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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 지난 9월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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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30일 '윤 일병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군사법원의 판결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의 선고는 상해치사에 해당하는 형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중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징역형의 상한선은 30년으로, 여러 범죄를 저질러 가중처벌을 받을 경우 최대 50년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상해치사죄에 대한 최고 형량은 지금까지 징역 15년이었다. 따라서 주범 이아무개 병장에게 징역 45년, 하아무개 병장 30년, 이아무개 상병과 지아무개 상병에게 각각 25년을 선고한 군 법원의 판결은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상해치사에는 적용할 수 없는 과다 양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유가족들과 군 인권센터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향후 항소심 재판부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공판과정에서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대폭 깎일 것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이런 점에서 유가족 측은 "군사법원이 표면상으로는 엄정하게 처벌한 듯 하면서 실제로는 가해자를 봐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군 검찰이 가해자들에 대해 주위적 범죄사실(주 범죄)로 적용했던 살인죄에 대해 재판부는 왜 무죄라고 판단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날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더라도 폭행, 가혹행위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왜 살인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28사단 검찰부는 피해자의 사인을 '기도폐색에 의한 질식사'로 보고, 가해자들을 '상해치사'로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군 인권센터의 폭로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난 달 4일에서야 사인을 '구타에 의한 속발성 쇼크 또는 좌멸 증후군'으로 변경했고, 공소사실도 상해치사에서 살인으로 바꾸었다.

"살인죄를 인정하자니 부실수사 감출 수 없고..."

육군 법무 관계자는 사인 변경과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 "여론에 떠밀려 한 것이 아니라 법률적 판단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빈약하다. 만약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당초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던 재판에서 사인은 질식사, 죄명은 상해치사로 판결이 내려졌을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뒤늦게 재판을 이관받은 3군사령부 검찰부가 가해자들의 살인혐의에 대해 규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었는지도 사뭇 의심스럽다. 실제 지난 24일 열렸던 결심공판에서도 군 검찰관은 가해자들의 일부 범죄혐의에 대해 날짜를 변경하는 등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의 최종단계까지 일부 범죄가 벌어진 날짜를 특정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일부 가해자들의 진술이 서로 어긋나는 점에 대해서도 군 검찰관은 적극적으로 추궁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들어 유가족측은 살인죄가 인정되면 지휘계통과 초동수사를 지휘했던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군 법원이 상해치사에 대한 죄만 묻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28사단에서 진행된 공판 내내 사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정민 변호사도 군 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변호사는 공판이 끝난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극히 비정상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오늘 판결은 살인죄를 인정하자니 수사부실을 감출 수 없고, 낮은 형을 선고하자니 국민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던 군사법원이 범행 가담 정도가 사뭇 다른 4명의 피고인들에게 상해치사죄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중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윤 일병, #군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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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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