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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홈플러스 창원점 모습
 자료사진 = 홈플러스 창원점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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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의학박사(Doctor of Medicine)를 뜻한다. 호텔에서 업장별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총지배인, 또는 미사일 방어 체계로 통용되기도 한다. 대형 유통업체 입점 업주들에게도 어쩌면 '미사일'같은 용어가 MD다. 매장 개편(MD), 그에 따른 공사 또는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국회 등에서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 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내놓았다. 광고비나 판촉 사원 비용, 공동 판매 촉진 행사, 대규모 유통업자의 사유로 진행된 MD 등에 대해 입점 업자의 일방적 부담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의 전횡을 근절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지점에 가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일종의 공포가 입점 업주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입점 업주에 대한 압박은 더욱 교묘한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번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홈플러스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국감장에 나타난 '검은머리 외국인'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위 국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당시 이날 도 사장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와 경품 허위지급 행위 등에 대해 "물의 일으켜 잘못한 점은 고쳐 나가겠다"고 사과했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위 국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당시 이날 도 사장은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와 경품 허위지급 행위 등에 대해 "물의 일으켜 잘못한 점은 고쳐 나가겠다"고 사과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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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 "전경식 사장님, 미국 시민권자시라고요?"
전경식 : "예, 맞습니다."
오영식 : "윤아무개 과장이라고 알고 있지요?"
전경식 : "예, 알고 있습니다."
오영식 : "본부장으로 스카우트를 하셨더만요, 쉽게 말하면?"
전경식 : "단기 계약으로 와 있습니다."
오영식 : "원래 홈플러스 직원이지요?"
전경식 : "예."

지난 10월 13일, 산업통상자원위 국감장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업체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소프트플레이 코리아, 어린이 놀이 시설 업체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 소프트플레이사와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백화점 또는 대형 할인마트 등에 매장 200여 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플레이타임, 구름빵, 상상노리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다시 국감장,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알듯 모를 듯한' 질문이 계속됐다. "애초 홈플러스 의정부점에 있을 때 매장을, 쉽게 말하면 뺏으면서, 철수시키면서 합의서를 작성했던 내용, 약속들을 제대로 안 지켜 지금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것 맞느냐?"는 확인 질문.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 제가 시간이 없어서 다 못하지만 홈플러스 아까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위 등급 받을 때 나온 항목 중에 뭐가 있는지 알아요? 소위 MD 개편, 매장 인테리어를 할 때 그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 그 과정에서 입점 상인들을 쫓아내는 행태, 이게 개선이 되고 있지 않고 그 일환으로 지금 소프트플레이코리아도 연관되어 있어요...(중략)...도성환 사장님도 그렇고 전경식 사장님도 그렇고 왜 그 소상공인들, 어려운 자영업자들, 우월한 지위 이용해서 '갑질'을 하는 겁니까?"

가맹점주, 키즈 카페 키워놓자 본사와 홈플러스가...

소프트플레이 코리아 홈페이지 모습
 소프트플레이 코리아 홈페이지 모습
ⓒ play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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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간에 쫓겨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갑질'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조정 조서'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사건은, 홈플러스 매장 중 전국에서 매출이 손꼽히는 의정부점에서 A씨가 키즈 카페 '플레이 타임'을 운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5년 4월 1억 3500만 원에 운영권을 넘겨받은 A씨는 2009년 4월 MD 비용으로 공사비 1억 700만 원을 부담하면서 매장 운영에 공을 들였다. 2012년 6월 퇴점 당시 월수입이 1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수입이 짭짤한 편이었다고 한다.

'짭짤해서'가 문제였다. A씨는 조서에서 "여기에 눈독을 들여 원고를 내쫓고 피고들이 그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목적에서 매장을 대형화하고, 대형화되었을 경우 원고와 같은 소상인과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퇴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피고들은 홈플러스와 소프트플레이코리아, '이중 압박'에 밀린 A씨는 '철거 동의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별도 공간에서 운영하던 '키즈 라이드' 놀이기구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요구했고, '피고들'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거듭된 공사 또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소송 제기 당시까지 운영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홈플러스와 소프트플레이 코리아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이 있다. A씨 주장대로라면, 소프트플레이코리아 입장에서는 직영 욕심을 부릴 '개연성'이 높다. 그런데 왜 홈플러스까지 '당사자'로 등장했을까. 이 지점에서 입점 업주에 대한 '교묘한 형태의 이중 압박'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홈플러스 MD 총괄 직원, 현재 상상노리 대표로 '영전'

