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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중부고속도로 서울방면 경기도 광주 초월면 지점에 서 있는 '길어깨 없음' 선간판.
▲ 길어깨 1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방면 경기도 광주 초월면 지점에 서 있는 '길어깨 없음' 선간판.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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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월 23일) 제2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재미나다기보다 좀 딱한 선간판(입간판)이 눈에 들어와 몇자 적는다. 갓길 공사 중인지 곳곳에 세워둔 선간판에는 '길어깨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길어깨? '갓길'에 대한 웃지 못할 이런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일본말 '로카타(路肩,ろかた)'에서 왔다. 일본국어대사전 <다이지센(大辞泉)>에 보면 "路肩 : 道路の有効幅員の外側の路面"이라 풀이하고 있다. 번역하면 '도로에 유효 폭원의 외측 노면'이다. 곧, 로카타(路肩)의 한자를 한국음으로 읽어 '노견'이라 한 것이다.

그러나 원래 이것은 영어의 'road shoulder(로드 숄더)'에서 온 말로 일본사람들이 이를 직역해 '길어깨'를 뜻하는 한자말을 만드니, '노견(路肩)'이 그것이다. 이것을 한국인들이 들여다 줄곧 쓰다가 이제 겨우 '갓길'로 정착되었나 싶었는데... '길어깨'라니, 이 무슨 해괴한 표기란 말인가.

제2중부 고속도로 서울방면 경기도 광주 초월면 지점.
▲ 길어깨 2 제2중부 고속도로 서울방면 경기도 광주 초월면 지점.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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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코시(추월, 앞지르기로 순화), 가시기리(대절, 전세로 순화) 따위의 일본말이 하나 둘은 아니다. 하지만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세워둔 '길어깨'라는 말이야말로 '제 것의 본디 뜻을 생각지 않고 무늬만 한글로 바꾸어 쓰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인 듯하여 못내 씁쓸하다.

우리말글 사랑은 국어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당장 한국도로공사는 시대에 역행하는 웃지 못할 선간판을 '갓길'로 고쳐 세우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신문 얼레빗과 대자보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길어깨, #노견, #갓길,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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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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