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방 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

▲ 취미의 방 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 ⓒ 연극열전


어릴 적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비밀 기지 가운데서 상상 속의 친구를 불러내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마노. 아마노는 커서 내과의사가 되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달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하기에 이른다. 이름하여 '취미의 방'. 이 공간은 취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장소로 어린 시절 아마노의 비밀 기지가 확장된 장소이기도 하다.

취미의 방은 '금녀'의 공간이다. 여자가 출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지만 불문율은 깨지라고 있는 법. 어느 날 문득 미카라는 여자 경찰이 실종된 사람을 찾는답시고 취미의 방을 찾아오면서 금녀의 벽은 서서히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취미의 방>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를 대학로에서 만났다.

- 아마노는 요리가 취미다. 칼이 소품으로 등장하는데 날이 무딘 칼인지.
"칼날이 세게는 아니지만 약하게 서 있다. 아쉬운 건 무대에서 아마노가 요리를 할 때 아마노의 도마에 가림막이 가려 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파를 썰기 위해서라도 날이 서 있어야지 날이 무디면 파를 썰지 못한다."

- 아마노는 범인으로 지목당할 때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 시작한다.
"일 년 동안 취미의 방이라는 한 공간 안에 있던 사람들이라 친하기도 하면서 농담도 서슴없이 던지는 사이다. 처음에는 취미의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장난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 합시다' 하고 웃어 넘기다가 아마노를 몰아가는 강도가 점점 세진다."

- 같은 배역을 맡은 서범석씨는 뮤지컬 무대에서 진지한 연기에 정통하다. 서범석씨와는 다른 아마노를 보여준다면.
"<취미의 방> 작품이 약간 복잡하다. 더블로 연기하는 배우와 합이 맞지 않으면 다른 배우들과 혼선을 빚는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어떤 결론인지에 대한 합의점이 범석이와 맞아야 한다. 다르게 가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범석이와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일부러 다르게 가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방향으로 두 사람이 연기 방향을 맞춘다. 아마노는 코미디 분량이 많지 않다. 해설자처럼, 중간에 멤버들에게 패를 나누어주는 딜러 같은 역할이다. 제가 너무 웃기려고 치중하면 자칫 작품이 망가질 수 있어서 신중하고자 노력한다."
취미의 방 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

▲ 취미의 방 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 ⓒ 연극열전


- 김진수씨가 연기할 때 관객이 어떤 지점에서 즐거워하는가.
"경찰관 미카가 아마노의 냉장고를 잠그고 있는 자물쇠의 열쇠를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냉장고 열쇠는 아마노의 목걸이에 매달려 있다. 목걸이를 빼다가 제 머리에 걸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관객이 빵빵 터진다."

- 아마노는 진지한 역할이다. 하지만 김진수씨 하면 코미디언 출신 배우라 웃길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전에는 제웃길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는 게 부담이었다. 진지하게 연기해도 웃기만 했다. 웃기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악역도 맡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웃기는 이미지를 한 번에 깰 수는 없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난 후 지금은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 될 때가 많다. 이번 작품은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크다. 새로운 작품에서 매번 조금씩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한다. 기존에 연기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대환영이다."

- 예전에 개그맨을 했던 것 중 어떤 점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가.
"개그를 만들 때에는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작품을 분석한다. 분석할 때 상황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다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런 관점이 연기를 위한 대본을 읽을 때 다각도에서 살펴보게 되면서 좀 더 나은 면을 추구하는 눈이 생겼다고나 할까."
취미의 방 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

▲ 취미의 방 에서 아마노를 연기하는 김진수 ⓒ 연극열전


- 개그를 하다가 어떻게 연기에 눈을 뜨게 되었나.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반에 심취하다가 서울예대에 진학했다. 대학교 재학 당시 개그 클럽에 가입하면서부터 개그맨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개그를 15년 넘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내에게 '예능은 잠시 접어두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는 연기로 접어들었다."

-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작품 가운데서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는 결혼을 앞둔 세 커플과 결혼한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혼만 두 번 한 남자 역을 연기한 적이 있다. 상대역인 최화정씨는 미스인데다가 연상녀였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다루었다. 당시 캐릭터를 시청자가 많이 좋아했다."

- 요즘 개그하는 후배들을 볼 때 어떤가.
"호흡이 빠르다. 호흡이 빠르다는 건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고 개인기가 뛰어나고 아이디어도 훌륭하다는 걸 뜻한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나 하고 깜짝 깜짝 놀란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개그 외의 다양한 매체, 드라마나 무대, 영화 등을 많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그 외의 다른 영역도 폭넓게 개척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취미의 방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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