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 선임에 이어 또 하나의 '빅 뉴스'가 나왔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선동열 감독 사퇴 등 최악의 위기에 빠진 KIA 타이거즈가 김기태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화제의 인물들이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속속 복귀하며 포스트 시즌의 열기가 밀릴 정도다.

KIA는 28일 김기태 전 LG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재계약까지 마친 선동열 전 감독이 팬심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지난 25일 자진 사퇴한 지 사흘 만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선동열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KIA는 사령탑 없이 마무리 훈련을 해야 할 처지다.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훈련을 통해 올 시즌의 부진을 추스르고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독이 팀 분위기를 파악하고 선수단을 장악해야 한다. 물론 김기태 감독도 그동안 KIA의 신임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기에 빠른 결정이 가능했다.

KIA와 선동열 감독의 안타까운 이별

경기바라보는 김기태 감독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 LG 김기태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경기바라보는 김기태 감독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 LG 김기태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년은 KIA 팬들에게 기대와 실망이 엇갈린 시간이었다. 해태 시절의 황금기를 열었던 한국야구의 '국보급' 투수, 비록 다른 팀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했지만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까지 입증한 선동열 감독이 2012년 마침내 KIA의 지휘봉을 잡으며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화려한 우승 잔치를 기대한 것과 달리 KIA는 선동열 감독과 함께한 3년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12년 62승 65패 6무(.488)로 5위, 2013년 51승 74패 3무(.408)로 8위, 계약 마지막 해인 2014년 올 시즌도 54승 74패(승률 .422)로 역시 8위에 머무르며 한 번도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계속되는 부상 악재 속에 유망주 선수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고, 외국인 선수 선발도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한 번 무너진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여전히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 추억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KIA는 팬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맺었다. 이종범의 은퇴를 배려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안치홍의 입대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임의탈퇴까지 거론됐다는 대화 내용이 전해지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구단 홈페이지에 직접 사과와 각오의 편지까지 올렸던 선동열 감독은 그럼에도 팬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결국 시즌도 시작하기 전에 물러나는 초유의 사퇴로 쓸쓸히 떠났다. 언제나 최고의 길만을 걸어온 선동열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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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IA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단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성난 팬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당장 새로운 사령탑이 필요했다. 이순철, 이강철, 김성한 등 또 다른 해태 시절의 '레전드'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KIA의 선택은 선수 시절 한 번도 인연을 맺지 않았던 김기태 감독이었다.

호남야구의 산실 광주일고 출신인 김기태 감독은 신생구단 특별지명으로 쌍방울에서 데뷔해 삼성, SK를 거치며 왼손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15년간 249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골든글러브도 4차례나 수상했다.

은퇴 후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LG 2군 감독을 지낸 김기태 감독은 선동열 감독이 KIA 지휘봉을 잡았던 2012년 LG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물론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다. 선수 시절 전문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수비 전술 경험이 거의 없는 김기태 감독의 사령탑 선임은 위험한 승부수였다.

예상대로 김기태 감독의 사령탑 데뷔는 험난했다. 부임과 함께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 등 자유계약(FA) 선수 3명을 잃었고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팀을 떠났다.

전력을 보강해도 모자랄 판에 주축 선수를 대거 잃어 버린 김기태 감독의 LG는 결국 정규시즌 7위에 그쳤다. 더구나 시즌 막판 SK와의 경기에서 상대가 무시했다는 이유로 투수를 대타로 기용했다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엄중경고와 함께 벌금 500만 원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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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3년의 LG는 완전히 달라져 돌아왔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이른바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홈런을 터뜨리거나 승리하면 손바닥이 아닌 검지를 맞부딪히며 선수들과 교감을 나누는 '손가락 세리머니'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김기태 감독은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불펜진을 새롭게 구축했고 김용의, 문선재 등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중용했다. 기존의 핵심 전력인 박용택, 이병규, 정성훈, 이진영 등의 활약까지 더해져 LG는 마침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특히 스타 선수는 많지만 '모래알 조직력'으로 불리던 LG를 하나의 팀으로 바꿔놓은 카리스마와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사령탑으로 주목을 받았다.

비록 올 시즌 초반 LG가 다시 부진에 빠지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며 돌연 사퇴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후임 사령탑에 올라 LG를 다시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양상문 감독도 "김기태 감독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 정도였다.

지금의 KIA는 김기태 감독이 부임하기 전 LG와 비슷하다. 계속되는 부진에 선수단은 무력감에 빠져 있고, 주축 선수들은 전성기가 지난 반면에 젊은 선수들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에이스 투수 양현종이 해외진출을 원하고 있고, 내야를 이끌었던 안치홍과 김선빈이 동반 입대한다.

더구나 호남야구 계보에 애착이 강하고, 사령탑의 선수단 장악력과 리빌딩이 절실한 KIA로서는 다른 후보들보다 광주일고 출신의 스타 김기태 감독에게 더욱 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 인연을 맺지 못했던 고향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기태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팀 리빌딩에 주력하면서도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IA 팬들의 기대가 크지만 그만큼 부담도 막중하다. 김기태 감독과 KIA의 만남이 과연 '운명'이 될지, 아니면 '잘못된 만남'이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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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선동열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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