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패러독스] 포스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올 유 좀비스’(All You Zombies)를 원작으로 한다. 필자 역시 열렬히 좋아하는 작가이다.

▲ [타임패러독스] 포스터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올 유 좀비스’(All You Zombies)를 원작으로 한다. 필자 역시 열렬히 좋아하는 작가이다. ⓒ 조이앤시네마


<식스센스> 이후로 수많은 감독들이 '반전영화'를 표방했지만, 사실 스토리라인도 엉성하고 코끼리 냉장고 넣기 식보다 더 억지인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간만에 괜찮은 반전영화의 등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입장에선 희소식일 겁니다. 몇 번의 반전이 등장하지만, 설명이 빈약하지 않고 그 이야기 자체로 흥미로움을 유도합니다.

어쩌면 감독은 영화의 소재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에서 떠올렸을 수도 있겠군요. 그만큼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영화 속의 모든 것들은 SF소재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조합과 분배를 새롭게 함으로써 재미를 창출했습니다. 영화는 몇 번의 반전 과정을 거치는데,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하려 노력하여 쉽게 몰입될 수도 있고요.

[타임패러독스] 스틸컷 템포럴 요원 스스로가 느끼는 정체성은 어느 시간대에 속할까?

▲ [타임패러독스] 스틸컷 템포럴 요원 스스로가 느끼는 정체성은 어느 시간대에 속할까? ⓒ 조이앤시네마


허나 영화의 단점을 꼽자면 역시나 흔한 소재가 문제가 될 수 있겠군요. 시간여행에 따른 과거와 미래 인물들의 얽힘이나, 거대한 에이전시에 의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는 설정. 이 모든 소재들이 이제는 흔한 블록버스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죠. 덕택에 SF적 소재에 조금만 익숙한 관객이라면 반전을 쉽게 예측할 수 있거나 그 흔함에서 오는 지루함이 있을 수 있지요.

[타임패러독스] 스틸컷 거대 에이전시에 의해 모든 계획이 진행된다는 설정은 사실 조금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 [타임패러독스] 스틸컷 거대 에이전시에 의해 모든 계획이 진행된다는 설정은 사실 조금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 조이앤시네마


영화가 뛰어난 점은, 이런 흔한 요소들을 흥미로운 인물들의 환경 설정으로 극복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위에 흔한 색들을 물감마냥 뒤섞어 복잡한 색깔을 배합하여 수채화를 완성하는 느낌이군요.

타 장르의 감독이니만큼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공포 마니아들 사이에선 꽤나 지지층이 있는 제임스 완과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군요. 마이클 스피어리그의 모든 작품이 그렇진 않지만 적어도 <타임패러독스>에서 만큼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둘 다 새로운 집을 짓는 건축가는 될 수 없지만, 헌 집을 만족스럽게 리모델링 할 수 있는 수리공은 될 수 있다는 점이지요.

먼지 쌓인 것들을 공구함에서 꺼내 뚝딱뚝딱 능숙하게 조립하는 영화입니다. 기대하며 가도 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나왔군요. 간만에 반전열풍이 불 것을 예상해봅니다. 2015년 1월 8일 개봉.

타임패러독스 반전 영화 로버트 A.하인라인 에단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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