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베르너 사세 교수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서촌재 인근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 베르너 사세 교수 베르너 사세 교수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서촌재 인근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외국인 한국학의 대부 베르너 사세(73, Werner Sasse)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전 석좌교수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작은 한옥 갤러리 '서촌재(관장 김남진)'에서 <안을 보다>수묵전을 연다.

그는 지난 1일 오프닝 행사를 몇 시간 앞두고, 전시장 인근 서울 인왕산 수성계곡에서 커다란 붓으로 한지에 수묵화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어를 유창히 구사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박식한 사세 교수가 한글, 한류, 음식 등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3년 전 세계적인 무용가 홍신자(74)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은 사세 교수를 지난 4일 오후 서촌재 전시장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사세 교수는 "장인을 따라 한국인들에게 기술력을 전파하기 위해 지난 1966년 첫 한국땅을 밟았다"며 "4년간 있다가 1970년도 다시 독일로 들어가 한국어학 공부에 매진해 한국학 박사를 밟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동안 그림을 그려왔다"며 "서양화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지만, 동양화는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 여백을 두고 획을 하나 만들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사세 교수는 "한옥이 내가 그린 수묵화하고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 한옥을 간직하고 있는 작은 한옥 서촌재를 선택해 전시를 하게 됐다"며 "크게 그린 수묵화도 있는데 그것은 너무 커 서촌재에 전시를 못 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세 교수는 "지금의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아니고, 자본을 벌기 위해 미국에서 유입된 문화를 한국적으로 전파하는 문화일 뿐"이라며 "한국적인 한글, 한복, 한옥, 서예 등 우수한 문화를 진정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면 기술과 경제면으로 발달했지만 고전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국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전통문화를 세계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전통문화가 중요한데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으니 내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문화 연구 왜 한국 사람은 관심 없을까"

사세 교수는 "지금도 1850년대 한국의 한문 고서인 <동국세시기>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다"며 " 풍속, 풍습, 명절, 제사 등 고전 문화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언어조사방법을 연구하다 보면 한글(훈민정음)을 인도 언어학에서 온 '제일 멋진 꽃'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언어조사방법을 통해 보면 한글은 인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한국인들은 강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세 교수는 "지금 한국 사람들은 세계화라고 하면 우리 것을 다른 나라에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것이 다른 나라 문화와 무슨 관계와 연관성이 있느냐가 세계화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외국에서 많이 수입한 음식이고 이런 것은 좋은 음식이 아니"라며 "계절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신토불이의 의미이고 우리 몸도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그래서 계절 따라 먹는 음식이 좋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림이나 학문 외에도 조각을 하고 싶다"며 "나무 냄새가 좋아 그렇다"고 밝혔다. 다음은 베르너 사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촌재 갤러리 수묵전시 작품이다.
▲ 전시작품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서촌재 갤러리 수묵전시 작품이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 1966년 처음 한국에 왔다. 오게 된 동기를 말해 달라.
"당시 전남 나주 호남비료공장이 독일의 원조로 만들었다. 장인을 따라 독일 기술자로 왔다. 한국에는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많았다. 바로 기술력이 없어 당시 장인이 한국 발전을 위해 기술학교(한독공고)를 설립했다. 이런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왔다.

그리고 한국에 4년 있다가 1970년도 다시 독일로 갔다. 그때는 한국문화를 잘 몰랐다. 독일 보흠대학을 다니면서 일본학과에서 중국문화를 공부하면서 한국학을 공부했다. 그래서 보흠대학에서 한국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학은 한국문학과 언어학이 주이지만 민속, 역사 등도 공부를 했다. 그래서 보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부교수로 임명돼 정식 한국학과를 만들었다. 내년 유럽한국학회 모임이 보흠대학에서 있다."

-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고, 동양화와 서양화의 특징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단체에서 회원들과 함께 그림 스터디를 했다. 평생 동안 그림을 그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유화(서양화)를 했다. 한국에 와 한시와 동양화를 알게 됐다. 20년 전부터 수묵화를 그려왔다. 동양화에서는 여백이 너무 중요하다. 관심을 갖고 그림을 그렸다. 서양화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지만, 동양화는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 여백을 두고 획을 하나 만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 간다. 내가 그린 동양화를 얘기하면, 내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붓과 한지가 대화하면서 그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명상을 하면서 붓을 따라 간다."

-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작은 갤러리 서촌재에서 수묵화를 전시하는 이유는?
"평소 서촌재 갤러리도 알고 주인도 잘 안다. 나는 한옥을 좋아한다. 한옥이 내가 그린 수묵화하고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 한옥을 간직하고 있는 서촌재를 선택했다. 크게 그린 수묵화도 있는데 그것은 너무 커 서촌재에 전시를 못 했다. 작은 그림이 한옥 갤러리와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전시를 했다.

