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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루클라 공항 관제탑과 활주로
 히말라야 루클라 공항 관제탑과 활주로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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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승 경비행기가 히말라야의 어떤 언덕을 넘어서자 아주 짧은 활주로와 여러 채의 집들이 눈에 들어 왔다. 더구나 활주로가 아래에서 위쪽으로 경사져 있다. 활주로 첫 부분의 아래는 낭떠러지로 히말라야 계곡이 보인다. 비행기는 순식간에 경사진 활주로를 올라가다 멈춘다. 가슴이 철렁하다.

사람들이 급하게 달려들어 짐을 내리고, 탑승객을 안내해 순식간에 공항에서 빠져나갔다. 이윽고 대합실에 있던 사람들이 줄지어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는 다시 활주로를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낭떠러지로 못 가서 이륙한다. 착륙과 이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슬아슬하다.

히말라야 산속 해발 2850m에 위치한 이 공항은 2008년에 텐징–힐러리 공항이라고 이름 붙은 루클라 공항이다.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활주로는 길이 460m, 폭 20m에 불과한 데다 계곡 쪽에서 산 쪽으로 12도 가량 경사져 있어 두 끝의 표고 차가 약 60m 정도 된다.

인천공항-카트만두-루클라 공항에 이르는 비행

지난 1월 6일부터 21일까지 우리 풀꽃산행팀 22명은 히말라야 칼라파트라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가서, 다시 네팔 국내선 18인승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히말라야 산 속에 있는 루클라 공항(해발 2850m)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서 남체 바자르(3440m), 딩보체(4410m), 로부체(4910m), 고락셉(5170m), 그리고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칼라파타르(5550m)에 올라 전면에 있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보고,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페리체(4240m), 남체, 루클라까지 120km를 왕복하는 트레킹이다.

루클라 공항에 가려면 네팔 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루클라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아주 작았다. 이 비행기는 18인승인데, 그것도 기류의 영향 때문에 비행이 위험해 기내에는 총 16명만 태운다고 했다.

카트만두 국내선 터미널에는 아주 작은 비행기들이 줄지어 있는데, 히말라야 능선을 넘어가는 곡예 비행이기 때문에 루클라 공항행 비행기는 기류가 안정적인 오전에만 이륙한다고 한다. 겨울철이 되니 공항에 안개가 자주 끼어 비행기의 이·착륙이 지연됐다. 우리가 네팔 국내선 공항에 도착한 1월 7일 새벽 6시에도 안개가 가득해 이륙이 지연됐는데, 겨우 11시가 되어서야 출발했다.

18인승 경비행기 승무원이 귀마개용 솜과 사탕을 나누어 주고 있다.
 18인승 경비행기 승무원이 귀마개용 솜과 사탕을 나누어 주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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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루클라 공항으로 가는 18인승 비행기는 승객실과 조종실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히말라야 루클라 공항으로 가는 18인승 비행기는 승객실과 조종실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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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여승무원 등 3명과 우리 일행 13명이 탔다. 비행기는 조종실과 객실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좌석은 양옆 두 줄로 나란히 놓여 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문은 뒤쪽에 하나만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여승무원은 솜과 사탕이 든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승객들에게 줬다. 비행기의 소음때문이기도 했고, 고산을 넘는 비행이기 때문에 기압 차 극복을 위해 솜으로 귀를 막아야 했다. 비행기는 약 40분 동안 날아갔는데 발밑에는 네팔 산지의 다락 밭들이 많이 보였고, 멀리 히말라야 하얀 능선들이 줄지어 펼쳐져 있었다.

비행기는 히말라야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기류에 영향을 받아 많이 흔들렸다. 히말라야 비행기들이 가끔 추락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안전띠를 꽉 매고, 손잡이를 꼭 붙잡았다. 40여 분을 날아가니 높은 산 밑에 활주로가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활주로로 곧바로 다가가더니 이내 착륙한다. 활주로는 산 위쪽으로 경사가 심했다. 비행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착륙했고, 여승무원은 우리에게 내리라고 안내했다.

