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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서울시민 인권헌장 선포 거부에 지난 6일부터 성소수자 및 인권활동가들이 서울시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해영(우야)님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현재 제가 사는 곳입니다. 스무 살 이후, 혼자 살게 된 뒤로 2년마다 이주를 했고, 마지막 이주라고 생각하고 인천 동암에서 서울 마포로 온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2007년 3월, '언론 운동과 대안 미디어' 강의를 통해 공동체 라디오를 배우면서 레즈비언 라디오 제작 공동체인 '레주파와 그녀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인 'L양장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해 4월 레주파 활동가가 됐습니다. 2007년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차별 금지법 제정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여서 이 또한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차별 금지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차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어떻게 '레즈비언'으로서 '잘'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성 소수자만 살기 좋은 세상을 원했다면 마을 활동, 미디어 교육 활동 등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 소수자, 비 성 소수자가 함께 살아갈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을 꿈꿨기에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삶 터와 일터, 활동 터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서울 마포를 선택했습니다.

마포에는 서울의 대표적인 공동체 마을인 성미산 마을이 있고, 가제트공방 마을, 염리창조 마을 등이 있습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지요. 하지만 단지 이것 때문에 서울 마포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마포에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등 다양한 성 소수자 공동체 또한 공존하고 있습니다. 또 레즈비언 클럽, 바 등이 있어서 'L(레즈비언의 이니셜)타운'으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지역 공동체라디오 '마포 FM'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지역에서 미디어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7년 이후 대안 미디어와 성 소수자에 대해 공부하고, 지역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공동체를 만나며 단순히 레즈비언으로 어떻게 잘 살 것인가가 아닌 '마을'에서 '마을의 구성원인 성 소수자'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새로운 고민이 되었습니다.

함께 잘 살기 위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성소수자 막아선 동성애 반대자들 인권헌장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들이 서울시민인권헌장(안) 공청회를 앞둔 20일 오후 서울 특별시청 후생관에서 인권헌장 반대자들에게 둘러싸여 소리치고 있다. 이들은 "저희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입니다. 서울시민입니다. 성적소수자 인권은 인권헌장에서 존중 받아야 합니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고 주장했다.
▲ 성소수자 막아선 동성애 반대자들 인권헌장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들이 서울시민인권헌장(안) 공청회를 앞둔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특별시청 후생관에서 인권헌장 반대자들에게 둘러싸여 소리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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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2013년 서울시 주민 참여 예산 위원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각 구에서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계획하고 승인하는 과정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주민 참여 예산 한마당에서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 센터'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이 사업은 선정됐음에도 성북구의 비협조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의 '마을' 분과를 선택해 활동하려고 했지만, '마을' 분과 안에서 '성 소수자'라고 드러낼 수 없음을 느껴 활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참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년과 같이 마을, 공간, 교육, 환경, 노동, 청년 활동 등 다양한 분과가 있긴 했지만,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과는 없었습니다. 결국 '기타' 분과로 들어가 '성 소수자' 분과의 필요성을 알리며 성 소수자 분과를 따로 만든 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성 소수자 청년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서울 만들기'를 목표로 잡고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는 포괄적 차별 금지 조항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압도적인 표결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표결 처리는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는 10일로 예정된 인권헌장 선포를 유보해 버렸습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적법하게 제정한 헌장을 합의에 실패했다고 독단적으로 판단한 서울시에 서울시민으로, 서울시 정책 실현에 참여하고 있는 20대 청년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을 미디어 활동가로, 그리고 서울에서 살고 있는 레즈비언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태까지 서울시가 노력했던 시민 참여와 협치를 서울시 스스로 망가뜨린 겁니다.

극우 혐오 세력에게 "개만도 못한 짓들을 하면서 부끄럽지도 않냐?" 등의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 있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삶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다양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 옆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굉장히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분을 만났을 것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럼 그 '때'는 언제 오는 건가요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 등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6일 오전 11시경부터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성소수자와 인권활동가 등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6일 오전 11시경부터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박원순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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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지금도, 저는 레즈비언입니다. 그래서 레즈비언이 그냥 마치 이름이나 나이같이 평범한 자기 소개의 하나가 되는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편 제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의 모든 삶을 밝히면서까지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지금까지 관계 맺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질 수 있겠다'는 마음이나 '이제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찾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불안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권헌장에 성적 지향과 성별 성체성에 의한 차별금지가 명시되어야 하는, 인권헌장이 제게 가장 피부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몇 년간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지금 제 글을 읽으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 '때'는 언제 올까요? 저는 지금, 현재를 여러분 옆에서 이미 살아가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아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배웠습니다. 인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존엄한 권리로,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라고 배웠습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제정한 원안 그대로 선포되어야 합니다.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스스로 예정한대로 세계 인권 기념일에 서울 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해영(우야) 시민 기자는 마포 FM에서 일하며 미디어교육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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