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을 찾는 관객 수가 급증하면서 개봉 18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안 뒤늦게 열린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는 경기도에 위치한 메가박스 4개관이 전부다. 그것도 다양성 영화 지원을 위해 경기도영상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G시네마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주간 하루 1~2회 상영되는 것이 고작이다.
- 지난 13일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멀티플렉스의 차별행위 규탄 기자회견문 중 일부

 전남 목포 롯데시네마에서 멀티플렉스 가운데 전국 처음으로 다이빙벨이 상영되고 있다.

전남 목포 롯데시네마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되고 있다. ⓒ 이영주

지난 13일 <다이빙벨> 상영 차별에 대한 기자회견 이후 단 한 곳의 복합상영관이 문을 열었다. 전남 목포의 롯데시네마 목포관은 지난 17일부터 전국 복합상영관 가운데 처음으로 별도의 프로그램 협약 없이 <다이빙벨> 자체 상영을 시작했다. 물론, 복합상영관이 아닌 전국 각지의 독립상영관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지난 18일 찾은 롯데시네마 목포관. 영화가 끝날 무렵인 오후 3시 40분께 <다이빙벨> 감독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무대 인사를 위해 상영관 안으로 들어섰다. 마침 스크린에서는 보수 단체가 손석희 앵커와 이상호 기자, 이종인 대표를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 사기를 친 죄와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울먹이는 이상호 기자가 유가족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아버지 돈을 원하시나요?"
"아니요."
"대학 특례 입학을 원하시나요?"
"아니요."
"의사자 지정을 원하시나요?"
"아니요."
"무엇을 원하시나요?"
"왜 이 사건이 발생했고, 왜 사고 직후에 해경, 해군 등이 우리 아이들 구조를 못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영화 속 짧은 인터뷰는 긴 여운을 남긴 채 끝났고, 객석에 불이 켜졌다. 눈물을 훔치는 관람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눈물 짓는 관객도... 상영 홍보 부족 아쉬워

"롯데시네마 목포관이 (다이빙벨에) 문을 열었습니다. 관객 없으면 곧 내릴 겁니다. 전국의 극장 문이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다이빙벨은 진실을 알리는 영화입니다. 진실을 규명하는 현장에 여러분이 앉아 있습니다."

이상호 기자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자 객석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이라기보다 분노와 슬픔 등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힘겨워하는 작은 노여움들이었다.

관객 탁미선(여, 46)씨는 이상호 기자에게 "극장 안은 물론이고 극장 외부에도 <다이빙벨> 상영을 알리는 홍보물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 근처만이라도 홍보를 좀 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다이빙벨> 상영 관련 뉴스를 수시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목포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정권이 너무 무섭다. 내 주변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고의로 생명을 죽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관객의 질문에 답하는 이상호 기자.

관객의 질문에 답하는 이상호 기자. ⓒ 이영주


탁씨에 이어 30대로 보이는 여성 관객은 이상호 기자에게 알파 잠수 이종인 대표의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40대 후반의 남성 관객도 "진실은 추후 밝혀지지 않겠냐"며 이상호 기자를 위로했다. <다이빙벨>을 관람한 관객들은 세월호 진실규명에 관해 일종의 사명감을 지닌 듯했다. 진실규명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은 상황에서 그 도구로 영화 <다이빙벨>을 택한 것이다.

<다이빙벨> 롯데시네마 목포관 상영 첫 회부터 매 회마다 동료와 지인들을 데리고 함께 관람하는 이도 있었다. 개인 택시를 하는 박상준(36)씨는 "내 주변 사람부터 진실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 택시 기사 동료를 불러내고 있다"며 "택시를 타는 손님들에게 <다이빙벨>에 대해 물어보면 아무도 상영 소식을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앞으로 세월호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다이빙벨>을 관람한 시민이 모여 건강한 시민단체를 만들어서 재상영 활동이라도 벌이고 싶다"고 전했다.

"세월호, 광주민주항쟁과 비슷하다"

 관람 후 이상호 기자와 기념 사진을 찍는 관객들.

관람 후 이상호 기자와 기념 사진을 찍는 관객들. ⓒ 이영주


<다이빙벨> 상영 사실을 알고 단체관람을 준비한 곳도 있었다. 목포 생활체육동호회(회장 송용일)는 지난 18일 오후 8시에 회원들을 모아 단체 관람을 진행했다. 송용일 회장은 "국민 누구라도 진실을 알 수 있었는데 진실을 숨기며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정부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세월호 참사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너무 비슷하다"고 했다. "5·18 항쟁 당시 정부도 언론도 국민을 속였지만 나중에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규명 못하면 5·18의 주범 전두환을 법정에 세웠듯 세월호 참사도 국민이 마음을 모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다이빙벨>을 보는 마음은 영화관 관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이빙벨 상영관인 7관 앞에 서 있던 롯데시네마 목포관 직원 곽아무개씨는 "<다이빙벨>이 무슨 영화인지 사실 잘 몰랐다. 그런데 보고 나니 이 나라에 화가 났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은 "<다이빙벨>을 상영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영화 <다이빙벨>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슬픔과 비통함을, 때로는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를 다짐했다. 목포 상영 첫날 <다이빙벨>을 본 한 트위터 사용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목포 롯데시네마에서 오늘 영화를 봤는데 진실을 알고 나니 대한민국이 싫어지고 미워집니다. 그렇다고 내 나라를 버리겠습니까?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려서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도록 돕고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대한민국 민주 대한민국을 위해..."

롯데시네마 목포관은 <다이빙벨>을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상영할 예정이었으나, 지역 사회의 계속된 문의와 요구로 26일까지 연장 상영한다. 19일에는 페이스북 목포지역 그룹인 '목포사람들'의 단체관람이 있고, 영화 상영 후 이상호 기자와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목포관 <다이빙벨>관람객과 이상호 기자

목포관 <다이빙벨>관람객과 이상호 기자 ⓒ 이영주


"참사 진실 알리는 영화 함께하고 싶었다"
지난 10월 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은 개봉 전부터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복합상영관은 전국에서 한 군데도 배정받지 못했다. 전남 목포에서는 페이스북 목포 지역 그룹인 '목포사람들'이 복합상영관 상영을 촉구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박기철 목포사람들 대표는 영화 제작사는 물론이고 복합상영관 등을 상대로 영화 상영을 조율해 나갔다.

이때만 해도 복합상영관 자체 편성과 상영이 아닌 대관을 통한 공동 관람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때마침 시민사회 단체에서 <다이빙벨> 상영 차별에 대해 복합상영관의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맞물려 롯데시네마 목포관도 움직임을 보였다.

'목포사람들'은 이전에도 <두 개의 문>, <지슬>, <춤추는 숲>, <또 하나의 약속>을 공동 구매해 상영하기도 했다. 김도현 롯데시네마 목포관장은 "영상 콘텐츠는 배급사와 영화사의 계약 관계 또는 관람객이 요구할 시 상영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목포 지역 관람객의 상영 요구가 있어 상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기철 목포사람들 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일이었다"며 "우리 모두가 겪은 참사에 대해 진실을 알리는 영화를 목포 시민과 함께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목포에서 <다이빙벨>의 첫 상영이 이뤄진 상황에서 그동안 상영관 배정 차별과 행위를 이어온 복합상영관의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한편, 영화관 내 <다이빙벨> 상영을 알 수 있는 홍보물은 많지 않았다. 급히 영화 상영이 결정되며 제작사 측에서 영화관에 충분한 홍보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상영 시간대가 평일이라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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