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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여·야 협상이 또다시 질곡에 빠졌습니다. 새누리당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와 기소를 가로막은 데 이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권마저 흔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연속칼럼을 통해, 세월호 가족들과 530만 국민의 염원인 특별법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낱낱이 짚어보고 이를 극복해나갈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기자말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포함한 국회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포함한 국회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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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우리가 알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 304명의 생명이 바닷속으로 사라져가던 그 시각,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했고 따라서 적절한 조치를 지시하지 못했다면, 국민들은 왜 그랬는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검찰수사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의문투성이다.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일지 모른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의 해명을 받아쓰기 하면서 '국정원이 믿으라니 그냥 믿으라'고 했고, 통영함은 왜 세월호를 구하러 갈 수 없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왜 해경은 미군과 해군을 돌려보내고, 민간인 잠수사를 통제했는지도 알 수 없다. 유가족이라면, 그리고 합리적인 시민이라면 이런 의혹을 밝히기 위해 최고책임자가 받은 보고와 조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당연하다.

단지 그 이유였다. 그런데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에 '청와대'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는 하나씩 차단 당했다. 올해 6월 국정조사가 진행될 때 청와대는 185건의 자료요청 중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8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청문회는 청와대 측 증인채택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가 결국 무산되었다. 검찰은 구조실패의 최종 책임을 123함정 정장에게 물었을 뿐 소위 '윗선'은 수사도 하지 않았다. '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으나 형사상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감사원의 감사에서라도 행정적 책임이 드러나야 했으나 감사원도 청와대 감싸기에 바빴다. 감사원은 5급 공무원 두 명을 보내 단 하루 동안 청와대 행정관 4명만 만나고 돌아와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4월 16일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하여 청와대 답변서에 없는 내용을 임의로 추가하여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민 정황도 보인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독립적인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는 특별위원회'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겠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런데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도 청와대가 개입하여 어지럽히고 있다. 9월 16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중 대통령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면서 특별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결국 특별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포기하고 특검제도를 중심으로 논의한 세 번째 협상과정에서도 '협상이 정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언해 유가족과 여야의 합의로 특검 후보를 선정하는 논의도 무산시켰다.

수사권·기소권 위헌이라더니 '조사권'마저 흔드나

묵념하는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될 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하여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위원장이 되도록 하거나 위원장 등의 선출은 위원들의 숙의를 통해 위원 간 자유로운 선거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 묵념하는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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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다가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었다. 그런데 '독립적인 기소권과 수사권'을 여야 합의로 무력화시킨 청와대는 이제 '독립적인 조사권'에까지 손을 대려고 한다. 세월호 특별법에서 여야 모두가 합의한 바는, 특별위원회 위원을 모두 17명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을 그 내부에서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청문회를 여는 권한, 실지조사, 동행명령권 등 여러 가지 조사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조사권도 무력화하려고 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자고 하는 등 위원장을 청와대의 의도대로 만들려고 하고, 청문회와 실지조사와 동행명령권 등에 대해서 손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슬슬 흘리고 있다.

정말로 집요하고 끔찍하다. 가족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지 못한 채 200일 동안 '왜 죽었는지 밝혀내겠다'면서 거리를 떠돈 가족들의 아픔이 아직도 지속되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재난과 참사가 계속 벌어지고 시민들은 국가가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며 비참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 진실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정부 여당의 이러한 태도는 도대체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국회, 언론, 검찰, 감사원, 청와대에 묻는다. 나라가 자신을 살려줄 것이라고 믿으며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죽음을 당한 304명의 고통보다 대통령이 더 중요한가. 청와대가 무엇을 했는지 묻는 시민들의 상식적인 질문을 가로막기 위해서, 유가족들의 마음에 못을 박고, 진실을 덮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특별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자리에 있는가.

특별위원회 조사권의 독립성마저도 훼손하는 안을 슬그머니 언론에 흘리고, 일부 언론들은 조사권에 대해서 위헌이니 무리한 요구이니 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그러다가 다시 여야가 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야합하는 행위가 반복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한다. 양당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특별법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별법 논의가 암흑상자 속에서 진행되는 한, 특별위원회의 권한은 청와대의 권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덮으려 해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가족들의 죽음을 가슴에 품은 이들, 그 아픔에 공명하며 적어도 이번 일은 결코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시민들은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독립적인 기소권과 수사권, 조사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진실을 규명할 것이다. 진실을 감추려 했던 이들도 그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김혜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 이 기사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http://sewolho416.org)에도 동시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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