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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내 일간지가 자사 신문을 이용해 문화공연을 광고하고 있다.
 충북도내 일간지가 자사 신문을 이용해 문화공연을 광고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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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강매 좀 막아주세요. 문제가 심각합니다. 공무원이 호갱(호구고객)입니까"

충북지역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각 언론사에서 수익사업으로 문화공연을 개최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연 티켓을 사야하는 쪽에선 죽을 맛일 수밖에 없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아래 충북본부)가 공연 티켓을 강매하는 언론사의 횡포에 결기를 드러내고 나섰다. 증거가 드러나면 해당 언론사와 해당 기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선언했다.

충북본부, 공연 티켓 강매하는 언론사 횡포에 결기

충북본부는 지난 27일 '언론사 주최의 공연 티켓을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판매 청탁과 강매 관행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언론사들이 경쟁하듯 주최하는 연말 공연 티켓이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지역 기업체에 판매 청탁으로 떠넘겨진다"며 "자치단체에는 각 부서마다 할당되며, 많게는 10매 이상 판매 청탁으로 쌓여가고 가격도 8~9만 원대에 이른다"고 고발했다.

충북본부는 또한 "공직현장에선 티켓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공무원노조 충북본부와 시·군 지부에 고충을 호소하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며 "고가의 공연티켓을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공무원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청탁·강매 관행을 혁신하겠다"고 주장했다.

충북본부는 이를 위해 ▲언론사 발행 서적, 공연 티켓 구매 예산 지출 근절 ▲언론사 서적, 티켓 업체로 떠넘기기 청산 ▲언론사 청탁, 강매 거절 등의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노정섭 충북본부장은 "언론사에서 공연을 잡고 기자들을 동원해 티켓을 앵벌이 시키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티켓을 사야하는 공무원들은 그들대로 힘들고, 티켓을 팔아야하는 기자들은 체면을 구겨야하고 정론직필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노 본부장은 이어 "공무원이 티켓을 받으면 업자에게 넘겨지고 부정부패가 싹트는 구조가 형성된다"며 "증거가 수집되는 대로 티켓을 강매한 언론사와 해당 기자의 실명을 밝히고 사법기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내 일간지
 충북도내 일간지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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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공연 티켓 강매에 대한 공무원들의 스트레스는 도를 넘고 있다. 충북도내 자치단체 한 공무원은 "기자는 친분을 이유로 2장을 줬을지 모르지만, 출입기자들이 모두 주면 10장을 넘기기 일쑤"라며 "모두 구매하면 70~80만 원에 달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생활이 어려워 공연 티켓이나 서적 구매를 못하면 업자들에게 부탁하게 된다"며 "공무원이 업자에게 부탁하면 공사를 챙겨 주거나 하다못해 공사 감독을 느슨하게 하든지 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2014년 충북 소재 언론사별 공연 일정.
 2014년 충북 소재 언론사별 공연 일정.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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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안사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기자와 공무원은 여전히 갑을 관계에 놓여 있어 보통 강심장으론 거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언제든 꼬투리를 잡아 기사화 시키면 피해자는 약자인 공무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사, 각종 문화공연 통해 수익에 열 올리는 관행 바꿔야...

공연 티켓을 팔아야하는 기자도 난감해 하긴 마찬가지다. 충북도내 일간지 부장급 한 기자는 "기자가 공연 티켓 앵벌이를 해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어제는 티켓 사달라고 하고 오늘은 그들의 잘못을 꼬집는 기사를 쓰는, 카멜레온처럼 살아야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전북기자협회는 지난 2000년 10월 지방언론사를 상대로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전북도내 일부 언론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일선 기자들을 동원해 출입처에 강제로 공연티켓을 파는 사실이 우려된다며 언론사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전북기자협회는 해당 언론사 기자뿐만 아니라 전체 기자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같은 행위가 계속될 때에는 불가피하게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북기자협회가 성명을 발표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사가 각종 문화공연과 이벤트를 통해 수익에 열을 올리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티켓 강매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언론사주의 태도변화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공무원u신문에도 송고 합니다.



태그:#언론사, #공연 티켓, #강매, #전국공무원노조, #충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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