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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한 '곰신'이 '도발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임 병장, 윤 일병 등 사건사고가 많은데 반대로 너무 군대가 좋아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요즘 군대에서는) 이등병을 '이등별'로 부른단다"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등병 때는 아무도 못 건드린다. 모든 계급들이 자기가 맡은 역할과 몫이 있고, 모두 힘들다. 이등병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좀더 고생해야 하고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요즘엔 이등병에게 뭐만 하면 찔러 버린다. 손도 안 댔는데 폭행이라고 찔러서 아무도 못건드린다."

"전투력은 상명하복 기장으로 생기지 않아"

23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병영문화개선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회원수 50만 명을 자랑하는 '곰신 카페' 회원들이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 의원은 앞서 언급한 곰신의 '도발적인 의견'에 "토론이 필요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때 전방 GOP에서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 여러 명이 죽었다"라며 "집단적인 이지메를 겪다가 거기에 반발해 일어난 사건이어서 병영문화 개선, 군인권 보호 등의 대책들이 강구됐다"라고 전했다.

문 의원은 "그런데 그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군대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기를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라며 "그런 것이 이번에 일어난 임 병장 사건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은 하나의 딜레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문 의원은 "옛날 우리 세대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단체기합 등을 많이 겪었고, 문화 자체도 단체적이고 국가주의적이었는데 요즘 세대들은 개성이 강하고 위계질서와 권위주의를 싫어한다"라고 진단하면서 "(군대가) 그것에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그렇게 하면 '군대에 기강이 서지 않아서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있나?'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군대기강이 전투력이 억압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경우 (개별 군인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최강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문 의원은 "군대의 존재 목적은 전쟁인데 전쟁 상황에 닥치면 함께 목숨걸고 싸워야 하는 전우들이다"라며 "전투력은 상명하복 기강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민주적 가치가 살아 움직여야 함께 (적을) 맞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징병제를 모병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딜레마 같은 문제'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문 의원은 특히 '모병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들은 자유분방한 성향이고, 국가주의도 잘 없고, 국가를 넘어서 세계 공동체, 인류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징병제가 유지되다면 '왜 우리가 총들고 맞서야 하나?'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하지만 결국 모병제로 가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달라진다"라며 "앞으로 군대도 징병에 의존할 게 아니라 그런 생활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으니 제대로 처우해주면서 모병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의원은 "지금 군대는 징병제여서 일반 사병이 63만명 정도 되고, 간부 비율은 (전체 병력의) 30%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라며 "앞으로 우리도 10년 안에 간부 비율을 40%로 늘리는 것이 국방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일본의 자위대가 사병 중심체제인 한국군과 달리 간부 중심체제인 점을 상기시킨 뒤 "지금 간부 비율을 묶어두니까 장기복무하는 사람들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도 앞으로 군을 좀더 전문직업화하려면 간부 비율을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에 상응하는 급여를 제대로 지급해야"

또한 남자친구를 공군에 보낸 또다른 '곰신'은 월 10만 원대에 불과한 사병들의 월급을 문제삼았다. 남자친구가 일병인 그는 "남자친구 월급이 12만 원인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 시급으로 환산하면 250원이다"라며 "그 돈을 받으면서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은 자기가 훈련받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부모님이나 여자친구, 남자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라며 "군 의무를 지고자 당당히 입대했는데 왜 사회적 관계에서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대에서 장비나 기술 부분도 중요하지만 군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것은 사람 개인이지 않나?"라며 "개선돼 임금도 올라가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 사회적 관계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것 같다"라고 사병 월급 인상을 주장했다.

문 의원도 이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그는 "의무 복무가 국방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지 그 기간에 장병 노동력을 무상으로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에 상응하는 급여를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 병장 봉급이 2만 원 선이어서 이를 빠르게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참여정부 기간에 사병 봉급을 360% 인상했다"라며 "그래서 참여정부 마지막 해 병장 봉급이 9만 원 선이었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그 정도로 높이면 지금은 30만 원을 넘어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동결했다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높이기 시작했다"라며 "대선 때 저도 박근혜 후보도 (봉급 인상을) 공약해 거의 15만 원 정도에 이르렀는데 공감대가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꽃신을 신긴 행운아다"

한편 이날 간담회 사회자는 문 의원을 가리켜 "31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곰신을 꽃신으로 갈아신기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꽃신'이란 남자친구가 제대한 여성을 가리키는 은어다. 남자친구가 제대하면 "고무신(곰신)이 꽃신을 신는다"라고 표현한다.

문 의원은 "제 아내는 제가 입영할 때는 훈련소에 함께 왔고, 제대할 때는 제대하는 부대에서 기다렸다"라며 "사실 입대할 때만 해도 그것이 좋긴 했는데 그게 사랑일까 확신하는 단계는 아니었다"라고 회고했다.

문 의원은 "그런데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만나지 못한 갈증이 오히려 더 사랑으로 키워진 것 같다"라며 "그런 면에서 저는 꽃신을 신긴 행운아다, 여러분 모두가 꽃신이 되길 바란다"라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태그:#문재인, #곰신카페, #꽃신, #병영문화개선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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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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