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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고심 중인 김무성 대표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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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본인 스스로 "스타일 구기는 거고, 바로 꼬랑지 내렸다"고 해명한 '개헌' 발언 관련해서 지난 2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등장해 "저희는 당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문제를)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이 16일 나왔음을 고려하면 5일 이후에 청와대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상황이 분명해졌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집권여당의 발언에 대해 '실언 아니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 바로 '꼬랑지 내렸다'면서 대통령에게 사과한 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서 '고의성'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할 말 없다'가 지금 김 대표 입장에서는 나름 최선의 대응일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청와대 누군데"라고 언급하며 나름 청와대 발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기자들도 알고 있는 그 관계자를 김 대표가 몰랐을까. 16일 발언을 두고 실언 논란이 있는 가운데 또 다시 기자들 앞에 대통령의 복심을 대신 전하러 나온 관계자를 두고 불쾌감으로 해석되는 언급을 굳이 한 것이다.

어제로 취임 100일을 맞은 김 대표와 청와대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등으로 국회 협조를 기대할 무렵에는 나름 괜찮았다. 9월 19일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 생일을 맞이해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난을 보냈다. 10년 만에 박 대통령이 김 대표 생일을 챙긴 것이다. 또 9월 20일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출국에 앞서 서울공항에 환송 나온 인사들 중에서 김 대표와 10분간 독대해 우호적인 관계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관계는 '개헌'을 놓고 공개적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2일자 <조선> 사설 '지금이 다툴 때인가'의 의미는?

2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작심 발언을 보면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15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할 때 김 대표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휴대번호를 교환한 뒤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에 '개헌' 발언 이후의 대립양상을 보면 양측의 소통이 긴밀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시점에 <조선일보>가 등장했다. 이 신문은 22일자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 공개 면박하며 다툴 때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들이 보고 있으니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조선>은 사설에서 "청와대가 김 대표가 사과한 지 사흘 만에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면서 "청와대가 작심하고 김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면박(面駁)을 준 것이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 신문은 "이번 사태는 청와대와 여당 사이가 단단히 틀어져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가 여권 내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임을 전하며 "그러지 않아도 청와대와 김 대표 사이엔 조그만 오해에도 불신(不信)이 쌓이고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이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마지막 문단에 등장한다. <조선>은 "청와대와 여당이 스스로 내분(內紛)을 키워가면서 경제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있다"라고 말한 뒤 "이런 여권의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개헌' 논란 때문에 양측 긴장이 최고조로 있는 상황에서 이 신문의 사설이 묘하다. 개헌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지 혹은 이 신문의 입장이 어떠한지에 관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에는 조그마한 오해에도 불신이 쌓이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자중'할 것을 권하는 모양새다. 집권여당 대표이자 여권 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정치인의 '개헌' 이슈에 대한 이 신문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날 이 신문 사설의 입장이 묘한 것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등장하는 칼럼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동아>는 22일 '박근혜의 개헌론 봉쇄, 김무성 치고 빠지기' 제목의 칼럼을 통해 현실적으로 개헌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국회의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이 신문은 "청와대는 뒤늦게 김 대표의 '치고 빠지기'에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개헌론의 원천 봉쇄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對)국민 약속 위반에다 제왕적이라는 비판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 또한 22일자 '김무성 대표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필요한 경우 2016년 총선 이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은 섣부른 개헌 논의가 블랙홀처럼 주요 국정 현안을 삼킬 거라고 우려한다"며 "여기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 대표의 개헌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개헌 논의가 필요해도 꼭 연말부터 '봇물처럼' 해야 하는지, 내년엔 시급한 과제에 집중하고 2016년 4월 총선 후에 하면 왜 안 되는지, 그는 충분히 연구했나"라고 반문했다.

<조선>이 노무현 정부 당시 '개헌' 논란에 대응한 방식

'개헌' 논란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보여준 '지금이 다툴 때인가'라는 태도는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논란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 1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개헌 의사를 발표했다. 이튿날인 1월 10일부터 이 신문의 투사와 같은 강경한 '개헌' 공세가 이어진다.

1월 10일자 사설 '대통령 개헌 발의 때를 놓쳤다', 11일자 사설 '다음엔 또 무얼로 세상 흔들려 하는가', 12일자 사설 '개헌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이야기하라', 19일자 사설 '대통령이 개헌 관심의 10분의 1만 쏟았더라도' 등 2주 가량 사설을 통해서 융단폭격을 쏟았다.

사설뿐 아니다. 칼럼 지면을 통한 공격은 더했다. 10일자 '대통령은 아무나 할 수 없다', 11일자 '문제는 헌법이 아니라 정치다', 12일자 '개헌론에도 국격이 있다', 13일자 '제도보다는 사람탓이다', 15일자 '무능해서 슬픈 대통령', 17일자 '미다스의 손, 노무현의 손'  등등이 있다. 제목만 보더라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충분하다.

위 사설, 칼럼 모두 압권이었지만 그 중 2007년 1월 19일자 '대통령이 개헌 관심의 10분의 1만 쏟았더라도'를 꼽을 수 있다. 그 전해인 2006년 10월에 발생한 북한을 탈출한 일가족 9명이 체포돼 북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이다. 개헌과 탈북자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 신문은 제목을 저렇게 정했던가.

이 신문은 "대통령이 요즘 개헌에 갖는 관심의 10분의 1이라도 납북자·탈북자 문제에 신경을 썼다면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탈북자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크게 바뀌었겠는가"라면서 "만약 대통령이 '국군포로 문제를 소홀히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일련의 사건이 노 대통령의 무관심 때문인 것처럼 보도했다.

지난 2007년 노 대통령의 '개헌' 논란 당시 <조선>은 5일 연속으로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비판적 입장을 쏟아내며 논쟁을 확산시키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7년의 시간이 흘러 또 다시 개헌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집권여당 대표가 최악의 대립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 신문은 '지금이 다툴 때인가'라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태그:#개헌, #김무성,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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