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에선 유족과 생존자 등 16명이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란 걸 알려준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몇몇 발언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편집자말]
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자료사진)
 지난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자료사진)
ⓒ 해양경찰청 제공

관련사진보기


선원이나 승무원들에게 할 말이 많아서 피해자 진술을 신청했습니다. 4월 16일에 뉴스 보면서 전원구조라는 보도를 보고 참 안심했습니다. 진도로 내려가는 와중에 선원들이 탈출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전 선원들 탈출 모습이 처음이 아니라 모든 승객들이 다 나오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도로 향하면서 전원구조가 오보라는 뉴스를 듣고, 제일 마지막에 나오셔야 할 분들이 제일 먼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정말….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너무 책임감이 없었고, 어떻게 승객을 생각하지 않는 선원들이 존재하는지 참 의아하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오보가 뜨면서 제 머릿속에선 한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왜, 왜 전원구조가 안 됐을까?'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서 어머니를 찾았지만 아무 데도 안 계셨습니다.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온 마지막 모습을 뵀습니다.

어머니는 힘들게 자식을 키우면서 고생만 하셨는데 한평생 살아가면서 제가 정말 따뜻하게 안아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그런 기회마저 빼앗아간 분들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처럼 자식 걱정으로 살아오신 분입니다. 지금도 집에 가면 '밥 먹었니?' 라는 말이 환청으로 들리곤 합니다. 항상 여기 계신 단원고 학부모님처럼 당신 걱정보다 자식 걱정하고, 평생을 사신 어머니입니다. (세월호에 남은 분들이) 당신들(선원)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손자, 손녀였다면 여기 계셨겠습니까?

전 어머니를 여의고 슬퍼할 수도 없었습니다. 억울해서 자다가다 깹니다. 집 텔레비전 브라운관 세 개가 부서졌습니다. 재판 진술 내용 나올 때마다 울분을 삭히는 일이 저로서는 최선이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탈출 당시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승객들의 얼굴에도 (승무원) 누구 하나 다시 배에 타려는 모습을, 행동조차도 하신 분들이 없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더라도 123정 올라가서 배 안의 승객 모습이 보였으면 이 중 한 분이라도 다시 뛰어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선원들이 최선 다했다면... 행복을 빼앗겼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유리창 안의 승객들 얼굴을 보며 무슨 생각들을 하셨는지. 당신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여기 가족들은 서로 한 집안에서 같이 자고, 밥 먹고, 웃고 울며 살아갈 수 있는 가족들입니다.

저희 행복을 뺏은 사람들이 당신들입니다. 마지막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밝혀 주십시오. 적어도 당신들의 가족이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한, 그 가족들의 양심을 위해서라도 솔직하게 밝혀 주십시오. 당신들 자제분들, 가족들이 앞으로 양심이 없지 않는 한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편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까지 그 무서운 곳에서 저희 어머니 혼자 가신 게 아니라 단원고 학생들, 한 고향에서 태어나 60년 넘게 친구로 지낸 분들과 공포를 나누면서 같이 가실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자식 입장에선, 임종조차도 지키지 못한 저는 평생 불효자로 살아야 합니다. 그동안 살아오시면서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도 못 챙겨드렸습니다. 아파도 자식들 걱정으로 병원도 안 가시고 배고파도 내 새끼들 입에 먼저 먹을 것 넣어주시고, 자나 깨나 자식 생각만 하시던 부모님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자식들 있지 않습니까. (자기 자식을) 그렇게 키웠고, 당신 부모도 (여러분을) 그렇게 키웠을 겁니다.

재판장님.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모든 선사에 종사하는 분들을 위해,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생기지 않도록 경각심이 생기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법으로, 최대한의 판결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 법정은 온통 울음바다, 재판장 "너무 슬퍼서..."
[세월호 피해자 진술①] "제 남편은 왜 아직도 못 나오는 걸까요?"
[세월호 피해자 진술③] "옷 못 입게 한 것 후회... 언니가 보고 싶어요"
[세월호 피해자 진술④] "아들 잃은 엄마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세월호 피해자 진술⑤] "아침마다 바다에서 학생들 헛것을 봅니다"
[세월호 피해자 진술⑥] "죽어야 친구 볼 수 있어... 살아갈 날이 원망스럽다"


태그:#세월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