지난 8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부산 가야점 앞에서 홈플러스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지난 8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부산 가야점 앞에서 홈플러스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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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A씨는 놀이 시설 이용 등에 대해서는 소프트플레이코리아와, 임대에 있어서는 홈플러스와 각각 따로 계약을 맺었다. 국회 관계자는 "매우 특이한 계약 구조"라고 했다. 힘없는 소상인 입장에서는 '갑' 또는 '을'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A씨 경우와 같이 갑과 을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둘째, 당시 홈플러스 MD 담당자가 소프트플레이코리아와 함께 A씨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MD를 총괄했던 홈플러스 직원 윤아무개씨가 '사업을 다시 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쫓겨난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전했다. 윤아무개씨는 얼마 후 소프트플레이코리아로 '적'을 옮긴다.

앞서 국감장에서 오영식 의원이 "본부장으로 스카우트를 했다"고 지목하자, 전경식 소프트플레이코리아 사장이 "단기 계약으로 와 있다"고 밝힌 그 사람이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현재 윤아무개씨는 소프트플레이코리아 브랜드인 상상노리 대표로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열심히 일해서 매출을 많이 키워놓자 이를 뺏어 가맹점 본사에 준 것"이라면서 "홈플러스 측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MD 개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MD 비용을 부담한 점주를 쫓아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독특한 계약 구조를 묻는 질문에도, 윤아무개씨 관련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아래 서면 답변 전문 참조) 소프트플레이코리아 역시 이와 관련한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전경식 소프트플레이코리아 사장은 국감을 통해 "다소 오래 전에 있었던 사항이어서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테리어 비용 부담돼 운영하던 매장 포기하기도..."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열린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열린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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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씨 사례는 이미 2013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던 문제다. 그때 오영식 의원은 "경기도 홈플러스 매장에서 소위 말하는 MD 개편 작업을 하면서 그에 따른 인테리어 비용을 결국은 입점 점주에게 전가시킨 사례가 발생했다"며 "결국은 이러한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서 2년 여 동안 운영하던 매장을 포기하고 나온 사람의 증언도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제가 파악해서 제대로 잡도록 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가 홈플러스와 소프트플레이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날짜는 2014년 4월 9일. 지난해 국감 이후에도 약 5개월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홈플러스는 올해 국감을 앞둔 9월 3일에 이르러서야 A씨와 합의한다. 도성환 사장이 2년 연속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2013년 산업통상자원위 국감 이슈는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이었다. 이에 롯데마트는 당시 '롯데마트 상생 및 동반성장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국회에서 "이를 잘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골목 상권 및 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상생 협력기구 운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유독 홈플러스만큼은 이와 같은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오죽하면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도성환 홈플러스 증인, 롯데마트·이마트 등 다 이렇게 상생 협력에 관련되어서 제출하는데, 홈플러스는 이런 것 준비 안 하냐"는 질타와 함께 "문서로 이렇게 만들 수 있냐?"고 확인 질문까지 던질 정도였다. 당시 도성환 사장은 "예, 그렇게 하겠다"고 분명히 대답했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서면 질의를 통해 현재 홈플러스의 '동반 성장 관련 계획 또는 기준'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동반 성장 관련 계획이 세워지게 되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는 답으로 대신했다. 결국, 홈플러스의 '갑질', 국회도 못 말리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홈플러스 서면 답변 전문.

플레이타임 점주(A씨)는 2005년 6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당사 의정부점에서 플레이타임을 운영하였습니다.

홈플러스는 계약 종료 시 점주(A씨)의 인테리어 및 집기, 비품, 영업손실 등의 보전을 이유로 보상금 3000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또 당사와 계약 시 예탁했던 임대보증금 1000만 원을 점주에게 돌려주고, 매장 철수비용(원상복구비용)도 점주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고 당사에서 부담하였습니다. 

그러나 소프트플레이코리아와 점주 간 작성한 '철거동의서'상 키즈 라이드 운영에 대한 입장이 달라 점주 측에서 소프트플레이코리아 본사와 홈플러스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당사는 2012년 퇴점 당시 점주에게 지급한 보상금이 당사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하였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이에 대한 추가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여 조정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기타 동반성장과 관련 계획이 세워지게 되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홈플러스, #도성환, #오영식, #플레이타임, #상상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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