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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입주민의 지속적인 모욕을 견디다 못해 한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숨진 강남 압구정동 S아파트와 관련, 남은 경비원들이 계약해지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S아파트와 상관 없음.
 일부 입주민의 지속적인 모욕을 견디다 못해 한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숨진 강남 압구정동 S아파트와 관련, 남은 경비원들이 계약해지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S아파트와 상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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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입주민의 지속적인 모욕을 견디다 못해 한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숨진 강남 압구정동 S아파트의 남은 경비원들이 계약해지 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판 노예' '입주민의 하인'으로 불리는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들도 2015년 임금인상을 앞두고 대량 해고가 우려되지만, 고용노동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비노동자들을 돕는 윤지영 변호사(공익변호사재단 공감 소속)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이씨 사망 뒤) 재발방지대책 등을 놓고 S아파트 측 관리회사와 교섭을 시도하던 중, 아파트 동대표들이 모여 이 회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협상이 깨졌다"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 아파트가 근방에서 유일하게 경비원 노조가 있는 곳인데 이들은 '노조가 있으니 시끄럽다'는 투였다, 결국 본인들에게는 책임이 없고 (가해자인) 이상한 할머니 탓에 이렇게 됐다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S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법적 책임이 없다"라며 협상을 거절했고, 관리회사도 "결정권은 입주자에게 있다"라며 서로 책임을 미뤘다고 한다.

실제로 S아파트에 근무하는 한 경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미 관리회사를 바꾸겠다고 아파트에 공고가 붙었다, 남은 경비원이 80여 명 정도인데 다 같이 물갈이(계약해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선기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외협력국장도 "해당 관리회사는 S아파트와 15년 넘게 계약해왔다, 이제서 끊겠다는 건 결국 경비원들을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묻고자 S아파트 김아무개 입주자대표회의(아래 입대회) 회장에게 전화했으나 "해외에 있다, 통화가 어렵다"라는 말을 남긴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입대회 측은 '분신 경비원' 사건이 개인적 문제일 뿐 아파트 전체 입주민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관련기사 : '경비원 죽음' 놓고 노동계-입주자대표회 대립).  

앞서 지난 10월 7일 해당 아파트에서는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만수(53)씨가 일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심한 모욕감을 느껴 분신을 시도했고, 1개월 만인 지난 7일 숨졌다. 가해자로 알려진 입주민 70대 여성은 사건 초기 "당일에 이씨를 만난 적도 없다"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이씨가 사망하자 빈소를 찾아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라고 사죄했다.

앞서 지난달 7일 해당 아파트에서는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만수(53)씨가 일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심한 모욕감을 느껴 분신을 시도했고, 한 달 만인 지난 7일 숨졌다.
 앞서 지난달 7일 해당 아파트에서는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만수(53)씨가 일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심한 모욕감을 느껴 분신을 시도했고, 한 달 만인 지난 7일 숨졌다.
ⓒ 동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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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구제 못 하도록 '사직서' 강요하기도... 임금인상 앞두고 해고 움직임

현재 계약해지의 위험에 처한 것은 S아파트 경비원들뿐만이 아니다. 경비원은 원래 감시적 근로자로 분류돼 법정 최저임금의 90%만을 받게 돼 있으나, 24시간 교대 등 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문제가 돼 2015년부터는 최저임금의 100%까지 지급을 보장받게 됐다. 이에 관리비 인상을 우려한 일부 아파트에서 경비원 대량 해고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률 7.1%을 고려할 때, 경비원이 속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급여는 약 19% 인상될 예정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아파트 등 현장에서는) 관리비 인상을 막기 위해 현재 있는 경비원 중 20% 정도를 해고하는 식의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2009년 한국고용정보원 고용구조조사(OES)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감시적 근로자)은 약 25만 명에 달한다. 안 국장은 이러한 법 시행에 따라 "아파트 한 세대당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2만 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며 "실제로 최근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G아파트에서 경비원 4명이 동시에 계약해지를 당했다"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참여연대 주최로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관련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윤지영 공익변호사재단 공감 변호사,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
 13일 오후 참여연대 주최로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관련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윤지영 공익변호사재단 공감 변호사,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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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좌담회에서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또 다른 사례도 소개됐다. 노원노동복지센터에는 경비용역회사가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3개월마다 근로계약서, 2개월마다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한 사례도 접수됐다. 안 국장은 "이들에게 미리 사직서를 쓰게 해서, 나중에 잘려도 부당해고신청을 하지 못하게끔 하려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서로 책임 떠넘기는 간접고용 탓... "노동부, 정확한 실태조사·대책 내놔야"

이렇듯 심각한 경비원 고용불안 사례에도 문제가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석자들은 간접고용 문제를 큰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아파트 측이 용역관리회사를 거쳐 경비원을 뽑는 식으로 간접고용하고, 문제가 되면 쉽게 관리회사를 바꿔 책임을 면한다는 것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이번 (분신)사건으로 간접고용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라면서 "언제고 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한 목소리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고용노동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모르는 채 사용자(관리회사) 측의 주장만 듣고 '감시적 근로자'라는 승인을 내주고 있어 근로자만 피해를 입는다는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노동부는 경비원을 '(피로가 적은) 감시적 근로자'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노동부가 2008년 발행한 아파트 경비원 관련 홍보물을 보면 "경비원은 감시업무에 반드시 필요하며, 입주민 편의를 위해 택배·우편물 수령·주차 관리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윤 변호사에 따르면 감시적 근로자인 경비원이 수행해야 할 업무는 방범과 안전점검 등으로, 노동부가 말하는 택배·주차 관리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지자체별로 표준관리규약 등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들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감정노동과 고용불안·저임금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비원들의 현실에 대해 노동부가 직접 실태조사 등 제대로 된 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시하고 있다,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안다"라고 답했다.


태그:#분신 경비원, #경비원 분신 사망,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압구정 아파트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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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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