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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LG유플러스 아이폰6 론칭 행사에 참석하려고 줄 선 고객들
 지난달 31일 LG유플러스 아이폰6 론칭 행사에 참석하려고 줄 선 고객들
ⓒ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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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단통법도, 천하의 애플도 '호갱(호구 고객)'을 구하진 못했다. 아이폰6가 지난달 31일 출시되자마자 '보조금 대란'에 휘말린 것이다. 

이른바 '1101 대란'으로 이름 붙은 이번 보조금(지원금) 대란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 지난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첫 보조금 대란인 데다, 애플 아이폰6가 첫 제물이라는 점이다. 또 정부가 바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개통 취소'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과연 '아이폰6 대란'은 지금까지와 뭐가 달랐고 앞으로 이동통신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이폰6 대란'은 이미 예상됐다?

이미 아이폰6 국내 출시를 계기로 그동안 꽁꽁 얼어붙은 '단통법 정국'에 균열 조짐이 보였다. 우선 KT와 SKT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아이폰을 출시하게 돼 처음으로 '이통3사 경쟁 체제'가 처음 갖춰졌다. 아니나 다를까 LG유플러스는 지난 달 23일 아이폰6 16GB 출고가를 81만 원대에서 79만 원대로 소폭 내리면서 중고폰 값을 미리 깎아주는 선할인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는 아이폰6뿐 아니라 갤럭시노트4 등 다른 최신 단말기로 확산됐고, 10만 원대에 머물던 최대 법정 지원금도 20만 원대로 2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LG유플러스의 '선공'은 주효했고 아이폰6가 나온 지난달 31일 번호이동(MNP) 시장에서 유일하게 4446명 순증을 기록했다. 반면 KT와 SK텔레콤도 뒤늦게 선할인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이날 가입자가 각각 3720명, 726명씩 순감하며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보조금 전쟁은 출시 다음날인 11월 1일부터 시작했다. 우선 그동안 중단해온 주말 개통을 허용해 전운이 감돌았다. 이통3사는 이날 오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평소 건당 20만~30만 원 수준이던 유통점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을 30만~40만 원대를 거쳐 60만~70만 원대까지 경쟁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고스란히 단말기 지원금에 반영됐다.

이통3사의 아이폰6 공식 지원금은 25만 원 안팎이었지만, 유독 79만 원대인 아이폰6 16GB 모델만큼은 할부원금 10만~20만 원대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유통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67~85요금제를 3~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비공식 지원금을 '페이백'(지원금 일부를 현금으로 입금)이나 '현금완납'(할부원금을 일시 납입)해주는 방식이었다. 

지난달 31일 SK텔레콤 아이폰6 출시 행사에 개통하고 있는 예약가입자들
 지난달 31일 SK텔레콤 아이폰6 출시 행사에 개통하고 있는 예약가입자들
ⓒ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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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나 문자메시지로 이런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성지'라 불리는 전국 10여 개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줄서는 광경이 곳곳에서 펼쳐졌고, 이런 분위기는 2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일 이 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뒤늦게 이통사 임원을 불러 단속에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통3사는 2일 오후부터 장려금을 슬그머니 원상 복귀시켰고, 이날 저녁 정부에서 이통사뿐 아니라 대리점과 판매점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아예 가게 문을 닫거나 이미 가입한 고객에게 '개통 취소'를 요구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박희정 한국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아이폰6가 이통3사로 동시 출시되면서 예약 가입 때부터 2배수 정도 거품이 끼어 있었다"면서 "뒤늦게 거품을 알게 된 이통사가 서로 가입자를 끌어가려고 경쟁적으로 장려금 정책을 걸었고 단통법 때문에 늘어난 대기 수요까지 한꺼번에 쏠리면서 보조금 대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와 미래부도 2일 "이통3사가 공시지원금 상향 등의 합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유통점 장려금을 상승시킴으로써 불법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면서 이통사 책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작 이통3사는 "이번 보조금 대란은 판매점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본사와는 관련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실제 한 이동통신 유통상도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 같은 편법은 이미 예상됐다"면서 "전산 상으로는 통제 수준 가격으로 판매하고 나머지 지원금을 '페이백' 형태로 가입자 통장에 입금해주면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왜 하필 '아이폰6 16GB'였나?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아이폰 6를 가장 먼저 개통한 '1호 가입자' 채경진(가운데)씨가 남규택 KT마케팅 본부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아이폰 6를 가장 먼저 개통한 '1호 가입자' 채경진(가운데)씨가 남규택 KT마케팅 본부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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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조금 대란의 중심에 아이폰6 16GB 모델이 있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우선 아이폰6 16GB 모델은 기존 32GB, 64GB 모델이 각각 64GB, 128GB로 업그레이드된 데다 화면이 큰 아이폰6 플러스까지 등장하면서 고객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에 재고 부담을 느낀 이통사와 유통점들이 미리 16GB 모델 떨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개통 건당 지급되는 장려금 속성도 영향을 미쳤다. 