히말라야의 관문, 루클라 공항

네팔 수도 카트만두 국내 비행장.
 네팔 수도 카트만두 국내 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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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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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를 걸어서 빠져나가 공항 밖으로 나섰다. 활주로 주변엔 철조망이 쳐 있다. 활주로 옆에는 관제탑이 하나 있고, 그 앞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활주로 옆에는 요란한 소리로 헬리콥터 한 대도 착륙하고 있었다. 그곳에 멈춰 있는 또 한 대의 헬리콥터도 눈에 띄었다.

루클라 공항은 1953년 5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뉴질랜드)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를 기념하기 위해 네팔 정부가 2008년 텐징-힐러리 공항으로 이름을 바꿨다. 루클라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활주로가 경사져 있고 짧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사고도 몇 차례 일어난 기록이 있다. 비행기 사고가 많은 것은 이 공항 때문이라기보다 히말라야 능선을 넘어오면서 기류의 영향을 받아서인 듯했다.

이 공항은 에베레스트를 중심으로 한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관문이다. 해발고도 2850m부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나 고쿄리까지 모두 이 공항에서부터 시작한다. 에베레스트를 트레킹하거나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은 반드시 도착해야 하는 관문인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트만두에서 루클라에 오는 비행기는 약 260달러(한화 약 28만 원 정도)이고, 급하게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는 한 대당 3500달러의(한화 약 371만 원) 경비가 든다고 한다.

셰르파(네팔의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민족을 가리키는 말로 고소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지금은 '트레킹 안내인'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종박은 "루클라 공항에 오는 방법이 하나 더 있긴 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카트만두에서 버스를 타고 종일 달려서 '지리'라는 지역으로 간 뒤 그곳에서 걸어서 루클라 공항까지 올라오는 것이었다. 지리에서 루클라까지는 걸어서 보통 5~7일이 걸린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트레킹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루클라 공항에 가는 데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이유다. 루클라 공항이 쿰부 히말라야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불리는 까닭이 여기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1월 7일 오전, 루클라에 도착한 비행기는 4편밖에 없었다. 우리는 참으로 행운아였다. 이틀 후 남체에서 만난 다른 팀들은 비행기 이륙이 중단돼 다음 날 겨우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루클라는 트레킹의 출발지다. 공항 뒤를 돌아 마을 사이에 난 길을 따라 트레킹을 출발했다. 산길 옆에는 몇 개의 상점들이 눈에 띄었는데 주로 산행에 필요한 장비나 의류였다. 사람들은 길가에 나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몇 마리 개들이 등산객 뒤를 따라왔다.

트레킹의 시작, '파상 라무'

루클라 공항 주변 마을의 모습.
 루클라 공항 주변 마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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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끝 지점에 아치 형태의 동상이 보인다. 루클라 지역에서 태어난 네팔의 여성 셰르파 '파상 라무'를 추모하는 동상이다. 이 여성은 이 지역 최초의 여성 셰르파로 활동했는데 1993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하산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 지역 최초의 여성 셰르파를 기리기 위해 추모탑을 세운 것이다. 이 아치형 동상이 바로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및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시작이다.

다시 만난 루클라 공항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마친 1월 18일 정오에 우리는 트레킹의 종점인 루클라 공항에 다시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많은 눈이 쏟아졌다. 네팔의 겨울은 원래 건기이기 때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트레킹 12일 내내 한 번도 내리지 않은 눈이었다. 눈이 한 번 오면 많이 쌓이기 때문에 늘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후 내내 눈이 내리고 난 뒤 모두 눈에 갇혔다. 세상은 온통 하얀 눈 세상으로 변했다. 공항의 짧은 활주로에도 눈이 가득하다. 내일 카트만두로 떠나야 할 비행기라 불안했다.

다음 날 아침 날씨는 아주 맑았다. 밖에 나가니 세상은 온통 설원의 히말라야인데 비행장을 보니 활주로만 눈이 거의 다 녹아 있었다. 활주로를 쓸어 낸 흔적은 없었다. 활주로 밑에 열선이 있지 않을까 추측이 됐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오전 11시경에 비행기가 도착했다. 우리는 무사히 루클라를 떠날 수 있었다.

루클라 공항에 눈이 녹자 비행기가 도착했다.
 루클라 공항에 눈이 녹자 비행기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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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및 칼라파타르봉 트레킹 산행기를 9회에 걸쳐 올립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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