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는 김성근 감독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마치고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한 여성팬으로부터 과자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 환하게 웃는 김성근 감독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마치고 지난 11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한 여성팬으로부터 과자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2014 시즌 팀 평균자책점 6.35로 9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프로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세운 역대 최악의 팀 자책점 기록을 무려 22년 만에 경신했다.

규정이닝은 고사하고 최소 아웃카운트 한 개 이상을 잡아낸 투수 중에 3점대 이하의 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전무했다. 여기에 2011년 류현진 이후 3년 동안 단 한 명의 10승대 투수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보너스(?)였다. 지난 시즌 독수리 군단이 한국 야구사에 세운 각종 불명예 진기록 중에서도 가장 정점이었다. 류현진, 구대성, 송진우 등 역대급 선수들을 대거 배출하며 '투수 레전드의 요람'을 자부하던 한화로서는 씻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투수력 보강에 심혈 기울인 한화

그래서인지 한화는 이번 겨울 동안 유난히 투수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시즌 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투수 영입이 신통치 않았던 것을 비교할 때 올해는 투수만 FA와 외국인 선수 포함, 5명이 새롭게 가세했다. 모두 30세를 넘긴 베테랑 투수들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는 투수력을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쌍방울, LG, SK 등을 거치며 마운드 가용 전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벌떼야구'를 앞세워 좋은 성과를 거둔바 있다.

또 김성근 감독은 경험 있는 투수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김광현(SK)처럼 젊은 투수들을 키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전력을 극대화 시키는 데 있어서 시간이 걸리는 어린 투수보다는 기존 선수들을 활용해 성과를 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는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쌍방울 시절의 김현욱을 20승 투수로 만들어낸 것이나 SK 시절의 전준호, 이승호 등은 평범한 투수들을 김성근 감독이 재발견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을 가리켜 '재활공장장'이라는 평가가 붙기도 한다.

이는 전임자들에 비해 김성근 감독이 확실히 유리한 조건이다. 한화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던 김인식, 한대화 전 감독 시절에는 구단이 외부로부터 선수 영입을 위한 투자에 인색했던 편이라 어려움을 겪었다. 김인식 감독은 노장 선수들에 대한 의존으로, 한대화 감독은 어린 투수들을 육성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빈 자리를 메우려고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김응용 감독 때는 에이스 류현진마저 미국으로 진출한 공백이 너무 컸고, 지난 2년 동안 FA 시장에서 영입할 수 있을 만한 투수 자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이는 경험이 부족한 한화 마운드가 동네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구조적인 원인이었다.

올 시즌 한화의 마운드 보강은 완전한 '새판짜기'에 가깝다. 다음 시즌 유력한 선발 후보만 7~8명에 이른다. 상황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 자체가 올 시즌과는 완전히 물갈이될 가능성도 있다. 로테이션을 채우는 것조차 힘겨웠던 올 시즌과 비교하면 행복한 고민이다. 다음 시즌 144경기 체제로 늘어나는 프로야구에서 이닝이터 역할을 해줄 선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고를 경험한 투수들, 김성근 감독과 궁합 맞을까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자원들은 모두 국내에서 최고의 자리를 경험해본 즉시 전력감이다. 배영수와 권혁은 삼성의 통합 4연패에 주역이었고, 미치 탈보트도 2012년 우승 멤버였다.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과 SK의 황금시대를 이끈 경험이 있다. 쉐인 유먼은 롯데에서 3년 연속 12승 이상을 기록하했고 2012년 플레이오프도 밟아봤다. 이들 5명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소화한 정규이닝을 모두 합치면 3950이닝이고,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12개에 이른다.

일단 유먼, 탈보트, 배영수는 확실한 선발 자원이다.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한 SK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계투로 활약한 바 있다. 기존 선수 중에서는 이태양이 유력한 선발 후보다. 지난해 7승10패 평균자책점 5.29를 마크하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등 잠재력을 증명했다. 이밖에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양훈을 비롯하여 유창식, 송창현 등이 다음 시즌 한화의 4~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선수들로 꼽힌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한화 마운드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가세는 또 다른 코치를 두는 것과도 같은 효과다.

불펜 역시 강해졌다. 기존 필승조 박정진, 안영명, 윤규진 3인방에 더하여 활용폭이 한층 넓어졌다. 통산 512경기를 소화한 권혁은 확실한 좌완 스페셜리스트고, 은퇴를 고민하던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임경완의 가세도 주목할 만하다. 권혁과 임경완은 전성기 때 전 소속팀에서 임시 마무리까지도 소화한 경험이 있다. 이밖에 고교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김민우와 김범수 등 신예급 투수들 역시 다음 시즌 한화 마운드의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는 자원들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을 늘어놓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한화에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히 말해 이들 중 대부분은 '다른 팀에 필요하지 않았던 선수들'이기도 했다. 이들이 한화에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유먼은 롯데와의 재계약에 실패했고 권혁, 배영수, 송은범은 이미 전 소속팀에서 전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황이었다. 한화 외에 이들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한 팀도 없었다. 가용 자원은 늘어났지만 다음 시즌 10~15승 이상을 보장할 1, 2선발이 누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대형 마무리의 부재와 배터리의 불안 요소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지난 시즌 한화에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전무했다. 기존 선수는 물론, 한화가 새롭게 영입한 투수 중에서도 전문 마무리는 없다. 새로운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할 안방마님의 비중 역시 커졌다. 조인성이 있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노장이라 풀타임 출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범모는 지난 시즌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으나 아직 투수 리드나 경기 운영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결국 이제 구슬을 꿰는 것은 김성근 감독의 몫으로 돌아왔다. 엄밀히 말해 올 시즌 한화의 전력 보강이 이 정도로 기대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선수들 본인보다 바로 김성근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어급 선수는 한 명도 없고 그나마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들이 대부분이지만, 팬들은 물론 선수들 본인조차도 '김성근 감독과의 만남'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도 프로 사령탑 취임 이후 구단으로부터 이렇게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지원받은 것은 처음이다. 암흑기 탈출에 절박한 한화의 의지와 김성근 감독의 능력이 결합해 다음 시즌 어떤 효과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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