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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
 투쟁과 연대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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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조합원 모두가 유권자다."

19년 만에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위원장 등 임원 선거를 열흘 앞둔 23일 언론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일요일 아침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 전국 지역본부 회의실과 대강당을 돌며 합동유세만 벌이다 모처럼 커피를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네 후보 진영도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여유도 잠깐, 토론이 시작되자 각 후보들 표정은 곧 굳어졌다. 이미 지난 15일 한 차례 TV 토론으로 벌였지만 70만 조합원 앞에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1000명 정도의 대의원을 상대로 간선제로 치러진 이전 선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활'... 현장 투쟁-법제화 등 해법 다양

미리 언론사들을 통해 취합한 3가지 질문으로 진행된 1부 토론 첫 주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 특수고용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등 그동안 노조 활동에서 배제된 비정규직을 포용하는 문제는 민주노총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미 '100만 비정규직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기호 4번(전재환 위원장·윤택근 수석부위원장·나순자 사무총장팀, 아래 전재환 선본)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지역본부를 거점으로 비정규직 업종별 조직별 조직을 강화하고 청년유니온이나 알바 노조 같은 맞춤형 조직화를 이루어내겠다"면서 "비정규직 총파업을 조직하고 비정규직 임금단체협상을 위한 재정 마련, 비정규직 간부를 위한 노동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철폐를 공약으로 내건 기호 3번(허영구·김태인·신현창 팀, 아래 허영구 선본) 신현창 사무총장 후보는 "전략조직투쟁본부 설치해 총연맹 상근자들을 투쟁 현장으로 보내 비정규직 조직화에 첫 단추를 꿰겠다"면서 "조합비 납부 기준을 기본급 1%에서 임금총액 1%로 늘려 추가 의무금 500억 원 정도를 비정규직 조직화 인력 1000명 확보에 쓰겠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연대해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로 확산시키겠다는 기호 1번(정용건·반명자·이재웅팀, 아래 정용건 선본) 이재웅 사무총장 후보는 "비정규직 조직화 핵심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은 조직 체계를 마련하고 조직화를 위한 전술전략 프로그램을 교육해서 지역본부에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지부장 출신으로 2년 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 송전탑에서 171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기호 2번(한상균·최종진·이영주팀, 아래 한상균 선본)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현대차 사내하청이 대법원에서 정규직 판명을 받았음에도 민주노총을 이들을 정규직화하고 전 사회로 확산 시키지 못하는 나약함을 보여줬다"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법안을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총파업', 당장 내년-2016년 총선 연계 엇갈려

새 민주노총 임원진은 임기 3년을 박근혜 정부와 함께 마치게 된다. 최근 공기업 민영화와 공무원연금법, 비정규직법 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박근혜 정부와 어떻게 맞설지도 관심거리다. 대정부 강성 투쟁에는 네 후보가 공감했지만 총파업 돌입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수차례 역임한 기호 3번 허영구 위원장 후보는 "1월 대의원회의에서 총파업 기획단을 조직하고 (5월 1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반기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여의도를 점령하는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우리가 법을 하나 만들어도 개악하는 경우가 많아 임기 3년 동안 대국회 대정치권 투쟁은 매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사무금융노련 위원장을 지낸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 후보는 "최근 투쟁들이 고립분산적으로 가고 있어 이제 크게 모아내야 한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산별 중심으로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 투쟁을 집중하고 2016년에 그 힘을 모아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 쟁취를 위한 본격적인 싸움을 전개해 늦어도 2017년 상반기에는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투쟁'을 상징하는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나온 기호 2번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2015년에 승부를 못 걸면 반격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서 투쟁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한 후보는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민영화, 비정규직법 등 투쟁 동력을 하나로 모아내고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 10만 대반란을 조직해 그 힘으로 하반기에 박근혜 정부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투쟁을 해내겠다"면서 "어물쩍해서 박근혜 정부를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선거 기간도 투쟁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출신인 기호 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2015년 초반 투쟁도 중요하고 2016년, 2017년을 바라보는 준비된 투쟁도 중요하다"면서 "공무원연금이나 노동시간 문제도 수세적으로 갈 게 아니라 거꾸로 국민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1000만 명 서명을 받고 노동시간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자고 공세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파 간 이해 갈등 여전... 누가 되든 '정파 연대' 추진

비정규직 문제나 대정부 투쟁은 시기나 방법론 정도의 차이만 보였을 뿐 대체로 의견이 비슷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 정파간 이해 갈등이나 진보정당과의 연계 문제 등을 놓고는 첨예한 논쟁이 오갔다.

