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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영선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전 비대위원의 3파전으로 예상되는 구도를 깰 수 있는 인물로 김부겸 전 의원을 꼽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영선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전 비대위원의 3파전으로 예상되는 구도를 깰 수 있는 인물로 김부겸 전 의원을 꼽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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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배후로 거론된 정윤회씨를 만나본 몇 안되는 정치인이다. 기자 시절에 '정치인 박근혜'를 세 번 인터뷰했던 박 의원은 청와대 문건 사건의 본질을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하던 주변 사람들의 폐쇄성과 대통령의 신비주의에서 곪은 게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면에서 야당은 "특검 도입보다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어떤 사람이 보좌하느냐에 따라 각도가 바뀔 수 있는 분"이라며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서실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지낸 법사위원으로서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과에 대한 전망을 묻자 "민주주의라는 기본 원칙에 입각한 판결이 나오리라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자꾸 '종북'을 들고 나오는데, 결과적으로는 여당에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음은 일문일답.

"비상식적인 총리 발탁, 이런 배경에 이번 문건 논란이 있었다면..."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하던 주변 사람들의 폐쇄성, 그리고 대통령의 신비주의. 여기에서 곪은 게 터진 것이다. 기자 시절인 2002년에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을 인터뷰하면서 정윤회 (당시) 비서실장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인터뷰를 통해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탈당한다는 특종을 보도했고, 실제로 (박 대통령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후 왜 미래연합이 실패했는가. 미래연합을 지지하는 분들이 당시 정윤회 비서실장의 폐쇄성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고 들었다. '저 사람을 내보내지 않으면 우리가 못 도와주겠다'는 식의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2004년에 국회의원이 된 다음 인사차 박근혜 당시 의원 사무실에 가서 정씨를 찾은 적 있는데 그 분이 그만뒀다더라. 박 대통령이 당 대표인 시절에는 대변인으로서 옆에서 지켜봤는데, 비선조직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도 안 됐다. 그걸 의아하게 생각해왔는데 이러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 야당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국면에서 야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야당이 제일 강하게 주장해야 하는 게 청문회라고 생각한다. 특검 도입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제가 법사위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특검(제도)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특검보다는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청문회를 해야 한다."

- 청문회라고 하면 국정조사를 의미하는가.
"국정조사의 하이라이트가 청문회다. 청문회를 위해서 기관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야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그것이다. '십상시'든 '7인회'든 모든 인물들이 나와서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피력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 청문회는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청문회를 못 받아준다고 하면 그만큼 숨길 게 많다는 거다. 국회 운영위도 못 열겠다는 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삼권분립의 차원에서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안 하는 새누리당은 존재 이유가 없는 거다."

- 여당 입장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하자는 것 아닌가.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지 않나. 제가 법사위에 6년간 있었는데, 대한민국에 여러 조직이 있지만 검찰처럼 정치화된 조직을 찾기 힘들다고 본다. 물론 검사 중 일부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긴 하다."

- 박근혜 정부 초기에 야당 지도부를 만나면 '여성 대통령'이어서 모질게 공격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하더라. 물론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정윤회 문건'을 두고 '십상시'라고 공격하는 것은 독신 대통령의 여성성에 대한 정치공세 아닌가.
"100%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을 지낸 모든 분들이 다 비선 조직들을 가동하지 않았나.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청와대 문건 파동은 비선조직이 너무 일찍 노출됐다는 차이가 있다.

노태우 시절의 박철언, 김영삼 시절의 김현철 등을 꼽을 수 있지 않나. 다만 다른 점은, 그때는 비선이 누구인지 국민들이 다 알았다. 이번 사건은 국민들이 몰랐던 사람이 사실상 비선인 걸로 드러나니까 더 파급력이 큰 것 아닐까. 그동안 비밀스럽게 오가던 이야기들이 밖으로 노출됐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이전 대통령 시절에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활동을 하던 분들인데, 이번은 (사회에) 노출된 적이 없는 분이다. 좋게 말하면 신비주의, 나쁘게 말하면 장막 속에 있던 부분이 노출된 것이므로 이것이 점점 더 폭탄과 같은 파급력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

-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제기한 이재만 총무비서관 관련 질의 외에 '문고리 3인방'이나 정윤회 관련 추가 의혹은 없나.
"그때(7월에 제보를 받았을 때) 관련 얘기를 다 들었다. 이번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80~90% 정도다. 당시 굉장히 걱정 많이 했다. 국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

-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의 옷 로비 의혹과 비슷하지 않은가?
"형태는 비슷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국정농단 아닌가. 당시 사건은 국정농단까지 가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 사건은 '십상시'든 '7인회'든 그 안에서 인사의 모든 것이 다 '주물럭' 된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가 원내대표 되고 나서 총리 후보가 두 번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3명이다. 이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총리 발탁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배경에 이번 문건 논란이 있다고 치면, 비선라인 파동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굉장히 심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것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만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통치권이 크게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박 대통령, 누가 보좌하느냐에 따라 각도 바뀔 수 있는 분"

