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드라마의 힘은 강력했다. 전체적으로 시청률 파이가 낮아졌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쏟아진 히트작들과 그 안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캐릭터들이 시청자를 즐겁게 해 주었다. 과연 2014년 드라마 속에서 주목받은 캐릭터들은 누가 있을까. 2014년을 정리하는 의미로 뽑아 보았다.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천송이-이재경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 SBS


2014년 가장 뜨거웠던 드라마는 누가 뭐래도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12월 방송을 시작한 이후, 2014년 2월 종영할 때까지 <별그대>는 줄곧 동시간대 1위를 달렸고 2014년이 다 가도록 <별그대>의 흥행성을 뛰어넘는 작품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외계인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을 통해 초능력을 쓰는 도민준(김수현 분), 그리고 톱스타지만 머리에 든 것이 없어 허당인 천송이(전지현 분) 캐릭터를 대중에게 어필한 탓이 크다. 실제로 드라마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스토리의 힘은 약해졌지만 공고한 캐릭터 덕분에 끝까지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드라마 하나로 김수현과 전지현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한·중 양국에서 각종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악역인 이재경을 연기한 배우 신성록은 '카톡개'라는 별명까지 들으며 주목을 받았다. 캐릭터를 제대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장재열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조인성 분)과 지해수(공효진 분).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조인성 분)과 지해수(공효진 분). ⓒ SBS


작가 노희경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건재했다. 비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으나 매니아층의 지지와 작품성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노희경은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다시 한 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젊은 감각으로 노골적인 성 이야기도 감각적으로 터치한 것은 물론,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을 통해 현대인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연민 어린 시선을 던졌다.

조인성은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다시금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젊은 남배우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와 함께 연말 연기대상에서 김수현-전지현과 함께 대상 후보로 거론되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

<정도전> 정도전

 KBS 1TV <정도전>의 마지막 회 장면

KBS 1TV <정도전>의 마지막 회 장면 ⓒ KBS


KBS 1TV <정도전>은 여성 작가들의 필력이 지배적인 드라마 판에 드물게 등장한 남성적인 필체의 드라마였다. <정도전>은 정치적 다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성공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치를 소재로 삼아 인간의 본성과 치밀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묘사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정도전>의 큰 장점이었다. 초반에는 이성계 역을 맡은 유동근에게 더 눈길이 간 것도 사실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 치는 전개에 정도전 역할을 맡은 조재현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이후 조재현은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정도전 사이트가 내 팬카페화됐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왔다! 장보리> 연민정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 역을 맡았던 배우 이유리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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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왔다! 장보리>는 막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품이었지만 악역에도 불구, 주인공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한 연민정 (이유리 분)만큼은 이 드라마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유리는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민정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내며 감정의 진폭이 넓은 연기를 펼쳐냈다. 이유리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이유리의 연기는 매 회 화제를 모았고 시청자의 관심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또한 이유리는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것은 물론, 각종 광고 모델로 각광받으며 인생 최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악역이지만 시청자에게 각인되는 역할을 맡으면 주인공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었다.

<밀회> 오혜원-이선재

 JTBC <밀회>의 이선재(유아인 분)와 오혜원(김희애 분).

JTBC <밀회>의 이선재(유아인 분)와 오혜원(김희애 분). ⓒ JTBC


사실 드라마 캐릭터는 공중파보다 케이블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시청률을 위시해야 하는 까닭에 다소 제약이 있는 공중파와는 달리, 케이블에서는 신선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JTBC <밀회>의 경우 '20살 연하 남성과의 불륜'이라는 소재를 놓고 초반에는 논란이 있었던 것지만, 이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주인공인 오혜원(김희애 분)의 감정에 철저히 공감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이선재 역을 맡은 유아인 역시 이 드라마의 강력한 축으로 제 몫을 해냈다.

또한 김희애의 "특급 칭찬이야"는 올해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으며,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되는 등의 후폭풍을 몰고 왔다. 2014년의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밀회>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나쁜 녀석들> 이정문-오구탁

 OCN <나쁜 녀석들> 포스터

OCN <나쁜 녀석들> 포스터 ⓒ CJ E&M


<나쁜 녀석들>은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었다. 선이 굵은 남성적인 이야기에 악을 소탕하기 위해 더 큰 악으로 대항한다는 통쾌한 소재는 남성 시청자 뿐만 아니라 여성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드라마를 살렸다.

이는 드라마의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어내 활용한 결과였다. '천재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의 주인공 이정문(박해진 분)과 악랄한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표현되며 드라마의 이야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김상중은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였고, 박해진 역시 호연을 펼쳐내며 드라마 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미생> 전 출연진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출연진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출연진 ⓒ CJ E&M


2014년 하반기의 킬러 콘텐츠는 뭐니뭐니해도 tvN <미생>이다. 장그래(임시완 분)뿐 아니라 안영이(깅소라 분), 한석율(변요한 분), 장백기(강하늘 분),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의 캐릭터까지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시청자가 전 출연진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생>이 가진 현실적인 터치의 힘 덕분이다. 물론 오상식 차장 같은 상사는 판타지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상사조차 어디선가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불어 넣는 것. 이것이 바로 <미생>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었다.

덕분에 <미생> 출연진들은 각종 광고계와 차기작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 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에게 그 현실을 마주보게 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생 괜찮아 사랑이야 별에서 온 그대 왔다 장보리 나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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