우선 '무정파'임을 내세운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정파운동 각자의 이념과 경향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최근 정파운동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특정 정파가 선거 때 권력을 잡으려고 담합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하고 정파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좌파노동자회'를 제외한 범현장파 통합 후보인 기호 2번(한상균 선본)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정파는 민주노총의 동력이고 서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최근 드러난 단점은 정책 문제가 아닌 인맥 중심의 패권주의"라면서 "어떤 후보든 정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맞받았다. 다만 당선한다면 각 정파 대표자와 함께 하는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역시 현장노동자회, 전국회의 등이 연합한 통합후보임을 내세운 기호 4번 전재환 후보도 "정파는 역기능과 순기능이 있는데 순기능만 작동하는 덧셈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면서 "내년 각 의견 그룹을 임원회의에 들어오게 해서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좌파노동자회' 소속으로 한상균 후보 쪽과 단일화를 추진하다 무산된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도 "정파가 문제가 아니라 패거리 집단으로 전락하는 게 문제인데 정파를 부인하는 건 운동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면서 "우린 지난 10년 동안 직선제 투쟁해 이뤄낸 작은 정파지만 노동 운동에 입각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각 정파 통합후보들 간에 논쟁도 이어졌다. 기호 4번(전재환 선본) 윤택근 후보는 허영구 후보를 향해 "앞서 TV 토론할 때 만약 결선 못 가면 기호 2번(한상균 선본)을 지지하겠다고 했다"며 담합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허영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당선자가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하는 좋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만약 당신이 결선 못 가면 누가 당선됐으면 좋겠느냐 물어서 유사한 정책을 가진 2번 후보를 지지한 것이지 단위 통합 개념으로 얘기한 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또 허영구 후보가 "기호 4번(전재환 선본)이 통합 후보라고 하는데 우린 분열 후보냐"면서 "민주노총 통합 얘기를 하면서 4개 조직이 후보로 나왔는데 계속 통합 후보라고 주장할 거냐"고 따졌다. 이에 전재환 후보는 "허영구-한상균 후보도 통합하려고 노력했는데 조정 안 돼 따로 나온 거 아니냐"면서 "서로 욕심 안 내고 뺄셈 아니라 덧셈으로 만들자, 민주노총 내 갈등을 해소해 보자고 통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년 앞둔 민주노총... '청년 비정규직' 끌어안기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팀.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팀.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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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5년 11월 20주년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임원 직선제 역시 변화를 위한 몸부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정규직 중심이었던 노동운동 1세대들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2부에선 비정규직이 중심인 젊은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전재환 후보는 "20년 동안 흘러오면서 노동운동 토대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창립 세대는 퇴직이 임박했고 조직에 비정규직이 들어와야 하는데 체질을 바꿔야 한다"면서 20주년에 맞춰 미래전략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허영구 후보도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만으로 투쟁할 수 없다"면서 "지역본부, 산별 체제로 가고 중앙은 총파업을 조직하는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허 후보는 "조합원이 젊어지면서 '3불 시대'에 대학 학자금 금융 부채 문제, 결혼 문제, 육아 문제, 주택 전월세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면서 "젊은 조합원들이 볼 때 우리 87년 세대가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 있어 새로운 노동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건 후보는 "지역 내 소통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조합원 눈높이에서 요구를 수용하고 불만을 해소하는 게 사회연대 전략"이라면서 "너무 투쟁만 얘기하면서 정파 갈등만 있는데 따뜻한 민주노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상균 선본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 자체가 관료화돼 현장성을 상실했다"면서 "직선제가 민주노총을 총체적 바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느냐는 한 기자의 돌발 질문에 후보들은 바빠서 TV를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 투쟁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카트>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인간적 고뇌를 그린 영화 <명량>을 각각 거론했다.

아쉽게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미생> 주인공인 장그래 역시 종합상사 '2년 계약직' 사원이다. 원작 만화에서도 노조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직장 상사인 오 과장과 대한문 앞 쌍용차 투쟁 현장을 찾아 노동자 영정 앞에 묵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배경으로 2500일 넘게 민주노조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재능교육' 건물이 비친다. 바로 '비정규직' 장그래의 현실이다.

이제 민주노총에 가입한 비정규직 조합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이 직접 뽑은 민주노총 임원들은 전국의 수많은 '장그래'를 구할 수 있을까? 임기 3년의 제8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을 뽑는 선거는 오는 12월 3일부터 9일까지 1주일간 현장 투표와 ARS 전화 투표(02-2670-9212)를 통해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득표를 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12월 17일~23일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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