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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최근 '헐값 매각' 지탄을 받고 있는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정유부분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날)' 매입 결정 책임이 최 부총리에게도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다.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날'에 대한 매입 여부를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물었다고 밝혔다.

강 전 사장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당시 하류사업인 정유사업을 석유공사가 해도 되는 것인지 듣고 싶어서 최경환 당시 장관에게 말한 것은 확실하다"라며 "(최 장관은) 이견이 없었고 잘 검토해서 해보라고 답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석유공사가 석유공사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정유사업(날)을 인수해도 되는지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다"라며 "그래서 지식경제부의 의견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외교 실패작 '날' 인수, 누가 지시했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답변에 이의를 제기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곤혹스러운 최경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답변에 이의를 제기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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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석유공사의 대표적인 '자원외교' 실패작이다. 석유공사는 2009년 캐나다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사를 인수하면서 정유부문 자회사인 '날'도 사들였다. 당시 석유공사는 '날'을 매입하는 데 약 1조3439억 원을 썼다. 그러나 '날'은 지난 2010년~2012년까지 약 98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석유공사는 지난 9월 매입가에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날'을 매각했다(관련 기사 :MB, 자원외교로 22조 원 날렸다).

만약 최 부총리가 강 전 사장의 증언대로 '날' 매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허덕이는 현 석유공사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는 셈이다. 실제로 당시 지식경제부는 석유공사 이사회의 최종 인수계약 승인 전에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사실을 크게 홍보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강 전 사장의 증언을 적극 공략했다. 홍영표 의원은 "(증언대로라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16일 하베스트사의 제안('날'을 포함한 인수 제안)을 받고 최경환 당시 장관을 만나 이 상황을 보고했다"라며 "최 장관이 (날 인수를) 잘 검토해서 추진하라고 승인한 것이다,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최 장관의 증인 출석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 역시 "현행법상 석유공사의 정유사업 진출(날 인수)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최 장관을 만나서 물어본 것 아니냐, 여기에 최 장관이 동의했다는 것 아니냐"고 재차 강 전 사장의 증언을 확정지었다.

새누리당은 변호에 나섰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누구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면서도 "(당시 최 장관은) '손해보는 투자를 해서는 문제가 있다, 잘 검토해야 한다'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또 강 전 사장을 향해 "당시 상황이 정확하지 않는데 정확한 것처럼 말하는 건가"라고 따졌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장관을 만나서 들은 '잘 검토하라'는 말이 추진하라가 맞나"라고 물었다. 그는 "정유부문 인수에 동의를 받고 싶어서 만났고 동의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는 강 전 사장의 답변에 "그게 무조건 사라는 쪽으로 한 얘기인가, 제대로 (사업성) 평가를 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되물었다.

같은 당 홍지만 의원은 "인수 최종결정은 누가 내리는 것인가, 똑바로 얘기하라"라며 호통을 쳤다. 그는 "큰 계약을 체결하는데 의견을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게 필요해서 장관을 만났고 '손해 보는 투자가 문제 있다, 잘 검토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 아니냐"라며 "똑바로 답변해야 한다"라고 호통쳤다.

"석유공사, MB정부 출범 후 탐사사업 70% 실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5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5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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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석유공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참여한 탐사사업 10개 중 7개를 실패한 사실도 드러났다.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가 이 과정에서 미이행 부과금을 포함해 총 3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0개의 탐사사업에 참여했다. 추 의원은 "이 가운데 성과 없이 종료된 사업은 2개, 철수를 추진 중인 사업은 4개, 연장을 검토 중인 사업은 1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석유공사는 지난 2008년 이라크의 쿠쉬 타파(Qush Tappa)와 상가우 노스(Sangaw North)에 각각 1466억 원, 503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2012년 9월 계약기간 만료로 사업을 종료했다. 석유공사는 이 사업에서 총 19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콜롬비아 CPE7 사업과 우즈벡 나망간&추스트(Namangan&Chust) 사업, 콜롬비아 CPO2, CPO3 광구 사업 등 총 4곳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석유공사는 이 네 곳에 총 874억 원을 투입했다.

2010년 시작한 우즈벡 서페르가나-취나바드 사업은 지난 8월 1차 탐사 기간 종료됐지만 제대로 된 시추 한 번 해보지 못했다. 특히 석유공사는 이 사업에서 의무미이행 부과금 200억 원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추 의원은 "석유공사는 이 사업에 참여한 포스코, 삼천리와 함께 연내 사업철수를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의무미이행 부과금을 부담하고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또 "MB정권에서 자원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된 사업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같이 탈이 나고 있다"라며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무분별한 사업 추진을 지시했던 MB정권과 공기업의 정권 눈치보기가 만들어 낸 희대의 블랙코미디"라고 비판했다. 


태그:#자원외교, #최경환, #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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