은 24시간씩 근무하는데, 인원을 줄이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휴게 시간을 줄인다고 하는데 사실 그 시간에도 택배 업무, 청소 등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라고 전했다. 황씨는 "임금이 올라 좋긴 하지만 일자리를 잃게 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다"면서 "나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장기적 지원 통한 고용 안전성 확립 필요

이처럼 경비직 노동자 최저임금제 시행이 역효과를 낳고 있으나 정부는 허울뿐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인데 이런 정책이 가속화 된다면 노년층의 가계 곤란과 사회로부터 고립, 자녀들의 부양 부담이 커지는 등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미봉책이 아닌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을 통한 고용 안전성 확립이 주요 과제다. 더불어 최저시급을 적용 받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관리비가 인상되더라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주민 차원의 인식전환도 시급하다.


태그:#경비원, #해고,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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