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향해 역투하는 김광현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 김광현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역투하고 있다.

▲ 금메달 향해 역투하는 김광현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 김광현이 지난 9월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역투하고 있다. ⓒ 유성호


'국가대표 투수'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첫 고비에 직면했다. 지난 1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공시를 신청했던 김광현과 SK 구단은 지난 11일 포스팅 최고액 입찰 금액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응찰액이 당초 기대했던 액수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며 상황이 미묘해졌다.

SK 구단이 공식적인 응찰액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략 '200만 달러'(약 22억 원) 수준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미국에서 일부 현지 기자들이 자신의 SNS를 통하여 김광현의 응찰액수와 영입 구단까지 실명으로 밝히면서 국내에까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류현진 응찰액의 1/10 수준... SK가 순순히 내줄까

SK 구단은 그동안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조건으로 '합당한 대우가 충족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SK가 기대했던 합당한 대우란, 500만~1000만 달러 내외를 예상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고 응찰액이 200만 달러라면 SK가 기대했던 최소액수 500만 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 지난 2012년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으로 LA 다저스가 2573만 달러를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고작 10분의 1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군림했던 김광현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제안이다. SK 구단이 금액을 밝히지 못한 것을 보면 최종입찰액이 엄청나게 낮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김광현 응찰액에 대해 별다른 루머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현지의 반응은 철저한 무관심에 가깝다.

기대와 달리 김광현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가 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의 경쟁력과 내구성이 과연 통할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광현의 매력은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라는 희소성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오랜 시간을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젊은 나이에 비하여 국제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만 27세면 투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다.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부상경력이 있고 수년에 걸쳐 꾸준하게 활약하지 못했다. 최근 2년간 부상을 털고 부활하기는 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타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할 수준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파워피처에 가까운 김광현이 한국보다 훨씬 힘이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미국보다 한국의 경기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거나 그에 근접한 시즌이 한 번도 없었다. 구속은 빠르지만 구종이 단조롭고 제구력이 불안하여 볼넷도 많은 편이다. 김광현은 국내 전성기 때에도 육체적-정신적으로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유형의 투수'로 꼽혔다. 강한 정신력과 뛰어난 내구성, 기복 없는 경기운영 능력을 두루 갖췄던 류현진과 큰 차이가 난다.

낮은 몸값 제시는 보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김광현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들이 그를 선발자원으로 분류했다면 200만 달러는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고 해도 불펜요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SK가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요란하게 선언한 것이 10월 29일이었고, 지난 1일에 포스팅 공시를 신청했다. 시기적으로 팀 내부 정비에 돌입한 메이저리그 구단들로서는, 냉정히 말해 김광현처럼 대어급도 아닌 해외 FA들에게 벌써부터 관심을 가질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만 해도 괜찮은 중저가형 선수들이 적지 않다. 반면 아시아 선수들 중에는 올 시즌 잦은 부상경력으로 내구성에 의문을 자아낸 선수들이 많았다.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했던 윤석민(볼티모어)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마이너리그에서만 한 시즌을 보내야했다. 적지 않은 구단들은 김광현에게서 윤석민과 비슷한 리스크를 걱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도전'이냐 '새출발'이냐... 김광현의 의지

관건은 이제 김광현의 의지다. 낮은 몸값은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선수와 구단 간 냉정한 이해득실의 문제다. SK는 본래 에이스 김광현의 해외진출이 달갑지 않았다. 김광현의 의지가 워낙 강하여 수락했지만,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만 메이저리그행을 승인하는 것으로 내부 합의를 마쳤다. 그런데 기대에 못 미치는 몸값이 나오면서 피차 난처해졌다.

에이스를 내줘야하는 SK 입장에서, 그 정도의 포스팅 금액으로는 김광현에게 투자한 비용 회수가 어렵다. 에이스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영입도 어렵다. 김광현으로서도 헐값에 미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공정한 기회를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낮은 몸값이라도 일단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실력을 증명한 뒤 재평가 받겠다는 각오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민의 사례처럼 유망주가 아니라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선수가 바닥부터 다시 경쟁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에 메이저리그행을 거부하면 언제 다시 기회를 잡을지도 불투명하다. 그야말로 김광현으로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김광현으로서는 빨리 마음을 정해야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구단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빨리 미련을 털고 국내에서 새출발해야 한다. 이미 요란하게 기자회견까지 벌이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라 체면이 생각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김광현 스스로의 야구인생을 위하여 냉철한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점이다.

돈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한번쯤 도전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국내에서 다시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결코 '후퇴'나 '포기'는 아니다. 해외진출만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전성기를 맞이해야할 나이의 김광현이 낮은 대우와 평가를 감수하며 불확실한 미래 속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본인이나 한국야구에게 있어서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곳에서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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