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에서 일하는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20, 21일 양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 지역 일부 학교장들이 조리 종사원들에게 파업을 중단하도록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학교장들이 조리 종사원들의 정당한 파업에 개입해 파업 중단을 압박하는 것은 부당 노동 행위로 사법 처리 대상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학비연대, "파업 중단 회유", 관련 교장 "참아달라"

서울 양천구의 A초등학교의 교장은 지난 16, 17일 이틀 동안 조리 종사원들을 교장실로 불러 '파업 참가 여부를 확답하라'고 요청했다. 이 교장은 이 자리에서 "아이를 볼모로 (조리 종사원들이)밥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학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500명 아이들의 밥을 빌미로 조리 종사원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파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는 1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법적 파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는 1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법적 파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이창열

관련사진보기


또 성북구에 있는 B초등학교의 교장 또한 18일 오전 조리 종사원 9명을 교장실로 불러 '파업 참가 여부를 이날(18일) 저녁까지 확답하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관련 학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지역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 급식을 못 먹게 되면 도시락을 싸올 수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며 "파업을 참아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송파구에 있는 C중학교의 교장과 동작구에 있는 D초등학교의 교장도 파업 관련 조리 종사원들을 불러 파업 중단을 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D초등학교의 교장은 18일 오후 파업에 참가 예정인 급식실 조리종사원 7명과 면담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는 이 교장을 비롯해 교감과 행정 실장 등이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참석했던 한 서울학비연대 조합원은 "일전에 교장 선생님은 '학교를 다 말아먹으려고 파업을 하느냐. 책임질 수 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며 "오늘 면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거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교 교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학교의 어려운 사정을 알아듣게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C중학교의 교장은 "(파업을)하실 거면 알아서 하시라고 말했다"며 "회유나 압력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오죽하면 파업하겠느냐"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조리 종사원들의 파업 참가 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학교장들에게 보내 교장들이 조리 종사원들의 정당한 파업을 개입하고 나서도록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에 보낸 '학교 비정규직노조 쟁의행위 예고에 따른 대책 및 유의사항' 공문에서 파업 참가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파업 참가 현황을 보고하도록 한 것은 급식 재료 준비를 미리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 공문에는 부당 노동 행위의 유형과 주의 사항도 함께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수정 공인 노무사는 "학교장들은 사용자인 교육감을 대신해 행위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며 "부당 노동 행위로 판명되면 사법처리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학비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은 합법적 파업에 부당 노동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학비연대는 "조리 종사원들은 대부분 자녀를 둔 40~50대 주부들이고, '파업을 하면 아이들 밥을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할 만큼 순박하다. 오죽하면 파업을 하겠느냐"며 "정당한 파업을 중단하도록 부당하게 개입, 압력을 행사하는 교장들과 이를 방조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노동청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함께 싣습니다.



태그:#학교비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기자입니다.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