"수묵화는 한옥과 어울려... 명상하면서 그린다"

- 인왕산 수성계곡에서 전시 오픈을 하면서 수묵화를 크게 그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큰 뜻은 없고 재미 있어서 했다. 어떤 면에서는 명상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 동남아에서 우리 드라마, 가수, 배우 등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뜨고 있다.
"미안하지만 지금의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아니다. 자본을 벌기 위해 미국에서 유입된 문화를 한국적으로 전파하는 문화일 뿐이다. 한국적인 한복, 한옥, 서예 등 우수한 문화를 진정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인왕산 수성계곡에서 커다란 붓으로 수묵화를 그린 후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베르너 사세 교수이다.
▲ 수목 퍼포먼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인왕산 수성계곡에서 커다란 붓으로 수묵화를 그린 후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베르너 사세 교수이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 현재 근황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
"열심히 화가로서 그림을 그린다. 끊임없이 학문도 한다. 지금도 한국의 고서 한문책을 번역하고 있다. 1850년대 한문 <동국세시기>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다. 풍속, 풍습, 명절, 제사 등 고전 문화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보면 기술, 경제적으로 발달했다. 하지만 고전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전통문화를 세계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전통문화가 중요한데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으니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기 역사, 전통문화 등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러면 안 된다."

- <동국세시기> 번역서와 한글 조사방법연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마 <동국세시기>는 내년에 나올 것이다. 지금 번역하고 있는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정신문화연구원)과 UCLA가 함께 하는 전통문화 사업 프로젝트 한 분야에 내가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동국세시기> 번역을 마치면, 한글(훈민정음)의 전통을 연구하는 책을 내고 싶다. 왜냐면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연구할 당시의 훈민정음 음성학 전통이 어디서 왔는가를 연구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에 음성학이 중국에서 들어왔는데 중국으로 들어온 것은 인도에서 왔다. 인도에서 고쳐 중국으로, 중국에서 고쳐 한국으로 왔다. 자기 나라 식으로 고쳤으니 말이 다르다.

이런 과정을 강조하는 책을 쓰고 싶다. 어떤 면에서 언어조사방법을 연구하다보면 한글은 인도 언어학에서 온 제일 멋진 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어조사방법을 통해 보면 한글은 인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한국인들은 강조하지 않는다. 이런 좋은 훈민정음 작품이 금방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다. 훈민정음도 한국문화이다."

"다른 문화와 연관성 비교하는 게 세계화의 척도"

- 한국문화의 세계화의 의미는?
"한국문화가 다른 나라 문화와 관계됐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려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문화 그러면 한국만 강조할 뿐 타 문화의 연관성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문화가 동양문화권과 어떻게 관계됐는가 하는 것을 앞으로 좀 더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문화인 한글이 세계화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세계화라고 그러면 우리 것을 다른 나라에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것이 다른 나라 문화와 무슨 관계와 연관성이 있느냐가 세계화의 척도이다."

- 한국의 음식문화는 어떤가?
"음식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다. 발효된 것도 많고 싱싱한 야채도 많아 아주 좋다. 아쉬운 것은 농약을 치는 음식보다 유기농 음식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점이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이) 지금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외국에서 많이 수입한 것이다. 이것은 좋지 않다. 우리 것을 먹어야 건강하다. 겨울에 딸기를 먹는 것도 좋지 않다. 계절음식을 먹어야 진짜 신토불이다. 우리 몸도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계절 따라 먹는 음식이 좋다.

▲ 수묵전시 지난 1일부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작은 한옥갤러리 '서촌재'에서 '안을 보다'수묵전을 하고 있다. 전시를 하고 있는 영상이다.
ⓒ 김철관

관련영상보기


- 그림, 학문 외에 하고 싶은 일은? 
"조각을 하고 싶다. 나무 냄새가 좋아서 그렇다. 특별 강연도 많이 한다. 한국 문화와 외국 문화 비교 등을 주제로 특강을 많이 하고 있다. 내년에는 안성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할 것이다. 이번 겨울에 석 달 동안 인도에 가 명상도 하고, 인도식 한약(Ayurveda)에 관심이 있어 조사를 하려고 한다. 인도한약, 중국한약, 한국한약 등을 조사해 비교를 하려고 한다. 인도에도 쌀을 많이 먹는 지역에는 막걸리와 비슷한 술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문화와 인류학에 관심이 있어 조사하다 알게 됐다."

베르너 사세 교수는 194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생했다. 1966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개발원조사업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 보흠대학에서 한국학 박사를 받아 보흠대학과 함부르크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를 지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1년 전 학고재에서 펴낸 <민낯이 예쁜 코리안>이란 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가로 활동하며, 수십 차례의 미술전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정열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태그:#베르너 사세 교수, #<민낯이 예쁜 코리아> 저자, #저명 무용가 홍신자씨의 배우자 , #'안을 보다'수묵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