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랜만에 뵙습니다. 협동조합 A to Z를 5편까지 올리고, 두 달간 중단이 되어 더 연재가 안 되나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이제야 다시 인사를 드리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1주일에 1~2번씩은 꼭 찾아뵈어 협동조합에 대한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시간까지 협동조합이 겪는 3가지 어려움 중에서 자본조달의 어려움, 내부 갈등의 문제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어려움으로 수익모델 발굴의 어려움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물론 이 외에도 사업하고, 조직을 운영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 3가지는 협동조합의 특성상 공통적으로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어려움 외에도, 여러분이 만들 협동조합 각각의 사업적으로 조직적으로 겪게 될 여러 상황들을 미리 생각을 하셔서 충분히 준비하시며 튼튼한 협동조합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우리만 필요로 하는,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

지난 10월 15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국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 기관인 CB인사이트에서 '스타트업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실패한 스타트업 101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스타트업 실패 이유 톱 12를 가렸는데,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1위는 "시장이 원하지는 않는 제품"이었습니다.

한국경제매거진에 실린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한국경제매거진에 실린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 CB인사이트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많은 협동조합 역시 법인 설립 후에 우리가 정작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여력이 안되구나를 깨닫는 경우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된 후 현재까지 2년 동안 6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수리(인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수리(인가)된 협동조합이 모두 사업을 개시하지는 않습니다.

수리(인가) 후 등기소에 등기를 하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렇게 등기와 사업자등록을 한 비율이 60~80% 정도입니다. 이 이후에도 자본의 부족, 사업 아이템의 미비, 내부 갈등 등으로 사업을 시작한 비율은 절반 정도인 30~40% 정도로 추정됩니다.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비율은 훨씬 낮겠죠.

어렵다고 미루면 안되요

결국 설립에만 치중된 나머지 정작 사업화 방안 및 마켓팅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죠. 사업화와 마켓팅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진 뒤에 법인 설립을 해야하는데 법인 설립부터 하고서 고민하는 형태입니다. 협동조합 법인화 설립도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신고(인가) 신청서류 작성부터 해서 총회준비 그리고 등기를 위한 총회의사록 공증까지 낯선 서류 작업들과 행정작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초등학교 산수문제 푸는 과정이었다면, 시장에서 협동조합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고등학교 미적분에 해당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어렵지만 해볼만한 법인화 설립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그 후 우리가 주되게 해야할 상품을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게 다듬거나 보완하는 부분을 등한시한 것이죠.

마을의 필요에 귀 기울여봐요

반찬가게를 내더라도 무턱대고 내기보다는 우리 지역의 잠재적 소비자들의 입맛을 연구해야 합니다. 물론 그러한 고객 조사가 리서치 회사에 맡겨서 많은 비용을 들여 해야하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협동조합이 가지는 힘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람으로 완결되니까요.

대부분 협동조합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조합원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기반으로 할 것입니다.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고, 국가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영역에서 우리들의 필요를 사업화한 것이죠. 그렇기에 조합원들만 아니라 실제 여러분의 상품을 소비할 지역주민들의 필요에 다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분들이 나중에 잠재적 조합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협동조합은 지역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관계의 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은 지역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관계의 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마을 시식회를 해보기도 하고, 동네 분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면서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죠. 그렇게 마을의 필요에 귀 기울이며 만들어진 상품은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애착을 가지고 구매를 하게 됩니다. 협동조합의 7원칙 중의 하나인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게 거창한게 아니라 협동조합이 지역과 함께 가며 협동조합과 지역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한다는 것은 사회적 경제의 힘을 내는 것

결국, 협동조합은 이렇게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서 힘을 키워가는 관계의 경제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경제이며, 마을과 사회가 기반이 되는 사회의 경제일 것입니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이 어렵게 다가오지만, 선험적인 철학이나 가치로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협동조합을 하기로 했다면 사회라는 터전은 여러분의 협동조합 사업을 성공하기 위한 원동력인 셈인 것이죠.

물론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죠. 특히나 조합원들간의 관계도 끈끈하지 않고, 우리가 터전으로 하는 곳의 사회적관계가 많이 취약하다면 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인적자원, 관계망의 힘을 활용하는게 어렵다면 굳이 협동조합으로 할 필요는 없을테니까요. 협동조합은 만능은 아니기에 여러분이 택한 업종이나 상품이 이러한 사회적 관계망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 다른 법인격을 고민해 보는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부문들이 협동조합으로 하기 좋은 부분일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협동조합을 하기 좋은 그룹, 사업영역을 나눠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협동조합의 매력에 빠지신 분들을 위해, 다음번엔 매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봐요! 

☞ [오마이스쿨] '99%를 위한 경제를 꿈꾼다' <협동조합 A to Z> 강좌 바로 가기


태그:#협동조합, #수익모델, #사회적경제, #마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