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 에서 하나를 연기하는 송상은

▲ 그날들 에서 하나를 연기하는 송상은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그룹 타우린의 멤버인 송상은이 뮤지컬 <그날들>에서 연기하는 하나는 억울한 고등학생이다. 대통령의 딸이라서, 실력으로 일등을 해도 아버지의 덕분에 일등을 했을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가 갑자기 사라진다. 청와대 경호부장 정학은 대통령 딸의 실종 사건 가운데서 20년 전 홀연히 사라진 친구 무영과 그녀를 떠올린다.

하나와 상대역인 수지는 초연과 달라진 점이 있다. 초연에서는 수지가 만년 1등이고 하나가 2등을 도맡았는데, 이번 재연에서는 거꾸로 하나가 1등, 수지가 만년 2인자로 설정이 바뀌었다. 하나가 아버지의 후광으로 1등을 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 설정이 하나의 억울함을 극대화하는 데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된 듯 하다.

송상은은 한 작품에서 다른 역할을 맡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가 탐내는 배역은 <그날들>의 그녀. 하지만 송상은이 그녀를 소화하기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너무 젊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그녀로 무대에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송상은의 아버지는 배우 송영창. 같은 극장 안에서 아버지와 딸이 공연한다는 건 어지간히 어려운 일지만, 송상은이 대학로 뮤지컬센터에서 <그날들>을 연기할 때 송영창은 <심야식당>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아버지와 딸이 한 공간에서 연기로 경합을 벌인다는, 우연도 이런 우연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잘 울지 않던 나, 연기하며 감정 드러내는 법 배워"

- 대통령 딸 하나와 송상은씨가 닮은 점이 있다면?
"웃음이 많다는 점 외에는 닮은 게 없다. 실제 제 성격은 화가 나는 감정을 잘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화를 잘 낸다. 생각해보니 잘 울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다. 하나는 아버지 덕이 아닌 자기 실력으로 1등을 한 거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빽으로 1등을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꾹꾹 참았던 울음을 한 번에 터트린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친구들 앞에서 울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잘 울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날들> 연습하면서 많이 울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제 안에 있는 틀을 많이 깬 것 같다. 예전에는 남들 앞에서 울면 안 되고, 싫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저 자신을 많이 가두었다. 대학교에서 연기를 배우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법을 배우면서 어느 사이엔가 눈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많아졌다."

- 극 중 하나처럼 학창 시절에 1등을 놓치지 않은 게 있다면.
"고등학생 때 꿈 가운데 하나가 경제학자였다. 경제 과목은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경제 과목이 그렇게 좋았다."

-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번 출연한 작품에는 다시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그날들>만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한다.
"두 번 같은 작품에 참여하지 않은 건 무서워서다. 캐릭터를 잘 표현할 자신이 없었고, (출연했던 작품의 배우들과 다른) 새로운 배우들과 공연을 한다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날들>은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많이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 번 도전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있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눈 딱 감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날들> 노래에 정이 많이 들었는데 그 좋은 노래들을 다시 접할 수 있다는 기쁨도 컸다."

<그날들> 송상은 "하나 역은 원캐스팅이다.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틈 날 때마다 (타우린 제작자) 유준상 선배님과 녹음 작업을 한다. 작사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조만간 겨울에 한 곡이 나올 예정이다."

▲ <그날들> 송상은 "하나 역은 원캐스팅이다.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틈 날 때마다 (타우린 제작자) 유준상 선배님과 녹음 작업을 한다. 작사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조만간 겨울에 한 곡이 나올 예정이다."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학창 시절 때 밴드 보컬 활동을 하면서 전교 15등을 했다고 들었다.
"수능은 잘 보지 못했지만 내신에는 자신이 있었다. 학교에서 시험 보는 건 벼락치기가 가능했다. 벼락치기는 잘 하지만 당시 무엇을 외웠는가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밴드 보컬 활동은 중 2때 오디션을 보면서 시작했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떨려서 예선에서 꼴찌로 탈락하는 식이었다. 밴드실이 생겼다. 상금을 받아서 드럼과 앰프, 기타를 사고 싶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상금을 받고 기자재도 생기게 되었다."

- 벼락치기에 강하면 대사는 잘 외울 것 같은데.
"그건 그렇게 안 되었다. 대사와 가사를 외우는 건 공부와는 다르게 어려웠다. 계속 하다 보니 대사 암기의 노하우가 생겨서 외우는 것이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대사 외우는 건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다."

- 상대 배역인 수지는 타우린 멤버 이다연씨가 연기한다. 이다연씨와 호흡은 어떤가.
"작년 초연 당시 '쟤네 진짜 친구인가 봐'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제가 '언니' 하고 부르면 '다연이가 언니였네?' 하는 반응이 나온다. 하나와 수지는 친해져야 호흡이 잘 맞는 배역이다. 제가 언니에게 많이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올해는 일 년 365일 중 300일가량을 같이 만났다. 계속 같이 붙어 있으니까 음악감독님이 '작년에 비해 노래 호흡이 엄청 좋아지고 훨씬 더 친해 보인다'고 평할 정도다."

- <그날들> 공연하면서 타우린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하나 역은 원캐스팅이다.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틈 날 때마다 (타우린 제작자) 유준상 선배님과 녹음 작업을 한다. 작사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조만간 겨울에 한 곡이 나올 예정이다."

- 타우린 활동은 뮤지컬 배우 활동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을 텐데.
"데뷔하고 작품과 작품 사이를 쉰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는 9개월을 쉬었다. 데뷔 후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처음이었다. 계속 활동할 때는 뮤지컬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쉬는 기간 동안 내가 이렇게 뮤지컬을 사랑하는구나를 깨달았다.

다시 뮤지컬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연기해 보니 '내가 이래서 뮤지컬을 했었지' 하는 걸 되새길 수 있었다. 타우린은 멤버가 세 명이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다. 즐겁게 작업하다가 불현듯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무섭게 달려들어 작업한다."

- 2010년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선배들이 대학가요제에 나가는데 보컬을 찾고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꿈이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것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서류만 통과하자는 심정으로 나갔지, 본선에 진출하리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본선에 나가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동상까지 받아서 지금도 신기하다."

그날들 송상은 심야식당 송영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