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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에서 대학 본부의 미숙한 행정 때문에 쓰이지 않았어도 될 학생들의 등록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신축 건물의 용도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건물 내부 공사를 진행한 탓이다.

국민대 국제교육관은 지난 2012년 착공해 공사 2년 만인 지난 7월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9~10월에 걸쳐 재공사를 했다. 재공사 사유는 내부 구획을 재조정하고, 천장에 설치돼 있던 냉난방기를 이설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완공을 앞두고 멀쩡하게 지어놓은 벽체(벽면)와 천장 등 내부 시설을 철거했다.

시공업체 한 담당자는 2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정확한 액수는 모르지만 도합 4~5억 원이 든 것 같다"고 밝혔지만, 학교측은 재공사에 사용된 정확한 금액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7월 완공 단계에 접어든 국민대 국제교육관(우측 건물) 모습이다.
 지난 7월 완공 단계에 접어든 국민대 국제교육관(우측 건물) 모습이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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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공사 현장을 확인한 결과, 국제교육관 전 층에 걸쳐 벽체와 천장 상당 부분을 철거하고 일부 층에선 새롭게 확정한 구획에 따라 벽체를 조성해 놓은 상태였다. 천장에 설치해 놓았던 냉난방기도 뜯어 다른 천장으로 이전 중이었다. 불과 2~3개월 전 만들어 놓은 시설을 없애거나 옮긴 것이다.

내부 짓고 나서 용도 확정... 애꿎은 등록금 날려

당초 국제교육관의 용도는 도서관이었다. 공사 명칭도 '도서관 증축'이었다. 기자가 시공사로부터 입수한 국제교육관 설계도 원안에 따르면 '도서관 증축 프로젝트'로, 지상 1층은 회의실과 관리실, 2층은 세미나실, 3층과 4층에는 전시실과 유물처리실, 5층엔 멀티미디어실이 입주하기로 돼 있었다. 이는 기존 도서관 5층에 위치한 박물관과 멀티미디어실을 증축된 도서관으로 이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여기다 지하 1~2층을 제외한 전 층엔 사무실이 들어가기로 설계됐다. 학교는 골조 공사를 마무리짓고 내부 공사에 들어가자 설계도에서 설정해 놓은 구획에 따라 벽체를 세우고 냉난방기를 설치했다.

지난 10월 5일 국제교육관 내부 공사 현장 모습. 불과 3개월 전 멀쩡히 만들어놓은 내부 벽체와 천장 등 시설 일부를 철거했다. 바닥엔 철거된 자재들이 있다.
 지난 10월 5일 국제교육관 내부 공사 현장 모습. 불과 3개월 전 멀쩡히 만들어놓은 내부 벽체와 천장 등 시설 일부를 철거했다. 바닥엔 철거된 자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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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국제교육관 내부 공사 현장 5층 모습이다. 기존 설치했던 천장 상당 부분을 냉난방기 위치, 벽체 조정 등을 이유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월 28일 국제교육관 내부 공사 현장 5층 모습이다. 기존 설치했던 천장 상당 부분을 냉난방기 위치, 벽체 조정 등을 이유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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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에 명시된 용도에 맞춰 내부 공사는 진행됐지만 완공 막바지인 지난 8월 설계도와는 360도 다르게 건물을 쓰겠다고 공표됐다. 국민대가 지난 8월 4일 관리처 시설팀 명의로 발표한 '공간 재배치 개요'에 따르면 증축되는 도서관 1~4층엔 국제교류팀을 비롯해 국제 교육과 관련한 시설이, 5층엔 CPA열람실 등이 입주하기로 한 것이다.

도서관 건물 명칭도 덩달아 국제교육관으로 바뀌었다. 기존 계획안과는 전면 배치되는 상황으로 흘러가, 설계도에 따라 조성해 놓은 내부 시설 일부는 철거와 이전 수순을 밟고야 말았다.

건물 용도 확정할 시간 충분했다

건물 골조 공사가 끝나고 내부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공간 계획을 최종 확정했더라면 철거와 이설에 따른 예산 낭비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국제교육관 골조 공사는 지난해 12월 이미 끝났고, 공간 용도를 결정지을 벽체 설치는 지난 4월 무렵 시작돼 5월 전후에 완료됐다. 벽체 설치 시작 전까지 용도에 대해 의논할 대략 5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지난 10월 5일 국제교육관 내부 공사 현장 모습. 기존 완공한 벽체와 천장 상당 부분을 철거하고, 8월에 결정된 건물 용도에 맞춰 재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10월 5일 국제교육관 내부 공사 현장 모습. 기존 완공한 벽체와 천장 상당 부분을 철거하고, 8월에 결정된 건물 용도에 맞춰 재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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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시설팀 관계자는 27일 "처음에 도서관 용도로 지었다가 다른 용도로 바꿔 그렇게 된 것"이라며 "처음에 계획된 위치대로 진행되면 모르겠지만 학교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논의 과정에서 용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과정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학생들에게 아무런 공지 없이 공사가 진행된 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행정 공지를 통해 건물 신축과 증축은 물론 배수관로 교체와 외벽 마감재 보수 등 학내 공사를 학생들에게 알려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총학생회도 이번 공사에 대해서 어떠한 공문도 받지 못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최창영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공사에 대해선 새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학교에 연락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교육관 입구에 마련된 시각장애인 표지석도 당초 설계안에 명시된 대로 층별 용도를 적어두고 있어, 새로이 확정된 건물 용도에 맞춰 교체해야 한다. 철거와 이설에 소요된 비용뿐 아니라 교체에 따른 비용도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태그:#대학, #등록금, #낭비, #국민대,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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