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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좀 요상하다. <목사 자녀 비전 투어>. 한자에서 나온 한글과 영어에서 나온 한글의 조합. 거기다 네 개의 단어가 열병식 하듯 서 있는 모양의 제목이다. 도서출판 <뉴스앤조이>에서 펴냈고, 지은이는 김종희로 돼 있다. 김종희라면 지금 교계 인터넷신문 <뉴스앤조이> 대표가 아닌가.

그가 열 명의 10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을 여행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짧지 않은 3주 동안이나. 십대 청소년 10명은 사는 곳도 연령도 다양한데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두 목사의 자녀라는 것, 모두 10대라는 것도 공통점에 포함할 수 있겠다.

김종희 지음, 도서출판 뉴스앤조이, 2014년 10월 18일 초판 발행
▲ <목사 자녀 비전 투어> 표지 김종희 지음, 도서출판 뉴스앤조이, 2014년 10월 18일 초판 발행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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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 여행은 <뉴스앤조이>와 목회멘토링사역원에서 주선한 일이다. 이 두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 김종희다. 그러니까 이 일은 김종희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뿐만 아니라 그가 소요 경비를 모았고, 또 실제적인 책임자로 아이들을 3주 동안 인솔하고 다녔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일은 애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기천만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비전 투어를 작은 언론사 대표와 두 사람의 스태프가 해냈다는 것은 아무리 명분 있는 일이라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사람이 하는 일은 직·간접적으로 겪은 선 경험의 결과라는 말이 있다. 김종희 대표가 목회자의 자녀로서 겪어야만 했던 어려웠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선행이 성사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와 함께 미국을 여행한 아이들은 모두 작은 교회 목회자 자녀들이다. 그는 여행기에서 '목회자 자녀 비전투어'를 하게 된 목적을 첫째로 작은 교회에서 힘든 목회를 하는 미자립 교회 목사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둘째 그런 목회자 아버지 밑에서 준 성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꿈(비전)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10명의 목회자 자녀를 3주 동안 미국을 여행하게 하는 데는 4천여만 원의 경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대형 교회가 아닌 작은 언론사에서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나님만 믿고 백전 노장 골리앗과 겨뤄보겠다는 어린 다윗의 마음. 그러나 김 대표는 이 일을 거뜬하게 해냈다. 해냈을 뿐만 아니라 매해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듯이 그의 다짐대로 이 프로그램이 잘 추진되어 지속적인 결실들이 맺어지길 바란다.

그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 각지를 여행하고 쓴 이 책 <목사 자녀 비전 투어>는 두껍지 않은 책이다. 그것도 문고판 크기로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고도 남는 사이즈다. 그렇다고 이 책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속에는 작은 교회를 잘 아는, 아니 그런 교회의 목회자와 그 자녀들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의 애정과 관심이 녹아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1년을 여행하고도 한 편의 기행문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주간을 여행하고도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다. 목적이 분명해서 대의 명분이 있고, 거기에 큰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작은 것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문고판 183쪽으로 되어 있다. 지은이 김종희 대표의 머리글로 시작해 세 개에서 여섯 개까지의 꼭지를 거느린 여덟 개의 이야기를 시공(時空)을 달리하며 써내려 갔다. 마지막으로 학생과 부모 소감문을 에필로그 형식으로 붙였다. 지은이의 배려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UCLA에서 함께 한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과의 만남,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품고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 그랜드캐니언, 인디언 박물관, 마틴 루터 킹 기념관, CNN과 코카콜라 체험관 등 그림과 영상으로만 보아온 곳들을 자유의 마음으로 구경한 아이들의 경탄을 글쓴이는 어떨 때는 좀 과장 되게, 또 다른 때는 다소 압축해서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런 멋있는 광경들을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보며 그리고 있는 눈이 더욱 따사롭다.

나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읽힐 책이다. 특히 목회자와 그 자녀들이 읽으면 생각보다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고 모든 목회자와 그들의 자녀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나와 다른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기행문을 읽고 이것보다 큰 유익이 달리 있겠는가.

목회자 자녀를 'PK'라고 한다. Paster's Kid의 준말이다. 목회자 자녀는 예외 없이 태어나서부터 준 성직자의 삶이 강요된다. 아버지가 목회자란 이유로 거룩하고 경건한 삶, 다른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생활을 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상실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가 크지 않은 이런 삶은 솔직히 아이들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

이 점이 이 책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아무에게나 쉽게 털어 놓을 수 없는 감춰두었던 마음을 여행에 참여한 10 명의 아이들은 3주 동안 수다 떨며 해소했다는 것이다.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그리고 자유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미국 여행을 '힐링 여행'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선한 손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어려운 작은 교회 목회자 자녀들을 정성으로 섬긴 현지 교회와 교민들 덕분이다. 사랑과 인심이 메말라 가는 세태라고 하고, 세상이 자기밖에 모르는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다고 한탄 하지만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희망이다.

농촌의 작은 교회 목회자로서, 세 아이를 둔 아빠로서 읽고 공감하는 바는 적지 않았다. 큰일을 해낸 그리고 앞으로도 할 지은이 김종희 대표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잘 추진되어 혼탁한 교계 나아가 사회를 정화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길 바란다. 먼저 읽은 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또 사랑의 마음으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목사 자녀 비전 투어

김종희 지음, 뉴스앤조이(2014)


태그:#목사자녀비전투어, #김종희, #뉴스앤조이, #목회멘토링사역원, #작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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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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