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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보는 기사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편집자말]
렉서스가 새롭게 내놓은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 NX300h.
 렉서스가 새롭게 내놓은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 NX300h.
ⓒ 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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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혼신을 다해 만들었죠."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에 일본 특유의 겸양조의 말투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카토 다케아키 렉서스 수석엔지니어 이야기다. 그의 말에는 '절실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자동차인 렉서스가 최근에 내놓은 차를 두고 한 말이다.

소형 스포츠다목적차(SUV)인 엔엑스(NX) 300h. 카토 수석엔지니어의 말대로 이 차는 렉서스 역사에서 없었던 차다. 이 차의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엠(GM)이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등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크게 위축된 시기였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새로운 모델 개발에 주춤할 때였다.

카토 수석은 "확실한 컨셉트가 잡히지 않으면, 아예 신규모델 기획 자체가 승인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2년여에 걸친 시장조사와 수많은 회의가 이어졌다. 새로운 시장에 맞는 전혀 다른 차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그게 바로 NX300h(하이브리드)와 NX200t(가솔린모델, 내년께 국내 출시 예정)이었다.

이 차는 올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후, 지난 7월 일본 시장에 나왔다. 당시 일본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여 만에 체결된 계약건수만 9500대에 달했다. 그 차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이다.

경제위기 때 렉서스가 빼든 야심작

기자가 본 NX300h의 첫 인상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솔직히 뭐라 딱히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렉서스가 보여줬던 모습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대신 차량 앞면에 렉서스 고유의 디자인 '스핀들 그릴(모래시계 모습의 그물망 무니를 넣은 라디에이터 그릴)'만이 낯익을 뿐이었다. 예전 렉서스보다는 분명 '엣지'가 있어 보였다. 뭔가 민첩해 보이기도 하고, 힘도 느껴진다.

소형 SUV라고 하지만 실제 느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카토 수석은 "스포티한 이미지와 주행성능, 외부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차 사이즈를 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NX만의 독창적인 차체 높이와 너비의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외관뿐 아니라 실내공간도 넉넉한 편이었다. 뒷좌석은 웬만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전혀 불편함을 느낄수 없을 정도였다.

NX 300h의 실내모습. 렉서스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NX 300h의 실내모습. 렉서스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 오토헤럴드 김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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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인테리어는 렉서스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운전석 쪽의 대시보드 전체를 감싼 가죽의 질감은 우수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각종 공조장치가 놓인 센터페시아도 마찬가지다. 이쪽 주변에 쓰인 천연 나무 소재는 렉서스 장인들이 무려 38일 동안 67개의 공정을 통해 직접 수작업으로 광택을 냈다고 한다.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은 '정교한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문자로만 보면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실제 자동차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체적인 디자인부터 각종 헤드램프나 스티어링 휠과 내부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에 이르기까지가 그렇다. 이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안다.

도요타의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기술, 새옷을 입다

국내에 먼저 들여온 것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5리터급 가솔린 엔진(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기모터가 들어가 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했을 때 최고 출력은 199마력의 힘을 낸다. 4륜구동 시스템을 달았지만, 뒷바퀴는 전기모터만을 사용한다. 대신 앞바퀴는 엔진과 모터를 모두 사용하는 변형된 4륜구동이다.

사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선 일본 도요타의 기술이 독보적이다. 이미 37년 전인 1977년 동경모터쇼에 첫차를 선보일 정도였다. 당시에 나온 세계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차인 프리우스는 이미 대중화에 접어들었다. '친환경 고효율'이라는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에 거의 정확히 일치한 셈이다.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전기모터로만 차가 움직인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출발 때와 비슷한 '슈~우~웅' 소리가 들린다. 그리곤 엔진은 정지 상태다. 배터리 충전 상태에서, 시속 60킬로미터까지 전기모터로만 달린다. 물론 좀더 속도를 올리면, 가솔린 엔진이 움직인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은 말할 것도 없다. 스포트 모드로 변속레버를 바꾸면 또 다른 차로 바뀐다. 고속 구간에서의 안정감 여전했고, 회전구간에선 흔들림 없이 도로를 잡아채 듯 빠져나온다. 카토 수석은 "모든 상황에 기민한 핸들링을 제공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기본설계부터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NX 300h의 옆모습. 속도감을 느낄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NX 300h의 옆모습. 속도감을 느낄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 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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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비가 리터당 20.5킬로미터... 공인연비보다 높은 이유

이 차의 공인연비는 복합기준으로 1리터당 12.6킬로미터다. 도심주행에선 리터당 13킬로미터, 고속주행에선 리터당 12.2킬로미터다. 일반적인 가솔린 자동차는 고속주행의 연비가 도심보다 높지만, 하이브리드차는 다소 다르다. 주로 저속으로 달리는 도심에선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경향이 많다보니 도심 연비가 오히려 높게 나온다.

기자가 서울 송파구에서 인천 영종도에 이르는 130킬로미터 구간을 달려본 연비는 이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무려 리터당 평균연비가 20.5킬로미터에 달했다. 올림픽대로 등 일부 구간에선 정속 주행 위주로 달렸지만, 공인 연비와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이날 다른 동료 기자들이 탔던 차들도 평균 리터당 15.7킬로미터의 연비를 보였다.

어쨌든 정부가 측정한 공인연비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선 정부 공인연비보다 실제 소비자들이 운전한 연비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연비는 운전자의 운전습관부터 도로상황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NX300h의 연료효율성은 생각보다 우수했다.

이 차의 값은 5680만 원과 6380만 원 등이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값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차 가운데 같은 크기의 프리미엄 SUV 값이 6130만 원부터 800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 오히려 실내 디자인이나 각종 편의사양과 장치, 내구성, 연비 등을 감안하면 독일차보다 앞선다.

새로운 시장에 전혀 다른차를 들고 나선 렉서스의 도전이 과연 성공할까. 독일차 쏠림이 극심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의 반격이 먹혀들까. NX300h에서 내리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렉서스 NX 300h는 글로벌 경제위기때 새로운 시장을 위해 전혀 다른차를 위해 만들어진 차다.
 렉서스 NX 300h는 글로벌 경제위기때 새로운 시장을 위해 전혀 다른차를 위해 만들어진 차다.
ⓒ 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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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렉서스, #NX3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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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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