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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뒤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엔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 강제해산 당한 진보당, 국회서 마지막 인사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뒤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엔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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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신분으로는 마지막 인사였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강제로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은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소회를 밝혔다. 헌재는 이들의 의원직도 동시에 박탈했다.

순식간에 현직에서 '전직'으로 바뀌게 된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은 오병윤 원내대표(광주 서구을)·이상규(서울 관악을)·김미희(경기 성남 중원)·김재연(비례대표)·이석기(비례대표) 의원 등 총 5명. 이날 기자회견에는 현재 수감 중인 이석기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나왔다. 당직자 10여 명도 함께했다.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끝내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국민이 뽑아주셨는데...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 가"

이상규 의원은 A4 용지 크기의 상장 하나를 꺼내보였다. 그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해인 2012년, 지역구 전통시장에서 진행한 상인대학의 모든 과정을 수료하고 받은 졸업장이다. 그는 "당시 상인들이 '어이 동기생'이라고 따뜻하게 불러주던 말을 지금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라고 회상했다.

이 의원은 "3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악구 어느 곳이든 복지사각지대를 달렸다"라며 "잊지 않겠다, 그 힘으로 새로운 진보정치 영역을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미희 의원은 "국민 여러분이 직접 뽑아주신 소중한 국회의원직을 감히 박근혜 정권이 정치탄압으로 빼앗아 간 것에 대해 심각히 유감스럽다"라며 "아울러 임기를 꽉 채우지 못하고 의정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죄송하다"라고 고개 숙였다.

김 의원은 "경기도 성남시는 저의 청춘을 바쳐 진보 정치의 꿈을 펼쳤던 곳"이라며 "비록 진보당이 독재 권력에 의해 해산 당했지만, 저는 성남 주민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동고동락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비례대표인 김재연 의원은 "청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겠다고 국회에 들어왔다"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 헌재는 제 의원직을 박탈하고 박근혜 정권은 진보당의 이름을 가져갔지만 제 가슴 속에 있는 진보정치에 대한 꿈까지 빼앗아 갈 수는 없다"라며 "진보정치는 계속된다, 짓밟힐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지난 19대 총선에서 진보당은 219만8405표로 1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오늘 헌재는 이들의 선택을 무참히 짓밟고 부정했다"라며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오늘을 역사는 끝까지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굳은 표정으로 발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 의원직 상실한 진보당 의원단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굳은 표정으로 발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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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재보선 출마 여지 남겨둬... "법적 문제 없어"

1년 9개월 동안 진보당의 '입'을 담당해온 홍성규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진보당 대변인'으로서의 마지막 브리핑을 진행했다.

홍 대변인은 "김진태 검찰총장은 헌재 선고 직후 긴급 공안대책협의회 개최를 지시했고,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라는 곳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진보당 10만 당원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라며 "심판대 위에 오른 것은 진보당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진보당은 강제 해산 당했지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향한 우리 모두의 노력까지 중단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브리핑을 마친 홍 대변인은 '앞으로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변인이란 직책 또한 진보당이라는 조직 있어서 가능한 것 아닌가, 대변인으로서 무언가를 발표하는 건 앞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답하며 망연자실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 대변인은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에 제공한 진보당 사무실을 7일 이내에 비우라고 통보한 것과 관련해 "사무처 얘기대로 기일에 맞춰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해산된 진보당은 그동안 재야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진보당 강제해산 원탁회의' 등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향후 정치협의체를 꾸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상규 의원은 "정의당·녹색당 같은 진보 정당을 다시 만드는 것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직을 상실한 이들이 다음해 4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당과 동일·유사한 강령을 쓰거나 동일한 명칭으로 정당등록을 신청하는 건 제한되지만, 개인이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막을 근거는 현재 없는 상태다.

이 의원은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출마할 수도 있고 출마 안 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윤 원내대표 역시 "지역주민이 선택하는 문제"라며 여지를 남겨두었다.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당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강제해산 당한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산됐다. 정당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하게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당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강제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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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합진보당, #진보당해산, #강제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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