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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만 유행이 있나요? 국회도 국정감사 때면 유행에 민감해집니다. 쏟아지는 보도자료 속에 묻히지 않기 위해, 의원실들은 저마다 뜨거운 이슈를 중심으로 감사를 준비합니다. 올해 국감을 휩쓴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오마이뉴스>가 열쇠말로 정리해드립니다. [편집자말]
요즘 국회에서는 '◯피아' 열풍이 불고 있어요.

'◯피아'는 정관계 출신 '낙하산' 인사를 뜻하는 표현으로, 해당 부처·기관 등의 이름에 '마피아'라는 단어를 합친 말입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 등의 문제가 수면으로 다시 떠올랐는데요. 이 과정에서 생소한 신조어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국감이 시작한 7일부터 지금까지 새로 생겨난 '◯피아' 신조어가 총 몇 개인지 직접 찾아봤어요.

군피아(군대), 정피아(정치권), 새피아(새누리당), 청피아(청와대), 선피아(선거캠프), 박피아(친박근혜 계열), 도피아(한국도로교통공사), 경피아(경찰), 농피아(농촌진흥청), 문피아(문화체육관광부), 환피아(환경부), 특피아(특허청), 오다피아(ODA, 한국국제협력단), 소피아(소방방재청), 통피아(통신기관), 공피아(공정거래위원회), 교피아(교육계), 노피아(고용노동부) 등이 각 상임위에서 거론됐더군요.

기존에 알려진 해피아(해양수산부), 모피아(기획재정부),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세피아(국세청), 핵피아(한국수력원자력), 전피아(한국전력), 철피아(코레일), 금피아(금융위원회) 등을 제외하고 추렸는데도 18개 정도 돼요. 신조어 등장 속도가 그야말로 'LTE급'이에요.

국회 농락하는 '박피아' 3인방... 대놓고 '친박' 강조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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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유독 국회의원들의 뒷목을 달아오르게 만든 '◯피아'가 있어요. 바로 정피아예요.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일컫는 표현으로, 기존의 관피아와는 다른 계열이라 할 수 있어요. 청피아(청와대), 새피아(새누리당), 선피아(선거캠프), 박피아(친박근혜)가 여기에 속해요.

이들은 국감장에서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어요. 업무 경험이나 전문성과 상관없는 고위직 자리에 임명됐다는 이유 때문이에요. 청피아 논란에 휩싸인 백기승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이전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에 임명돼 상임위 의원들에게서 거센 질타를 받았어요. 주택금융공사 역시 최근 새누리당 출신 보좌관과 당직자들을 대거 임명한 사실이 드러나 새피아 의혹에 휘말렸죠.

대놓고 '낙하산'이 되기를 희망했다가 국감 과정에서 이를 들켜버린 인사들도 있어요. 박피아이자 선피아인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신임 감사가 그 주인공이에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친박계 의원 출신인 곽 사장은 사장 공모 때 낸 자기소개서에 "'친박 그룹'의 일원으로 의정활동 4년 내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라며 "공직을 맡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썼어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자니윤 감사도 공모지원서에 "2007년 해외동포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인연으로 박근혜 대통령님의 대선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다"라고 쓰면서 '친박'을 강조했더군요.

대표적인 박피아·선피아인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적십자 회비 미납'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국감 기관 증인 출석까지 거부해 국회를 발칵 뒤집어놨어요.

김 총재는 23일로 예정된 대한적십자사 국감을 앞두고 몰래 출국했어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을 이유로 말이죠. 새누리당 의원들도 몰랐대요. 야당 의원들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목소리를 높였어요. 김 총재는 뒤늦게 "27일 오후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늦은 듯하네요.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김 총재 동행명령권을 발부키로 했거든요.

군피아에 공피아까지... 계속되는 '관피아' 논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증인 선서하는 한민구 국방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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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관피아 문제로는 '군피아'가 꼽혔어요.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군 고위관료들이 전역 후 곧바로 방산업체에 취직해 결탁하면서 통영함 납품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지난 20일 방위사업청 국감에서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위사업청 대령 4명이 예편 후 방위산업체에 불법 취업했다가 적발됐다"라면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어요. 같은 당 문재인 의원도 "각군의 전력 부서에 근무했던 제대 군인이 방산업체에 취업하고 심지어 전역 다음날 취업하는 사례도 있었다"라며 "결국 군피아 문제가 방산 비리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어요.

경제계의 검찰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공피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어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감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 56명 가운데 34명(60.7%)이 재취업했고, 이 중 법무법인 취업자는 11명, 회계법인은 1명, 산하기관·유관기관은 10명, 민간기업은 12명이었다"라면서 "공정위 직원이 기업을 대변하는 법무법인,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로 옮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어요.

이외의 문제들도 다 설명하고 싶지만 너무 많아 이만 줄일게요. '◯피아' 신조어가 많다는 건 그만큼 정관계 '낙하산' 문제가 우리사회에 넓게 뻗어 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요. 다음 국감 때는 이 단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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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친박, #김성주, #국정감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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