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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참사 피의자 15명의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 세월호 선원 선고공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참사 피의자 15명의 1심 선고 공판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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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6년, 30년, 20년, 15년... 선원 15명의 총 선고 형량을 합하면 168년이었다.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단죄됐다.

2014년 4월 16일,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누구보다도 먼저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탈출했다. 적절한 조치 없이 달아난 그들 탓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은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나 유족들은 여전히 4월 16일에 갇혀있다. 1심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가 11일 선고공판에서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는 뒤이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지울 수 없다"는 말을 꺼냈다.

"세월호는 불법 증개축, 과적, 부실 고박 등의 사유로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위험한 여객선이었다. 선사 청해진해운의 간부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여러 차례 선장과 선원들이 지적한 구조적 문제들을 시정하지 않았고, 비상시를 대비한 훈련도 규정에 맞게 실시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이 승객·선박 안전에 관한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할 안전점검기관들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도 이번 사고의 한 원인이었다."

시스템 속의 무능자들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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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선원들과 변호인들의 '항변'을 찬찬히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할 말이 있었다.

선원들의 변호인 역시 판사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김영호 2등 항해사의 변호인은 10월 27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는 없다"는 마지막 변론을 했다.

"시한폭탄 같던 세월호를 운항할 수 있도록 묵인하거나 허가한 사람들과 선사, 구조의 1차적 책임자인 선장 및 선원들, 또 2차적 책임자들로 현장에 신속히 도착해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해경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형에서 보듯 현실은 1차 구조 책임자인 피고인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고 있다. 피고인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 못 했으니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없다는 게 피고인들의 입장이다."

선원들은 자신들의 무능함을 고백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시스템의 문제가 담겨 있었다. 박한결 3등 항해사는 최후 진술 내내 울먹이면서도 그 이야기를 털어놨다.

"저를 포함해 우리 선원들…(계속 울먹임) 경력은 많아도 주기적으로 교육받지 못하고 나이도 많고 무지해서… 처음 접하는 사고에 우왕좌왕했다… 배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할 크나큰, 몹쓸 죄인이 되고 말았다. 사고 원인보다 승객 구조에 대해 조사받을 때 정말 많이 괴로웠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왜 그땐 그러지 못했는지, 왜 아무 생각 못하고 바보처럼 울고만 있었는지… 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6월 3일 청해진해운이 지난 한 해 동안 세월호 선원들의 교육훈련에 쓴 돈은 2000원이며 그마저도 외부교육 참가 후 받은 수료증 수수료라고 발표했다. 또 선원들 가운데 배가 뒤집어지는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수사부터 재판까지 수차례 확인된 내용이다. 그나마 이뤄진 소방훈련조차 '월 1회'란 의무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박경남 조타수의 경우 1년 넘게 세월호를 탔지만 올해 2월 소방훈련을 한 번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지금은 안전한가요?

4월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침몰한 '세월호' 4월 16일 오후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인천발 제주도행 여객선 '세월호' 주위에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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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들은 '세월호 이후'가 선원들의 단죄로 그쳐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준석 선장의 변호인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처벌이 적절한지, 과연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는 의문을 드러냈다.

"지금 피고인에게 어떤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지, 또 그걸로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 모두의 응어리가 풀릴 수 있는지 답답하다."

손지태 1등 기관사의 변호인 역시 '세월호 선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재판에 참여하면서 '제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입을 뗐다. 이어 "그보다 더 깊게 마음에 파고들었던 질문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0월 21일 공판에 재생된 단원고 2학년 8반의 동영상을 보면서 저도 눈물을 흘렸다. 특히 동영상 말미에 나오는 '지금은 안전한가요'라는 물음은, 앞서 제가 품고 있던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란 물음보다 더 깊게 제 마음을 파고들었고,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아직 이 질문에 떳떳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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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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