- 2002년 정치 입문 전에 쓴 <박영선의 인터뷰 사람 향기>에 '정치인 박근혜 - 치밀한 준비 끝에 내보이는 정치실험'이란 장이 나온다. 그때는 우호적으로 평가했던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의 상당수(박근혜, 정몽준, 정운찬 등-기자 주)가 나중에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 재밌더라(웃음). 일단 제가 만난 사람들이니 긍정적인 시각으로 글을 써주려고 굉장히 애썼다. 그때 저는 박 대통령이 굉장히 치밀하다고 느꼈다. 그 옆에서 보좌하는 정윤회 비서실장도 굉장히 치밀하고 차분하다고 느꼈다."

- 제가 본 박근혜 대통령은 무색무취 하던데, 박 의원은 당시 어떤 '향기'를 느꼈나.
"(웃음) 신념의 향기를 느꼈다. 기자 시절 박 대통령과 인터뷰를 세 번 진행했다. 그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말이 '아버지의 명예회복'이었다. 결국 아버지의 명예회복 이룬다는 건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대통령이 되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영선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전 비대위원의 3파전으로 예상되는 구도를 깰 수 있는 인물로 김부겸 전 의원을 꼽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영선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전 비대위원의 3파전으로 예상되는 구도를 깰 수 있는 인물로 김부겸 전 의원을 꼽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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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본 박근혜와 지금의 박근혜는 무엇이 다른가.
"똑같다. 얼마 전에 김광두 교수(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원장)를 만났는데, 김 교수가 '(박 대통령이) 저렇게 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그럴 줄 알았는데요'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굉장히 장점이 있는 분이다. 또한 그만큼의 단점도 있다. 주변에서 어떤 사람이 보좌하느냐에 따라 각도가 바뀔 수 있는 분이다. 한나라당 당 대표를 맡았을 때는 장점만 부각됐다가 대통령 되고 나서는 단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국민들이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저는 기자 시절 인터뷰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이 분이 만약 대통령이 되시면 이러한 단점 있겠구나, 정말 보좌하는 사람들을 잘 써야겠구나'라고 혼자서 생각한 적 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일 때는 '어떻게 단점이 밖으로 노출 안 될까, 참 신기한 면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 박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조언한다면?
"박 대통령이 제대로 국가를 운영하려면 청와대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서실장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명한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지시하는 방식으로 국무회의를 진행하기보다는, 국무위원들과 편하게 대화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국무위원들과 차 한 잔씩 마시며 나눈 대화의 공통점이 있다. 다들 대통령과 대면보고 할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모든 게 서면보고로 간다는 점을 굉장히 많이 우려하더라. 언젠가 이 부분이 크게 지적받겠다고 예측은 하고 있었다."

"자꾸 '종북' 들고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여당에 독이 될 것"

- 최근 외국인투자촉진법 '원상회복' 개정안과 '이학수 법' 등을 발의하며 토론회를 열었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활동을 적극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활동은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부터 10년 동안 계속 해왔다. 기회가 균등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1995년 MBC 기자였을 당시 LA 특파원을 지냈다. 그때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의 인터뷰가 가능했다. 미국 중견기업의 CEO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기업이 10년 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컸다.

그 배경이 뭔가. 미국은 철저히 경제민주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 미국 기업들은 우리나라처럼 재벌이 모든 걸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지 않나. 사람의 생애처럼 기업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선순환 구조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대 기업 순위가 거의 안 바뀌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밑에서 클 수가 없다. 안철수 현상도 그런 점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젊은이들이 꿈과 기회를 가질 수 없지 않나.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

- 역대 대선 때마다 부합하는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었다. 19대 대선을 준비할 당 대표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을 꼽는다면?
"오는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중요할 어젠다 중 하나가 경제, 또 하나가 통일 문제일 것이다. 경제 이슈의 경우에는 우리가 진보적 경제정책을 계속 끌고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복지 어젠다가 중요하지만 피로감이 분명히 있다. 피로감을 거둬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부터 한국경제에 굉장한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정부 당시 IMF 사태가 터졌을 때는 IT 산업을 발전시키고 벤처산업 쪽으로 길을 열어서 위기를 극복했다. 만약 또 다시 경제적 위기가 찾아온다면 극복방안은 뭘까. 저는 그것이 통일 문제라고 보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시각에서 통일 문제를 다뤄야 한다.

2011년에 시진핑 당시 중국 부주석을 만났다. 당시 그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남북문제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한국이 힘을 가지려면 북한과 대화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라는 주장이었다. 시진핑 주석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여당이 위기를 '종북'으로 돌파한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다. 새누리당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자꾸 '종북'을 들고 나오는데, 결과적으로는 여당에 독이 될 것이다."

- 법사위원장 지낸 분으로서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민주주의라는 기본 원칙에 입각한 판결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태그:#박영선, #박근혜, #정윤회,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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