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대 최고액 기록을 경신한 2014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올 시즌 FA를 선언한 선수 19명 중 총 13명이 계약을 완료했다.

지금까지 지난해 FA시장 최고 거래 금액(약 523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555억 6000만 원 가량이 시장에서 오갔다. FA 선수들의 평균 몸값만 50억 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SK 최정(4년 86억 원), 두산 장원준(84억 원), 삼성 윤성환(80억 원) 등은 '80억 시대'를 열며, 프로야구 역대 FA 몸값 1~3위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원 소속팀에 잔류한 선수는 8명, 팀을 옮긴 선수는 5명이다. 삼성이 윤성환과 안지만(65억 원), 조동찬(28억 원) 3명의 내부 FA를 잡는 데만 가장 많은 173억 원을 썼다. SK가 최정을 비롯하여 김강민(56억 원), 조동화(28억 원)을 잔류시키는 데 164억 원을 들여 뒤를 이었다. LG는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과 50억 원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한화는 김경언과 8억 5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장원준은 본래 소속 구단인 롯데의 88억 원 제안을 뿌리치고 84억 원에 두산의 품에 안기며 원 소속팀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팀을 옮긴 FA 선수 중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선수보강이 절실한 신생구단 KT가 원 소속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된 롯데의 김사율(14억 5000만 원)과 박기혁(11억 4000만 원), LG의 박경수(18억 2000만 원) 등 3명을 한꺼번에 영입하며 가장 많은 외부 FA를 수혈했다. 지난해 최하위 한화는 권혁(32억 원)을 영입하며 불펜진을 보강했다.

아직 FA 시장에 남아 있는 6명의 선수... 한화의 선택은?

환하게 웃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28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에서 유니폼을 입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 환하게 웃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FA 시장의 마지막 큰 손으로 여겨지는 한화 이글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운드 보강이 시급한 한화가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을 붙잡을까. 김성근 감독의 애제자였던 송은범의 영입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28일,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대전 중구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에서 유니폼을 입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아직 계약에 성공하지 못한 FA선수는 6명이다. 삼성의 배영수와 KIA의 송은범·차일목, SK의 이재영·나주환, 넥센 이성열 등이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였던 장원준의 두산행이 결정된 이후로 FA시장은 일단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벌써 FA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구단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삼성과 SK는 처음부터 내부 FA들의 잔류에만 무게를 뒀고, 두산은 장원준의 영입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LG도 장원준 영입이 불발되면서 FA시장에서 철수했다. 신생팀 KT는 FA 3인방 영입에 보호선수 외 지명과 보상금 지출이 겹쳐 더 이상의 FA 영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구단은 KIA와 NC, 롯데, 넥센, 한화다. 그러나 한화를 제외한 네 구단은 처음부터 이번 FA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새롭게 취임한 KIA, 장원준을 비롯한 내부 FA 3명을 모두 놓친 롯데는 일찌감치 다음 시즌 유망주 육성을 통한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와 넥센도 특별한 외부 보강보다 기존 전력을 다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냉정히 말해 FA 시장에 그나마 남아 있던 대어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이제 시장에 남은 선수들 중에는, 보상조건에 비하면 딱히 영입이 절박할 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없다.

변수는 이제 한화의 선택에 쏠린다. 권혁과 김경언에 40억 원을 투자했지만 올해 FA 시장의 과열화 양상을 감안하면 많은 돈을 쓴 편은 아니다. 어차피 김경언은 내부 FA였고, 권혁의 영입은 KT에 특별지명된 윤근영의 공백을 감안하면 '본전'에 가깝기에 실질적인 전력보강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한화가 시급히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마운드다.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 중 투수 자원은 송은범·이재영·배영수 등 3명이다. 특히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이 SK 시절 아꼈던 애제자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자원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한화행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몸값이다.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선수 영입에 큰돈을 들였지만 성과는 적었다. 지난해만 외부 FA 정근우와 이용규 영입을 비롯하여 총 180억 원 가까운 돈을 FA에 투자하고도 3년 연속 꼴찌에 그쳤다. 올해는 적정 몸값에 따른 합리적인 협상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화와 계약한 권혁과 김경언의 몸값은 최근 FA 시장의 과열화를 감안하면 오히려 소박한 편에 가깝다. 남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높은 조건을 요구할 경우, 한화마저 추가 FA 영입 없이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송은범·이재영·배영수 한화행? 배영수 놓치기 싫은 삼성팬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경기 삼성 선발 배영수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나만 삼성을 짝사랑했나보다"라는 말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삼성의 배영수도 원 소속 구단과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한화행 가능성이 타진되는 가운데, 삼성팬들은 그의 소속팀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경기의 모습. ⓒ 연합뉴스


팬들이 직접 앞장서서 FA 선수의 이적을 반대하는 보기 드문 사례도 있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배영수가 대표적이다. 삼성 팬들은 최근 자발적인 모금으로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며 배영수의 잔류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배영수는 2000년부터 삼성에서만 15년을 활약하며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애칭을 얻었을 만큼 대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계약기간과 조건을 놓고 구단과 입장차를 확인하고 FA를 선언하면서 "나만 삼성을 짝사랑했나 보다"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삼성 팬들은 배영수가 FA 계약에 실패하고 돌아와서 다시 팀과 재계약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역대 FA 시장에서 타 구단과의 협상이 불발되고 돌아와 다시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한 케이스는 수두룩하다. 특히 2010년 삼성 박한이는 지금도 '신의 귀환'으로 불릴 만큼 FA 모범생이 된 대표적 사례다.

다만 여기서도 원 소속구단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선수생활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내년 1월 15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한 FA 선수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과연 FA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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