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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을 '파파치킨'으로 풍자한 그레피티를 그렸다는 이유로 검찰이 한 대학생을 처벌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 건물에 그려진 그레피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파파치킨'으로 풍자한 그레피티를 그렸다는 이유로 검찰이 한 대학생을 처벌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 건물에 그려진 그레피티.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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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길거리에 그렸다는 이유로 한 대학생이 검찰에 기소돼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가터 옆 입간판 등 5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에 코와 입 대신 부리가 달린 그림을 그렸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 밑에 'PAPA CHICKEN(파파치킨)'이라는 문구를 쓰고 자신의 닉네임인 'FUGHAZI(푸가지)'를 적었다. 김씨가 그린 그림의 형태는 건물의 벽면이나 교각 등에 스프레이로 그리는 일종의 '그래피티(GRAFFITI)' 기법이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달 10일과 13일 동성로 야외무대 안쪽 기둥 등에서 김씨의 그림을 발견하고 대구중부경찰서에 신고했다. 이후 중부경찰서 지능수사팀이 현장에서 CCTV를 확인해 김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중구청은 중부경찰서가 채증을 끝내자 곧바로 김씨가 그린 그림을 지웠다.

중부경찰서는 김씨를 불러 조사한 뒤 재물손괴죄로 기소 의견으로 대구지검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12일 대구지방법원에 200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김씨는 "전직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경찰, 재물손괴죄로 조사한다면서 정치적인 질문만 했다"

지난 11월 초 대구시내 한 건물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그래피티를 그린 한 학생을 검찰이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 초 대구시내 한 건물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그래피티를 그린 한 학생을 검찰이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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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 10월 초에도 대구 동성로 지하차도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그래피티를 그렸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그린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리고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산업화만 부각되고 독재를 덮으려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경찰서에서 재물손괴죄로 조사한다며 연락이 왔었다"며 "하지만 그림을 그린 의도가 무엇인지, 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렸는지 등 정치적인 질문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그래피티가 반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건물소유주 등에게 피해를 주어 재물손괴죄를 묻는다면 이해가 되지만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김씨를 기소하자 대구지역 문화예술단체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대구에서 수많은 그래피티 그림이 그려졌지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처벌받은 예가 없다"며 "이 그림만 특정해 기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사무처장은 이어 "정치적 의사를 가로막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길거리 예술가를 탄압하려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처벌한다면 시민사회가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고 기소한 것이 아니라 공공기물 파손에 대해 죄를 물은 것"이라며 "경찰의 수사 의견을 바탕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씨는 비슷한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하(47)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민변 소속 변호사의 변호를 받기로 했다. 이하 작가는 지난 10월 20일 서울시내 한 고층 건물 옥상에서 머리에 꽃을 꽂은 박근혜 대통령의 포스터 4500여 장을 뿌리고 내려오다 건조물침입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태그:#그래피티,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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