제조사 차원의 판매 장려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이 보조금 대란 전면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과거 아이폰5나 아이폰5S도 보조금 대란에 동참한 사례가 있지만 주로 삼성 갤럭시S3, 갤럭시S4, LG G3 같은 국내 제품이 대란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과거 보조금 대란도 제조사가 아닌 이통사에서 주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그런 방증이 아니겠느냐"면서도 "경쟁사 제품에 대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조금 대란은 보통 제조사 이해관계가 개입돼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절반 정도씩 리베이트를 분담하는 형태여서 1주일 넘게 지속할 수도 있었다"면서 "아이폰6의 경우 순수하게 이통사 장려금만으로 진행돼 애초부터 오래 가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아이폰6 '개통 취소' 후폭풍... 삼성전자 '미소'

후폭풍도 이전과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보조금 대란'이 터지면 적어도 소비자와 유통점들은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방통위에서 사후 현장 조사에 나서 이통3사의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수백 억 원 과징금이나 수 주간 영업정지 같은 중징계를 내리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공시 지원금을 초과 지급한 '불법'을 저지른 유통점도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이통사에서 장려금 지원 약속까지 거둬들이면 이중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된다. 예전과 달리 유통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개통 취소나 기기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이에 방통위는 "이통사에 이미 개통된 기기에 대한 개통 철회나 기기 회수를 명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이통사도 "제도적으로 (가입자에게) 개통 취소를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통점 쪽 사정은 다르다. 박희정 사무총장은 "이통사에서 장려금을 최대 110만 원대까지 올리면 판매점들도 마진을 80만 원씩 남길 순 없어 가입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면서 "결국 이통사에서 다시 리베이트를 거둬들이면 판매점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가입자에게 개통 취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페이백'이나 '현금완납' 방식 등으로 개통한 고객 입장에서도 법정 지원금 이상을 보장받을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개통 취소 요구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보조금 대란과 무관한 유통점과 이미 예약 가입 등을 통해 아이폰6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다. 실제 박 사무총장은 "거꾸로 이번 대란에 동참하지 못한 대다수 유통점들은 고객 쪽에서 개통 취소를 요구해와 진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단통법도 아랑곳 않는 이통사들 다툼에 또다시 중소 유통점과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게 된 셈이다.  

이번 보조금 대란은 애플 아이폰6 인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비록 아이폰6플러스 등 주력 모델은 빠졌지만 단 하루 만에 '공짜폰'이 등장하면서 강점 가운데 하나였던 '가격 방어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반면 삼성전자로선 아이폰6와 경쟁에서 큰 단점을 하나 던 셈이다.

또 제조사 장려금 없이도 '보조금 대란'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삼성전자의 단통법 거부에도 나름 명분을 제공하고 말았다. 이통사 헛발질에 결국 삼성전자만 미소 짓게 만든 것이다.


태그:#아이폰6,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단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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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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