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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성소수자 농성장을 찾아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 문제에 대해 "박원순 시장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민주진보 세력인 486 그룹이 동성애자들의 문제가 표가 안 된다고 판단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성소수자 농성장 찾은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성소수자 농성장을 찾아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 문제에 대해 "박원순 시장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민주진보 세력인 486 그룹이 동성애자들의 문제가 표가 안 된다고 판단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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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목사들 앞에서 꼬리를 친 것은 정말 표를 의식한 저열한 정치입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1층 로비. 이창근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기획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들로 꾸려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 회원 30여 명 앞에서다. 이 실장은 지난 6일부터 이곳에서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무지개행동을 응원하기 위해 강연에 나선 것.

이창근 실장은 박 시장이 지난 1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한 "동성애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발언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으로 논란이 된 인권헌장 폐기와 맞닿아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실장은 박 시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 시장 옆에서 속삭이는 이들이 누구냐"며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박 시장을 타락시키고 있다, 박 시장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말하는 세력들은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인권헌장은 오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서울시가 선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권헌장 내 성소수자의 차별 금지 조항 삽입 문제가 불거져 헌장은 폐기 위기에 처한 상태다. 무지개행동은 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하며 지난 6일부터 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주 안으로 이들과 면담을 할 계획이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 시청 로비에 깔린 피켓들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들로 꾸려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서울시민 인권허장 선포를 촉구하며 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성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지 말라"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들로 꾸려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서울시민 인권허장 선포를 촉구하며 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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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실장 발 밑에는 무지개 색 플래카드가 깔렸다. 플래카드에 적힌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는 흰 문구가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 주변으로 '박원순 시장은 피하지 말고, 나와 사과하라', '나는 모든 이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성소수자도 인간이며 시민이다'고 적힌 피켓들도 깔려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이창근 실장은 지난 2009년 쌍용차 평택 공장 파업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13일 대법원은 해고를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제가 노조에서 언론을 맡았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는 컬러링(통화연결음)이 비틀스의 <렛잇비(Let It Be)>예요. 위급한 상황에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기자들이 렛잇비를 듣고 있었어요. '렛잇비'가 내버려두라는 뜻이잖아요.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제발 내버려 달라는 것이었어요."

이어 그는 "여러분들도 '렛잇비' 가사처럼 내 정체성을 지지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버려 달라는 거 아니냐"며 "정체성을 재단하고 규제하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이냐 "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시청 농성장을 "한국 인권 베이스 캠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향상을 위한 근거지가 돼 달라는 뜻이다. 그는 "이곳 캠프를 거점으로 시민의 인권 수준을 올릴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연대해야 한다"면서 "정상을 정복하기 위한 계획도 짜서 승리의 가능성을 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을 향해서 "어떤 정치인이라도 실수를 할 수 있다"며 "그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느냐는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평화롭게 농성하는 것은 박 시장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며 "박 시장이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지개행동 회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서울시 인권위, 서울시에 인권헌장 선포 권고

한편, 서울시 인권위원회(문경란 위원장)는 이날 오후 "서울시는 인권헌장이 시민위원회에 의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결되고 확정됐음을 인정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선포하라"고 권고했다. 시 인권위는 인권정책과 관련한 권고 기능을 가진 자문·심의기구다.

시 인권위는 "서울시가 거부한 차별금지 조항은 이미 우리 법률과 국제인권규약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라며 "이에 대한 일부 반대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선포·이행하지 않는 것은 법률과 조례에서 규정한 서울시장으로서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시 인권위는 "지난달 6차회의 때 시 공무원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고 표결 결과 집계를 늦추는 등 고의로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며 시가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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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레즈비언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잘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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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시장, #동성애, #인권헌장,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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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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