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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에 휘말린 조성진 LG전자 HA부문 사장.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에 휘말린 조성진 LG전자 HA부문 사장.
ⓒ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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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문은 왜 망가뜨렸습니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기자들이 검찰조사에 출석하는 피고발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이런 질문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정치인의 비리혐의나 경제사범의 횡령혐의를 캐묻던 기자들이 한낱 세탁기 파손 혐의를 질문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다음주 LG전자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성진 LG전자 사장(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중순 삼성전자가 고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사건으로, 삼성전자는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의 임직원들이 9월 초 독일의 가전제품 판매점 두 곳에서 고의로 삼성전자의 신형 세탁기 4대를 파손해 재물손괴,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경쟁사 제품의 제품 사용 환경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활동"으로 제품 파손에 대한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미 삼성전자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인조사를 마쳤고, 삼성전자로부터 독일에서 조 사장 등이 파손했다는 세탁기와 독일 가전매장의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받았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조 사장 등의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 사장의 출석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언론사가 많아 공개 출석으로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고, 조 사장 본인이 입장발표를 위해 공개 출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고 세탁기 문은 왜 망가뜨렸냐고 질문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LG전자 임직원이 독일 베를린 가전 매장에서 파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 드럼 세탁기 WW9000 모델.
 LG전자 임직원이 독일 베를린 가전 매장에서 파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 드럼 세탁기 WW9000 모델.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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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 9월 중순 검찰 고발 뒤 "사실 법적절차까지 밟을 생각은 없었다, 저 쪽(LG전자)이 그냥 미안하다고 했으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면서 "그런데 거짓 해명으로 교묘하게 우리 제품을 비하해 내부 반응이 격앙됐고 결국 고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조 사장 등의 독일 현지 세탁기 파손 행위를 공개했을 때 LG전자가 '다른 제품은 괜찮았는데 유독 삼성 제품만 세탁기 문 경첩이 취약했다'는 취지로 해명을 한 게 삼성의 법적대응의 명분이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사건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판매점에 있는 상대 회사의 제품을 망가뜨린 LG측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삼성제품이 약하더라'고 역공을 펴서 삼성 측을 격앙시킨 것도 잘한 일은 아니다.  

한국 가전의 양대 축이자 세계시장에서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할 곳은 시장이다. 특허침해나 부당경쟁 같은 시장교란 행위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공익을 대변해야 할 검찰에 이런 자존심 싸움의 심판을 맡기는 건 검찰력 낭비가 아닌가.


태그:#세탁기, #LG전자,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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