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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짠돌이와 짠순이를 만났다. 정말 말 그대로 다소 부정적인 의미의 짠돌이도 있었고, 짠순이도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그 동안 정말 인상 깊었던 (좋은 의미로) 후배 짠순이, 짠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1원까지 아껴서 100만 원 기부하는 '짠순이'

먼저 짠순이 후배 이야기다. 이 친구는 고등학생일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스스로 학비를 벌었다고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학비와 용돈을 스스로 벌었다고 한다. 신입사원으로 함께 일하게 됐는데, 그 알뜰함이 남달랐다.

일단 월급을 받으면 80% 정도는 적금으로 바로 넣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20%와 출장비 등 기타 수당으로 받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았다. 한 달이 지난 후 남은 돈은 1원이라 할지라도 이자가 높은 예금통장에 넣어두곤 했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어린 후배가 너무 알뜰한 것 같아 때로는 다른 동료처럼 비싼 옷이나 '백' 같은 것도 좀 사고, 젊어서 해외 여행도 다니라고 이야기해주곤 했다.

그렇게 아끼던 이유, 다 있었다.
 그렇게 아끼던 이유, 다 있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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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워낙 절약이 습관이 되어선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후배는 회사 내에서 짠순이로 통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안 커피를 얻어먹어 본 것이 몇 번이나 될까? 그렇다고 이 후배가 인간성이 떨어지거나, 일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선배들이나 동료에게는 꽤 사랑받는 후배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후배는 훌륭한 일을 해오고 있었다. 후배는 매년 결혼 기념일, 해외 구호 단체에 100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100만 원이면 이 후배에겐 엄청나게 큰 돈이었을 텐데, 매년 기부를 하고 있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1년에 100만 원을 기부해 본 적이 없는데, 짠순이 후배가 그 일을 해내고 있다니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정말 배우고 싶은 후배였다. 이런 짠순이 후배라면 밥, 커피 못 얻어 먹어도 좋으니, 주변에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짠순이로 오해해서 미안하다 후배야!

짠돌이가 밥을 다 사네?

올해 5월에 직장 생활을 정리할 때였다. 휴식기를 갖기로 하고 18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렸다. 여기저기서 소주 한 잔 하자며 연락이 왔다. 대부분 거절하고 조용히 마무리 하고 있는데, 옛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팀장님, 저녁 시간 좀 내주세요. 제가 식사 대접은 꼭 해야될 거 같아서요."

신입 사원으로 들어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여러 일을 겪었던 후배였다. 그 후배는 어느 순간 모아놓은 돈으로 세계 일주를 가겠다며 회사를 그만둔 배짱 좋은 사람이었다.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절대 돈을 쓰지 않는 짠돌이 후배이기도 했다.

같이 생활하면서 정말 이기적일 정도로 짠돌이라는 생각도 가끔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정말 아끼지 않고 돈을 쓰는 후배였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월급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공연은 비싸더라도 꼭 보는 '개념 있는 짠돌이'였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안 이 후배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물론 가끔은 얄미울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신입사원 시절 만난 선배가 직장 생활을 그만둔다고 하니 여러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동안 얻어 먹기만 하고, 감사한 일도 많았는데 밥 한 번은 자기가 꼭 사고 싶었다고 했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는 아끼는 후배 여럿이 함께 나왔다. 정말 뜻깊은 후배들과의 식사였다.

이런 짠돌이, 짠순이라면 봐줄 만 하지 않은가?
 이런 짠돌이, 짠순이라면 봐줄 만 하지 않은가?
ⓒ cli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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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짠돌이 후배에게 밥을 얻어먹은 것이 몇 번이나 될까? 사실 거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저녁 식사 한 끼로 평생을 얻어 먹을 밥을 다 먹은 것 같은 포만감이 들었다. 짠돌이 후배 녀석이 선배의 뭉클한 감정을 마구 자극했던 저녁 식사였다.

일반적으로 직장 생활에서 짠돌이와 짠순이는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 두 후배를 겪고 난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아낀다면 짠돌이, 짠순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런데 주변의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이 후배들 같은 짠돌이, 짠순이들은 뭔가 조금은 다르게 불러줘야 할 것 같다. 이들에게 짠돌이, 짠순이 누명은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태그:#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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